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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中 ‘조선 굴기’, 美 제재에 수주 68%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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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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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조선업계, 상반기 신규 수주 급감
수리·보수 시장 점유율도 뚝
美 강력 제재에 中 발주 기피

수년 동안 세계 시장을 제패해 온 중국 조선업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제재와 세계 발주 감소라는 이중고가 겹치면서 중국의 신규 선박 수주량이 급감하는 양상이다. 이에 중국은 조선업계 1·2위 기업의 초대형 합병을 통한 고부가가치 시장 공략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기술 격차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점유율 75%→56%

10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영국 해운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중국 조선소들의 신규 주문량이 2,630만DWT(Dead Weight Tonnage·재화중량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었다고 보도했다. DWT는 선박에 안전하게 적재할 수 있는 최대량을 의미한다. 그 결과 중국 조선소들의 신규 수주 점유율도 같은 기간 75%에서 56%로 대폭 축소했다. 중국 조선소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리·정비 시장 점유율도 2021~2024년 평균 70%에서 올해 상반기 50%로 급감했다.

중국의 점유율 하락엔 주기적인 세계 수요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선박 중개·해운 서비스 그룹 반케로 코스타의 랄프 레슈친스키 리서치 총괄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호황기에는 한국·일본 조선소의 한정된 생산능력 탓에 초과 수요가 중국으로 스필오버(Spillover)됐으나, 올해 들어서는 신규 발주 자체가 줄면서 이러한 효과도 사라졌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선주들이 중고 시장에서 되팔 것을 생각해 한국이나 일본에서 만든 선박을 더 찾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같은 기간 한국은 1,420만 DWT를 수주해 지난해보다 7% 줄어드는 데 그쳤다. 수주량은 조금 줄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14%에서 30%로 두 배 넘게 뛰어오르며 중국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레슈친스키 총괄은 이어 "대형 국영 조선소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실적이 부족한 소규모 민간 조선소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선박의 23%가 중국산이다.

美 관세·항만수수료 등 규제 강화

더 큰 원인은 미국의 대중 조선업 견제 조치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크레인 등 중국산 선박·장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고액의 입항료를 부과하는 등 강경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의 조선·해운 산업에 보조금 제공과 산업 보조 개입이 과도하다는 판단하에 이 같은 정책을 내놨다. USTR은 "비시장적인 정책과 관행이 심각하게 과도한 생산 능력으로 이어졌고, 이는 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적인 입지를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산 선박에 대한 항만 수수료는 2028년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구조다. 중국 선사가 소유한 선박에는 오는 10월 14일까지 톤당 50달러, 내년 4월 17일까지 톤당 80달러, 2027년 4월 17일까지 톤당 110달러, 2028년 4월 17일까지 톤당 140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에 대한 항만 수수료는 같은 기간 톤당 18달러→23달러→28달러→33달러, 컨테이너당 120달러→153달러→195달러→250달러로 각각 높아진다. 제재 대상엔 글로벌 해운사까지 포함돼 글로벌 선주들은 중국 조선소에 대한 발주를 꺼리기 시작했다. 해운 입찰 플랫폼 쉽비드의 한 닝 싱가포르 지사장은 “미국의 제재를 우려한 선주들이 발주처를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中 조선 자회사 2곳 합병

이에 중국은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추격을 가속화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0일 중국 국영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CSSC)가 중국선박중공주식유한회사(중국중공)를 흡수합병하는 안이 상하이증권거래소 인수합병심의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합병과 관련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등록 등의 법적 절차만 남았다.

합병 조선사는 자산, 영업이익 면에서 전 세계 1위의 조선사로 올라선다. 합병 조선사의 자산 규모는 약 75조원으로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20조원)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중국선박은 154척, 중국중공은 103척을 수주했다. 이는 전 세계 조선소가 체결한 선박 주문량의 약 17%에 해당한다. 합병 조선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8조원이다.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2조원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 주도로 이뤄진 이번 합병으로 ‘조선 굴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중국은 과거엔 중국선박과 중국중공을 서로 경쟁시키며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시황이 나빠지면서 중국이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고 이 합병 전략의 마무리 단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술 격차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느냐,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중국 공룡 조선사의 경쟁력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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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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