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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목표 기업가치 8조원에서 5조원으로?
"부어도 부어도 끝이 없다" 대규모 투자로 자금 수요 확대
환경사업 수익성 악화, 시장 의구심 뚫고 IPO 성공할 수 있을까
SK그룹의 친환경(ESG)·건설기업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 목표 기업가치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실적이 미끄러지고, 기존 목표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점차 커지자, 자체적으로 밸류에이션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추가 사업 확장·안정적 경영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시급한 가운데, 과연 SK에코플랜트는 무사히 IPO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상장 시일, 눈높이 낮추나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접촉해 IPO 기업가치 조정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은 기업가치를 4조~5조원까지 낮추는 한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Refixing)을 통해 FI 보유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2026년 내 상장'을 위해 눈높이를 대폭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7월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4년 이내에 IPO를 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브레인자산운용,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글랜우드크레디트, 한국투자증권 등에서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추가 투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논의된 기업가치는 약 8조원(약 58억 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청구, 상장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6년 상장을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2022년 NH투자증권, UBS증권(옛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기존 IPO 목표 시기는 지난해였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장 전반이 위축되며 실제 상장을 추진하지는 못했다.
자금 유치 총력 기울이는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사업 확장을 위해 신규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지분 매각, 투자 유치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은 바 있다. 메리츠증권에 1,135억원 규모 환경 시설 관리 지분을 매각하고,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슷한 시기 해외 투자자로부터 최대 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1,3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 총 7,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1년물 300억원 모집에 2,110억원, 1.5년물 400억원 모집에 1,810억원, 2년물 600억원 모집에 3,080억원이 모인 결과다. 하지만 SK에코플랜트의 자금 수요는 여전히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기존에 매입한 환경 자산 일부를 매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이어지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불구, SK에코플랜트의 수익성이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기간 순손실은 336억원으로, 전년(순이익 6,38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SK에코플랜트가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SK건설' 시절인 2014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업황 악화 등이 실적 전반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비관적 평가
이런 가운데 만약 SK에코플랜트가 기업가치를 낮춰 IPO를 진행해 흥행에 성공할 경우, 자금 부족 문제를 일부 해결하고 추가 성장을 위한 발판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관건은 시장이 이 같은 전략에 선뜻 호응할지다. 현재 수많은 시장 구성원은 SK에코플랜트의 미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SK에코플랜트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내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당시 SK에코플랜트는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시장은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평을 내놨다. 문제가 된 건 환경·에너지 사업이었다. SK에코플랜트는 관련 사업을 다각화한 2020년 이후부터 재무 안전성 문제를 겪어왔으며, 과감한 M&A(인수·합병)를 통해 흡수한 환경 기업들과도 이렇다 할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 같은 리스크는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 환경 사업의 영업이익은 8,900만원으로 전년(311억 원) 대비 99.9% 급감했다. 전체 영업이익 기여도 역시 0.05%에 불과했다.
시장의 혹독한 평가에도 불구, SK에코플랜트는 경영 체제를 가다듬는 등 성공적인 IPO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이 SK에코플랜트 신임 각자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SK에코플랜트는 기존 박경일 단독대표이사체제를 장동현 부회장·박경일 사장의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전환하고, 적극적인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내부 환경을 우선적으로 정비하며 IPO 성공을 위한 추진력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