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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공장 2곳, 패키징 라인, R&D 팹 등 건설
2026~2027년 본격 가동, 2만여 일자리 창출 기대
'연 매출의 23%' 과도한 시설투자 두고 우려 제기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주에 400억 달러(약 55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2곳, 패키징 라인과 R&D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64억 달러(약 8조9,000억원)의 현금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삼성전자 연 매출의 23%를 차지하는 대규모 투자인 만큼 비용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테일러 신공장 건설 등 총 400억 달러 투입
15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며 "반도체지원법(CHIPS)에 따라 보조금 64억 달러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1년 삼성전자는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올해 말까지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170억 달러에 230억 달러(약 31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한 곳을 더 짓고 최첨단 패키징 라인, 연구개발(R&D) 시설도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텍사스 공장은 오는 2026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4나노미터와 2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며, 두 번째 공장은 2027년부터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R&D팹도 2027년 문을 열 예정이다.
이날 테일러 공장 신축 현장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 등 미국 정관계 인사와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러몬도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의제에 따라 또 한 번의 역사적 투자가 성사됐다"며 "테일러 공장은 세계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이에 경계현 부문장은 “이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화답했다.
'보조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16%, 인텔·TSMC에 앞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원하는 현금 보조금은 미국의 반도체기업 인텔의 85억 달러(약 11조8,000억원)과 대만 기업 TSMC의 66억 달러(약 9조1,000억원)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투자액 대비 현금 보조금 비율로 따지면 삼성전자가 16%로 가장 많다. 인텔 8.5%, TSMC 10.2%를 압도하는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텔, TSMC와 달리 저금리 대출 없이 두둑한 현금을 받게 됐다. 인텔과 TSMC는 현금 보조금 외에 저금리 대출로 각각 110억 달러, 115억 달러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산업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위상과 그동안의 협력 관계를 반영해 이같은 ‘특급 대우’를 결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1996년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 두 개를 운영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의 생산시설을 유치함으로써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산학 기술 협력 등 자국이 얻는 혜택이 보조금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보조금 규모가 확정된 이후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와의 공급망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으로부터 400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이끌어내 텍사스주 중부는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며 "최소 2만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최대 4,000만 달러가 지역 인력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美 기반 팹리스 적극 유치, AI칩 물량 확보 경쟁 본격화
한편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과 TSMC에 이어 삼성전자도 미국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확정한 만큼 엔비디아 등의 인공지능(AI) 칩 생산물량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테일러 신공장을 발판으로 미국 기반 팹리스를 파운드리 고객사로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미국 팹리스들은 세계 파운드리 매출 1,174억 달러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는 ‘큰손’으로 지금까지는 주로 TSMC 대만공장에 칩 생산을 맡겼다.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 최첨단 파운드리·패키징 서비스를 ‘턴키’ 형태로 제공할 경우 미국 팹리스의 일정 물량이 삼성전자로 넘어올 가능성도 작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삼성전자의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수십조원대 투자가 다소 무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간 업계가 예상한 삼성전자의 보조금은 20~30억 달러 수준이었다. 당초 지급안보다 규모가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삼성전자도 투자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기대와 압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이번에 삼성전자가 발표한 55조원 시설투자비는 지난해 연간 매출 259조원의 23%에 해당한다. 지난해 연간 시설 투자액 53조1,000억원보다도 많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이미 대형 투자계획을 공식화한 상태다. 360조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이어 일본 요코하마에도 공장을 건설하는 등 국내외에 생산 거점을 하나둘 늘리고 있다. 이번 미국 투자는 예상치 못한 '추가 계산서'인 셈이다.
더욱이 미국 정부가 건설 단계마다 돈을 나누어 지급하고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환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과정에서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미국 현지의 인플레이션으로 비용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어 향후 경쟁기업의 투자 속도, 미국 정부의 지급 조건을 등을 고려해 공정 구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