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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되다 못해 얼어버린 중국 소비 심리, 디플레이션 서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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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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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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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CPI 상승률 0.2%, 목표치 한참 밑돌아
생산 현장 멈추고 임금 하락·고용 감소 우려
갈수록 깜깜, 연내 회복 어렵단 의견 대다수

중국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년 전과 비교해 0.1% 상승에 그쳤다. 마이너스 전환을 목전에 둔 만큼 정부 차원의 내수 촉진 총력전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이 시작됐다는 진단과 함께 고용 축소, 임금 인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CPI 하락세 전환 목전, PPI 최장 마이너스 행진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1%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상승폭(0.2%)보다 0.1%p 줄어든 것으로, 하락세 전환을 코앞에 둔 성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와는 일치했지만, 지난해 3월(0.1%)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0.8%로 시작한 중국 월간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기준)은 2월 곧바로 0.7%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3월 다시 0.1%로 추락했고. 이후 줄곧 0%대 초중반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CPI 상승률은 0.2%로 중국 정부가 내세운 물가 관리 목표치인 3%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품목별로는 식품·담배·주류 가격이 1년 전과 동일한 수준을 보이며 0%에 그쳤다. 돼지고기 가격이 12.5% 올랐지만, 다른 육류(소고기 -13.8%, 양고기 -6.1%) 가격은 모두 고꾸라졌다. 식용유(-3.2%), 신선과일(-3.0%), 주류(-2.0%) 등의 가격도 일제히 떨어졌다. 비식품 가운데선 가전제품(-3.3%)과 교통수단(-4.2%), 운송용 연료(-4.0%)의 하락 폭이 눈에 띄었다.

CPI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2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2.3% 하락했다. 전월(-2.5%)보다 0.2%p 개선된 성적이지만, 2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PPI 낙폭은 지난해 3월 -2.8%에서 6~7월 –0.8%까지 축소되는 등 플러스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10월 곧바로 –2.9%까지 확대됐고,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출 여력 낮아 만성적 공급과잉

이와 같은 수치들은 오늘의 중국 경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꽁꽁 닫히면서 CPI는 0.1% 오르는 데 그쳤으며, 제조업의 활동을 보여주는 PPI 또한 27개월째 뒷걸음질 중이다. 생산과 소비는 말 그대로 얼어붙었으며, 생산 현장이 멈춤에 따라 고용 시장까지 바닥으로 추락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악순환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순환이 체제와 관련된 시스템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120포인트 안팎을 오르내리던 해당 지수는 2022년 4월 급락한 뒤 90포인트 아래에 둥지를 틀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여파다.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봉쇄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충격까지 겹치면서 소비는 한껏 더 위축됐다.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부동산 시장에 가했던 각종 규제를 풀고, 지방 정부가 남아도는 아파트를 사들이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취약한 소비 기반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중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로 미국 등 주요국 (70% 안팎)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낮으니, 시장은 언제나 공급 과잉 상태다.

사회 배분 구조 또한 문제로 거론된다. 일반적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 기업의 이익은 정부(세금), 주주(배당), 노동자(급여) 등 3개 경제 주체로 배분된다. 탈세나 노사 갈등 같은 이슈는 이들 주체가 주어진 것보다 많은 양의 몫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하지만 중국의 노동자들은 이런 요구에 나설 수 없다. 중국 노동법에는 파업권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배분하는 몫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개별 노동자의 임금이 적으니 가계 소득을 늘리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디플레이션을 디플레이션이라 부르지 못하고

문제는 이처럼 암울한 상황이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프랑스 최대 은행그룹 BNP파리바는 중국의 GDP 디플레이터가 올해 말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봤고, 호주뉴질랜드(ANZ) 은행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계산하는 GDP 디플레이터는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물가요인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로 활용된다.

중국 내부에서는 임금 삭감이나 해고를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매출 감소가 뚜렷한 만큼 비용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염려다. 실제로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산하 연구기관 차이신인사이트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업 및 신재생 에너지 업계의 지난해 9월 직원 초봉은 2년 전인 2022년 동월 대비 10% 가까이 줄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제한하고 나섰다. 이강 전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 행장은 지난해 말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에 참석해 “(중국의) 포괄적인 가격 측정 지표가 지난 몇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진단하며 “지금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싸우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디플레이션’과 같은 민감한 용어를 사용하거나, 중국 경제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는 걸 삼가라는 경고를 받았다는 게 현지 이코노미스트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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