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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확장' 나선 트럼프, 파나마 운하·그린란드 장악 위해 軍 투입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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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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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그린란드 등 겨냥해 연일 도발적 발언
경제적 압박에 군사력 동원까지 강경한 입장 밝혀
러시아·중국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판단
그린란드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사진=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앙아메리카 파나마 운하와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의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입지가 확대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동맹국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영토 확장 야망이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 '침략주의'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美, 그린란드·파나마 운하 소유해야"

9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대선 승리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력·경제력 강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느냐'는 질문에 "무엇도 약속하지 않겠다"며 "뭔가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이후 여러 차례 나라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미국이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한발 더 나아가 군사력 사용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부친의 개인 전용기를 타고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찾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꼽히는 트럼프 주니어는 방문 목적을 팟캐스트용 영상 촬영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각 주장으로 민감한 시기에 현지를 방문한 것은 정치적 포섭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체류 시간은 4∼5시간 정도로 백악관 인사국장과 부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세르지오 고르와 제임스 블레어가 동행했고 그린란드 정부 당국자와 만나는 일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의 행보에 대해 파나마와 덴마크는 강하게 반발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구시대적 제국주의 사고"라며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 국민의 것"이라고 일갈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며,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누구에게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우크라 침공 희석시키는 '호재'로 판단

트럼프 당선인의 영토 확장 발언을 두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상황의 다소 극적인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란드 주민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서방은 러시아와 재결합하기로 한 4개 지역 주민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합병에 찬성했다고 주장한 것을 상기시키는 발언이다. 이어 페스코프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에도 러시아와 고위급 접촉을 재개할 정치적 의지를 유지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유명 TV 진행자이자 크렘린궁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도 자신의 쇼에서 "트럼프의 영토 팽창주의는 모스크바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해 연안 국가를 포함한 옛 소련 제국의 복원을 추진할 권리가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러시아는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을 환영하고 있다"며 "미국의 미사일 배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하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군사적·상업적 관점에서 러·중 견제할 요충지

트럼프 당선인이 영토 확장을 꾀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이익과 군사적 가치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8일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존 볼턴은 "그린란드는 미국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주목해 온 지역으로 최근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새로운 항로가 열렸다"며 "군사적·상업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린란드는 희토류가 풍부한 지역으로 기후변화로 해당 자원을 채굴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그린란드가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실제 그린란드는 북극권에 위치해 군사적으로도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리적으로 러시아를 겨냥한 미사일 배치에 이상적인 장소로 빙하 아래에 미사일을 숨길 수 있어 적국이 탐지하기 어렵다는 이점도 있다. 과거 냉전 시기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약 4,000km 길이의 방대한 터널로 이뤄진 비밀기지 '캠프 센추리'를 건설했는데, 당시 이 기지에 600개의 핵미사일 발사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빙하의 불안전성에 터널 붕괴 위험이 제기되면서 1967년 폐쇄됐다.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 운하는 지금까지 지어진 구조물 중 가장 수익성이 높다"며 "전략적 수로를 장악한 중국은 사실상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면서 미국에 비해 막대한 경제적·군사적 이점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미국이 저렴한 가격에 운하 통제권을 넘겨줬음에도 파나마는 다른 나라의 함선보다 미국 함선에 더 큰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며 "파나마 정부는 모든 면에서 협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찰스 쿠퍼만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중국은 서반구 전역에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파나마 운하도 그 일환"이라면서 "미국이 운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장악한 계기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심각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고 이로 인해 선박의 물류 적체 현상이 발생하자 중국은 운하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실제로 지금 홍콩의 대기업이 파나마 운하 양 끝에 위치한 두 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NYT "트럼프의 美 우선주의는 팽창주의" 지적

트럼프 당선인의 영토 확장과 관련한 도발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그치지 않는다. 7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추가 관세를 예고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먼저 캐나다를 향해서는 "양국 간 국경은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에 불과하다"며 캐나다의 미국 편입을 재차 강조했다. 캐나다를 굴복시키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지를 묻는 말에는 "경제적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저택을 찾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고 말해 캐나다 국민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 말해 주권 침해 논란을 키웠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가 대서양과 태평양, 멕시코만 등 미국 연안에서 신규 원유·가스 개발을 금지한 조치에 대해 "취임 즉시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CNN에 따르면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군사 활동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미 특수부대를 동원해 카르텔 간부들을 제거하거나 펜타닐 제조소를 폭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팽창주의"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1898년 스페인 전쟁을 통해 필리핀·괌·푸에르토리코를 병합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식민주의와도 닮았다"며 "그때 이후로 이토록 노골적으로 영토 확장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며 동맹국을 위협한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과거 '먼로 독트린'에 빗대 '돈로(도널드와 먼로를 합친 말) 독트린'이란 평가도 나온다. 제임스 먼로 대통령은 1823년 먼로 독트린을 통해 유럽에 대한 간섭을 거부하고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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