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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우회수출 차단 위해 동남아에 '관세 폭탄', 아세안 차원의 공동 대응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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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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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세안 국가에 최고 40% 고율 관세 부과
中 우회수출 차단, 대미 협상의 주요 과제로 부상
동남아 생산 거점 둔 韓·日 기업들도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8개국에 서한을 보내 최대 4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겉으로는 대미 교역에서 드러난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우회수출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들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국가별 개별 협상에 나서는 한편, 외교·안보장관회의를 통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NYT "상호관세는 中 우회수출 차단 목적"

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등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서한을 보낸 것이 단순히 대미 무역적자 해소 차원을 넘어, 사실상 중국을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놨다. NYT는 "이번에 서한을 받은 22개국 가운데 미국 전체 수입의 4%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뿐"이라며 "태국(1.9%), 말레이시아(1.6%)는 그보다 낮고, 인도네시아 등 나머지 국가는 모두 1% 미만임에도 더 높은 관세율이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은 25%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는 가장 높은 40%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 때문에 상호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무역 불균형의 시정보다는 중국의 우회수출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첫 대상으로 지목해 양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서 간단한 조립이나 '태그 갈이'를 통해 원산지를 '비(非)중국산'으로 위장한 뒤 미국으로 수출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3% 급감했지만, 같은 기간 동남아시아의 대미 수출은 15% 증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는 8월 1일 관세 발효 시점까지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을 얼마나 차단하느냐에 따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관세율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일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한 베트남은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우회수출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미국은 베트남에 대해 당초 예고한 46%보다 낮은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중국산 환적 제품에는 40%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베트남은 미국산 농산물과 철강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수입 쿼터를 확대하고, 미국산 제품에 무관세(0% 관세율)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아세안 정상들 "관세, 압박 수단으로 변질"

이러한 흐름 속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의 개별 협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역내 연대 방안을 모색 중이다.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각국 외교·안보 수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통보를 성토하며, 글로벌 경제 질서 안정을 위해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세안 외교장관회의는 단일 지역 협의체를 넘어선 아시아 최대 규모 외교·안보 연례 회의로, 올해는 동남아시아 외교 수장을 비롯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박윤주 한국 외교부 제1차관 등 주요국 인사들이 참석했다. 

올해 아세안 정상회의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통보하면서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특히 관세율이 1%포인트 인상된 말레이시아는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한때 성장을 견인하던 관세가 이제는 압박·고립·억제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아세안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의 공동성명 초안에는 “우리는 세계 무역 긴장 고조와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 특히 관세와 관련한 일방적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며 "관세가 역효과를 낳고 국제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킴으로서 아세안의 경제 안정·성장에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담겼다.

아세안의 거센 반발 속에 미국은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AP·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은 10~11일 양일간 아세안 외교·안보 수장들과 양자·다자 회담을 연다. 미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의 말레이시아 방문과 관련해 "관세 정책에 대해 백악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아세안과의 무역 관계에서 균형의 재조정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통보한 나라는 총 22개국으로 아세안 회원국 10개국 중에는 이미 협상을 타결한 베트남과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싱가포르를 제외한 8개국이 20∼4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다.

삼성베트남의 북부 생산법인 삼성전자타이응웬(SEVT)/사진=삼성베트남

삼성전자, 관세 대응해 공급망 재조정 나서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동남아시아를 생산기지로 활용해 온 한국과 일본의 글로벌 제조기업들도 공급망 재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 타이응우옌, 호찌민 등 세 곳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생산한 스마트폰 약 2억 대 중 절반이 베트남에서 제조됐으며, 이 중 상당량이 미국 시장으로 수출됐다. 하지만 이번에 베트남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20%의 상호관세에 합의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한국 구미공장과 인도·멕시코 법인의 생산량 증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그동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TV와 가전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해 왔지만, 고율 관세 부담을 고려해 현지 생산 확대 계획을 보류하고 멕시코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공장을 통해 철강 가공·유통 사업을 확대해 왔으나, 생산 거점 및 수출 전략의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동남아시아 공장에서 조립된 차량이나 부품 일부가 미국 수출 물량에 포함되면서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생산지 다변화 등 대응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제조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미·중 갈등 심화에 대응해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부터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앞세워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분산시켜 왔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의 아세안 국가 대상 외국인 직접투자는 75% 증가해 4조4,000억 엔을 기록한 반면, 중국에 대한 투자는 같은 기간 65% 감소해 4,900억 엔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관세 조치로 일본 기업들도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나 생산지 이전, 재고 조정 등 공급망 재정비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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