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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경제 성장과 정치 발전 ‘동시 침체’, 동남아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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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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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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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로 ‘정치까지 불안정’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동시 지체’
‘중진국 함정’ 현실화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이달 인도네시아 수입품에 대해 19%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며 인도네시아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하루 만에 루피아(rupiah)화가 폭락하고 주식시장에서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가 사라지는가 하면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7%P 하락했다. 무역으로 인한 충격이 빠르게 정치 불안정으로 전이하는 것이다.

사진=ChatGPT

미국, 인도네시아에 ‘19% 일괄 관세’

이는 관세에 대한 영향에서 나아가 국가 전체에 퍼진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경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역 흐름이 하루아침에 바뀌자 동남아시아(이하 동남아) 전역에서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던 악순환이 표면화하는 것이다. 바로 경제 성장 침체와 민주주의 이행의 지연이다.

정치학자 댄 슬레이터(Dan Slater)는 ‘중도 민주주의 이론’(middle-democracy theory)을 통해 동남아 지도자들이 경제 발전을 위해 민주주의 개혁을 후순위에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서구 국가들의 민주주의 체제 구축 노력이 뒷전으로 밀린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성장과 민주화가 더 이상 차례대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남아에서 두 가치는 동시에 침체에 갇혀 있으며 이번처럼 경제 문제가 약한 정치 제도를 무너뜨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베트남, 올해만 ‘GDP 4.3% 피해’ 예상

이번 관세 조치는 수출 주도 성장을 더욱 어렵게 하며 동남아 민주 정치 제도의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 강력한 제도가 없다면 경쟁력 있는 경제 모델을 구축하려는 정치적 의지나 사회적 응집력도 사라진다. 트럼프 관세는 베트남 수출에만 첫해에 62억 달러(약 8조6,000억원)의 피해를 안겨 GDP의 4.3%를 깎아 먹을 것이다.

트럼프 관세로 인한 동남아 수출 피해(단위: 십억 달러) 예상(2025년)
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좌측부터) / 수출 피해(짙은 청색), GDP 대비 비율(%)(청색)

그렇지 않아도 동남아는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다. 오랫동안 의지하던 노동집약적 수출주도형 제조업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은 생산성을 가진 기술 산업으로 몰리며 유지가 어려워졌다. 저금리 대출이나 재정적 여유가 없다면 각국 정부는 ‘중진국 함정’을 극복할 수 있는 개혁에 투자하기 어렵다.

경제 압박으로 인한 ‘정치 불안정’도 표면화

동남아의 두 번째 어려움은 경제적 압력이 상승하며 정치적 신뢰가 시들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지가 작성한 작년 민주주의 지표(democracy index)에서 동남아는 6년 연속 순위 하락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관세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들일수록 하락도 가팔랐다.

아세안 국가들 민주주의 지표 추이
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좌측부터) / 2022년 점수(짙은 청색), 2024년 점수(청색), 차이(하늘색)

일종의 악순환이다. 민주 제도가 약화하면 정작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필요한 투명성과 정책 조율 역량이 사라진다. 반대로 약한 경제는 민주주의 제도를 구성하는 사법 시스템과 선거관리 조직, 자유 언론 등에 투자할 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해서 소득과 민주주의 제도가 함께 정체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점은 그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민주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소득 임계점(income thresholds)을 통과하는 동시에 경제 구조를 다각화했고 개혁을 위한 연합이 결성됐다. 자본 축적과 기술 산업의 발전, 강력한 중산층의 등장이 변화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을 무력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는 저임금 노동과 취약한 제도가 그대로 남은 가운데 외부 압력마저 증가하고 있다.

첨단 기술 연구와 투명성 강화만이 살길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먼저 산업 발전과 함께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기술 관련 대학 중 17%만이 반도체와 재생에너지 관련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또 대학들은 연구개발 컨소시엄 결성에 최선을 다해 혁신 역량을 보여주고 해외 직접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입법 당국은 관세 영향 완화를 위한 보조금 집행에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 단지 관세 충격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위한 촉매제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한다.

관세가 개발도상국 산업을 단기적으로 보호해 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데다 한국과 대만의 ‘유치산업’ 보호 사례를 잘못 적용하는 것이다. 트럼프 관세는 외부에서 부과된 관세인 데다 경제 성장이 아닌 정치적 목적이 우선하기 때문에 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나 성과 목표를 결여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의 경제 성장을 이끈 보호무역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아세안(ASEAN)의 중공업에 대한 신규 개발 투자(greenfield investments)는 올해 들어 눈에 띄는 감소를 기록 중이고, 기업들은 멕시코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매주 중대한 시점이다. 아시아 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은 트럼프 관세로 아세안의 경제 성장이 내년까지 1%P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여기에 더해 민주화 점수가 0.5점 하락할 때마다 소득 수렴(income convergence, 빈국과 부국 간 소득 격차 감소)이 2년씩 지체된다.

트럼프 관세가 형벌이 될지, 새로운 깨어남의 계기가 될지는 모두 동남아 국가들의 손에 달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Feedback Loop We Can No Longer Ignore: How Trump’s Tariff Shock Exposes Southeast Asia’s Twin Trap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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