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라면·김치 등 K-Food 수출 역대 최대, 이젠 고급화 필요한 시점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라면이 끌고 김치가 밀고, 진격의 한식
수출 품목 14개, 207개국까지 확대
간편식으로 뜬 K-Food, 브랜딩·고급화 시급

K-Food 수출액이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특히 라면과 김 수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열풍에 가공식품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올해도 K-Food 수출이 순항 중인 가운데 정부는 한식 산업 규모를 기존의 2배로 키우겠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보다는 '한식의 고급화' 등 질적 성장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K-Food 플러스 수출 130억 돌파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및 전후방산업 수출액(K-Food 플러스, 수산 제외 잠정치)은 전년보다 6.1% 성장한 130억3,000만 달러(약 19조원)로 집계됐다. K-Food 플러스 수출액은 2022년 118억3,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22억8,000만 달러로 꾸준히 늘고 있다. 수출품목은 라면, 과자, 음료, 김치 등 14개 품목에 달했고, 농식품 수출국도 1년 전(199개국)보다 8개국이 늘어 207개 국가로 수출됐다.

시장별로는 미국이 21.2%의 높은 수출 성장률을 보이면서 일본, 중국을 제치고 K-Food 최대 수출국이 됐다. 수출액은 15억9,290만 달러(약 2조3,200억원)다. 그간 미국은 일본, 중국과 함께 K-Food의 빅3 수출시장이었으나 주로 3위권이었다. 하지만 최근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식품 등 식품 대기업의 공격적인 판로 개척에 힘입어 최대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2위는 중국으로 수출액은 15억1,260만 달러(약 2조2,100억원), 7.9%의 성장률을 보였다. 티몰·징동닷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의 라면 판매 확대 효과다. 10년 이상 농식품 수출 1위 시장이었던 일본(13억 달러)은 주요품목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엔저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 소비 위축 장기화 등으로 전체 농식품 수출이 4.3% 감소해 수출 3위에 올랐다.

사진=농심

라면·냉동김밥·김치가 수출 성장세 견인

이 같은 역대 최대 수출 성과는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라면, 냉동김밥 등 한국 식품들이 잇따라 주목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식품 수출 1위 품목인 라면은 12억4,850만 달러(약 1조8,200억원)를 수출해 전년보다 31.1%나 크게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텍사스에 대형 유통매장 신규 입점으로 수출이 무려 70% 이상 증가했다.

업계는 실제 해외에서 팔린 라면 매출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심은 중국, 미국 등 현지에 공장을 설립해 판매하고 있어 수출액으로 포함·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농심의 수출액은 약 2,700억원이었고, 해외 법인 매출액은 9,800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라면의 경우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유럽연합의 에틸렌옥사이드(유럽연합) 수입 규제를 해제해 관세 장벽을 해소한 것도 수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에틸렌옥사이드는 농산물 훈증·살균제로 사용되는 물질로, 국가별로 잔류 기준을 설정해 관리한다.

쌀가공식품도 2억9,920만 달러(약 4,373억원)를 기록해 전년보다 38.4%나 늘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는데 글루텐프리 건강식과 함께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들이 대거 수출됐다. 김치도 1억6,360만 달러를 수출했다. 미국, 네덜란드 등 신규 시장에 비건김치, 상온김치 등 신제품이 입점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EU의 삼계탕 수출 검역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삼계탕이 유럽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조미김ㆍ마른김)도 가공식품 수출의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김 잠정 수출액은 11억1,300만 달러(약 1조6,300억원)로 전년 대비 23% 늘며 라면에 이어 수출액 기준 2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김 수출국이었던 일본의 생산량이 계속 줄어든 반면 한국은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원초 재배·양식부터 가공·수출까지 한 지역에서 진행하며 효율을 극대화한 성과다.

고급화·차별화가 지속 가능성 좌우

다만 수출의 핵심 품목이 가공식품 등 간편식에 국한돼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K-Food 세계화를 지속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고급화와 차별화가 거론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K-Food의 브랜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역사가 그리 길지 않지만 지역별 특산 음식을 세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중식은 중저가로 포지셔닝된 지 오래고, 일식은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K-Food는 위치가 애매하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특히 일식은 현지화, 고급화, 차별화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 세계화에 성공한 대표 사례다. 일본은 일찍이 1960년대부터 해외에 일식을 고급 음식으로 소개했다. 물론 일식도 해외 진출 초창기에는 날것을 먹지 않는 서양인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켜 일본 교민 중심의 판매에 그치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맵고 짠 발효 음식이 많은 K-Food가 안고 있는 과제와도 비슷하다. 송창주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동양학과 교수는 아시아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송 교수는 “서구인들이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스시 형태로 개발한 캘리포니아롤이 현지화된 대표적인 J-Food 개발 사례”라며 “K-Food도 전통적인 맛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서구인 입맛에 맞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표준화 작업도 시급 과제다. 지역마다 맛이 일정하지 않고 제각각이면, K-Food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품질뿐 아니라 음식 명칭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막걸리를 해외에서도 막걸리라고 표기하면 되는데, 굳이 ‘라이스 와인(Rice Wine)’ 등으로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치(Kimchi)와 소주(Soju)가 해외에서도 한국식 발음 그대로 표기되듯, 전 세계 어디서든 메뉴판을 보고 외국인이 알아볼 수 있도록 명칭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시아 연구단체인 아시아인스티튜트(Asia Institute)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 이사장은 “현재 한식은 ‘싸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평판이 주를 이루고 있어 K-Food가 계속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뉴욕이나 파리 등 주요 도시에 고급 한식당을 더 많이 세우고, 명인의 김치 같은 한국 음식을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등 고급화 전략이 K-Food 세계화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