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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달아오른 AI 경쟁, 빅테크 자본 지출도 덩달아↑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환각' 현상, AI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장애 될 듯
수익성 외면에 일각선 '쇼맨십' 비판도, "투자 당위성 상당히 떨어져"
AI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구글은 인텔 의존도를 줄이고 데이터센터 작업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자체 개발 중앙처리장치(CPU)와 AI 반도체를 선보였다. 오픈AI에 대항하기 위한 새로운 AI 모델도 공개했다. 인텔도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위한 AI 전용 반도체를 발표했고, 오픈AI와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는 추론 기능을 추가한 새 AI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AI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주요 기업들의 신제품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업계 내 주도권 다툼이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최근 시장에선 생성형 AI 모델의 치명적 약점인 환각 현상이 여전한 이상 차후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AI 투자를 이어가는 빅테크들이 수익성 전환에 대한 고려 없이 '쇼맨십'만 보여주고 있다는 힐난도 나온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AI 신제품, 경쟁도 심화 양상
9일(현지 시각) 구글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넥스트 2024’를 개최하고 ARM 기반 맞춤형 CPU인 ‘악시온’(Axion)을 공개했다. 인텔에 대한 CPU 의존도를 낮추겠단 취지다. 텐서처리장치(TPU) 신제품인 ‘v5p’도 정식 출시했다. v5p는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칩으로, 기존 TPU보다 더 빠르게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구글은 이날 오픈AI의 동영상 제작 AI인 ‘소라’(Sora)에 대항하기 위한 ‘구글 비즈’(Vids)와 제미나이의 다양한 기업용 응용버전도 공개했다. 생성형 AI 시장에서 오픈AI와 경쟁하겠단 구글의 의지가 엿보인다.
인텔도 엔비디아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최신 AI 전용 칩 '가우디3'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인텔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H100 GPU보다 전력 효율이 2배 이상 높고 AI 모델도 1.5배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우디3를 통해 시장 점유율의 8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아성을 꺾겠다는 게 인텔의 목표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인텔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경쟁에서 해볼 만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메타의 LLM인 ‘라마’(LLAMA) 등에서 검증을 끝냈으며 미 서버업체인 델과 HP, 슈퍼마이크로 등이 가우디3을 이용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 인텔과 퀄컴, 구글은 ‘반엔비디아 전선’을 형성하며 AI 앱 개발을 위한 오픈 소프트웨어 플랫폼 설계에도 나설 방침이다.
AI 투자도 확대 추세다. 아마존은 지난해 9월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12억5,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 3월 27억5,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앤스로픽은 AI 성능 평가에서 오픈AI GPT-4와 구글 제미나이 울트라를 능가하는 초거대 AI '클로드3'를 공개하며 오픈AI 대항마로 꼽히는 스타트업이다.
앤스로픽 외에도 최근 거액의 투자를 받은 AI 스타트업은 셀 수 없이 많다. 구글 출신이 설립한 인플렉션AI는 총 15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받았고, 코히어도 지난해 6월 4억4,5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펀딩을 받은 데 이어 최근 5억 달러(약 6,700억원) 추가 조달도 추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개발 및 운용에 적합한 높은 정확도의 대량 연산 처리가 가능한 최첨단 그래픽 처리장치(GPU) 등을 탑재한 일본 도쿄·오사카 데이터센터 확충에 향후 2년간 29억 달러(약 3조9,3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쟁은 치열한데, "AI 모델 '환각 현상' 어쩌나"
생성형 AI 모델 자체에 대한 경쟁도 치열하다. 오픈AI와 메타는 이날 AI 스스로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계획까지 세울 수 있는 신규 AI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GPT-5’ 및 ‘라마3’(LLAMA3)가 그 주인공이다. 다른 경쟁사들이 챗GPT 등처럼 기계적인 답변만을 내놓는 AI 모델에 머물러 있는 동안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향해 한 발 더 앞서 나가겠단 것이다.
이에 대해 메타의 AI 수석과학자 얀 레쿤은 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AI데이 행사에서 “현재의 AI 시스템은 생각이나 계획 수립 없이 한 단어씩 차례대로 생산해 낼 뿐 복잡한 질문을 다루거나 정보를 장기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새 AI는 가능한 답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행동 순서를 계획하며, 그에 따른 영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까지 ‘정신적인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인간의 사고능력 전반을 AI를 통해 확립해 나가겠단 취지의 언급이다.
다만 문제는 거듭 투자가 확대되는 와중에도 AI 모델의 '환각(Hallucination)' 문제는 여전히 고질병처럼 남아 있단 점이다. 환각이란 생성형 AI 모델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응답을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의 제미나이가 미국 건국자나 아인슈타인 등 역사적 인물을 유색인종으로 묘사한 것 등이 단적인 예다. 이에 대해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우리는 왜 제미나이의 응답이 이렇게 이뤄지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며 “그것은 회사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거듭 투자가 이뤄진다 해도 사실상 문제 해결이 불가능에 가까움을 스스로 인정한 꼴인 셈이다.
사실 업계 관계자라면 생성형 AI 모델의 환각 현상이 불가피다는 점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환각 현상의 원인이 생성형 AI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자연어·음성 처리를 연구하는 딜렉 하카니-투르(Dilek Hakkani-Tür) 컴퓨터과학 교수도 환각 현상의 주된 원인이 근본적인 구조임을 강조했다.
투르 교수에 따르면 LLM은 기본적으로 자동 완성 도구로, 텍스트 문자열과 같은 시퀀스에서 다음에 나올 내용을 예측하도록 학습된다. 모델의 학습 데이터에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가 많이 포함돼 있으면 정확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지만 LLM은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도 답을 도출하도록 구축돼 있다. 이것이 오류가 발생하는 근본 이유라는 게 하카나-투르 교수의 설명이다. 결국 LLM이 보유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한정된 이상 생성형 AI 모델의 한계는 명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세상 모든 데이터를 학습할 수 없는 탓이다.
일각선 비판론도,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필요해"
이렇다 보니 최근 시장 일각에선 AI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붓는 업계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나온다. 생성형 AI 모델의 환각 현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이상 사용처가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미래 투자라는 명목하에 지나친 자금 낭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MS의 합산 클라우드 관련 자본 지출(capex)은 지난해 대비 22%까지 급증해 1,160억 달러(약 15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사이 생성형 AI를 둘러싼 경쟁이 그만큼 심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막상 빅테크들은 AI를 활용해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선 침묵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기업이란 이익집단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조건은 지출되는 자본에 상응할 만한 수익성이 눈에 보여야 한단 것이다. 이들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AI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지만, 환각 현상이 불가피하다 평가되는 현시점의 AI 구조가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지 여부에 시장이 의문을 쏟아내는 이유다. 이에 일각에선 우리 기업이 신세대 기술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일종의 '쇼맨십'을 보여주기 위한 비용 지출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AI 업계가 투자의 당위성을 얻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우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