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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나마 운하·그린란드 매입 으름장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강경한 입장을 밝혀 러·국 견제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판단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취임을 앞두고 중미의 파나마 운하와 북극에 가까운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 확대를 견제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적 계산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상업적인 이해 관계도 상당히 관련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그린란드·파나마 운하 넘겨라"
9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대선 승리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력·경제력 강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느냐'는 질문에 "무엇도 약속하지 않겠다"며 "뭔가를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대선 이후 여러 차례 미국의 경제·국가 안보를 위해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미국이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군사력 사용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과의 영토 분쟁까지 배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캐나다에도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어떤가"라고 잇따라 압박해 캐나다 국민의 반발을 샀다. 덴마크와 캐나다는 미국과 집단 안보 동맹을 맺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뉴욕타임스는 "19세기 후반 미국이 필리핀·괌·푸에르토리코를 지배하게 된 이후 국가의 영토 확장을 위해 무력 사용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위협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군사적·상업적 관점에서 중요한 요충지
앞서 지난 7일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부친의 개인 전용기를 타고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찾았다. 곧 출범할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꼽히는 트럼프 주니어는 그린란드 방문 목적으로 팟캐스트용 영상 촬영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체류 시간은 4∼5시간 정도로, 그린란드 정부 당국자와 만나는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트럼프 주니어의 방문에는 백악관 인사국장과 부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세르지오 고르와 제임스 블레어가 동행했다.
다음날인 8일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첫 대통령 임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존 볼턴이 "그린란드는 미국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주목해 온 지역으로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다"며 "군사적·상업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볼턴은 "그린란드는 희귀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해당 자원을 채굴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희귀 자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그린란드가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찰스 쿠퍼먼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파나마 운하 문제에 대해 "중국은 서반구 전역에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파나마 운하도 그 일환"이라면서 "미국이 운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수는 최대 49% 감소했다. 이는 가뭄으로 인한 수위 저하 때문으로, 운하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덴마크와 파나마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구시대적 제국주의 사고'라며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 국민의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며,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어느 누구에게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미국의 유럽연합(EU) 국경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우크라 침공 희석시키는 호재로 판단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 중국 등 주요국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을 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영토 팽창 야욕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할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 주요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법으로 국제법을 무시한다고 주장해 왔다.
러시아의 유명 TV 진행자이자 크렘린궁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자신의 쇼에서 "트럼프의 영토 팽창주의는 모스크바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해 연안 국가를 포함한 옛 소련 제국의 복원을 추진할 권리가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의 야망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도 정당화한다”고 덧붙였다.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이 전략적 수로를 사실상 장악했으며, 이를 통해 베이징은 워싱턴에 비해 막대한 경제적, 군사적 이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1달러에 그걸 줬지만, 거래 내용은 공평하지 않다"며 "파나마는 다른 나라의 함선보다 우리 함선에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혜택을 입은 건 중국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지어진 가장 수익성 있는 구조물 중 하나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장악한 계기 역시 기후 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유엔보고서는 심각한 기후 변화로 가뭄이 계속되면서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선박의 물류 적체 현상이 발생했고 중국은 운하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