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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상호 방위 조약에 이어 북한군 우크라이나전 ‘전격 파병’ 중국 침묵, ‘전략적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 미국, 다자간 협력 통해 비난 여론 조성 필요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작년 내내 북한과 러시아의 깊어지는 동맹 관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상호 방위 조약까지 체결했다. 이 역사적인 관계 개선은 북한이 러시아를 도와 1만여 명의 병력을 쿠르스크(Kursk) 지역에 파병하도록 했고 미국과 중국은 비상이 걸렸다.
북러 군사 동맹으로 중국 ‘전략적 셈법’ 복잡해져
깊어지는 북러 관계를 보며 북한의 오랜 우방인 중국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새로운 전개에 대한 중국의 불편함을 들여다본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의 파병을 막아야 한다고 종용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보란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이 의미 있는 북한의 행동 변화를 불러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국제 사회의 여론을 결집해 북한의 군사 개입을 규탄하고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셈법에서 ‘자산이자 부채’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양국은 1961년 상호 방위 조약 체결 이후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중국은 지속적으로 북한 무역량의 90%를 담당해 왔다. 중국과의 무역은 ‘김씨 왕조’를 유지하는 생명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야욕만은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중국은 비핵화 노력을 지원하는 입장을 취했지만 그럼에도 한반도 정세를 어지럽히거나 자신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본격화한 북러 동맹은 중국의 입장에 또 하나의 복잡성을 더한다. 러시아와 연합함으로써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는 전략적, 경제적 대안을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얻은 자율성으로 핵 개발을 더욱 진전시켜 중국을 더욱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여기에 북한의 러시아 지원병 파견이 미국과 우방국들의 보다 강력한 견제를 부른다면 이는 중국이 가장 원치 않는 상황이 된다.
‘미국 견제에 도움되는 북러 동맹’ 중국이 반대할 이유 없어
이러한 우려에도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 양국과의 관계 유지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무기 생산에 필요한 민군 겸용(dual-use) 물자를 3억 달러(약 4,400억원)나 수출하며 서방의 러시아 제재 조치 영향력을 경감시키는 등 러시아 군수 산업 유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추가 제재를 부를 수 있는 직접적인 군수 물자 지원은 자제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전력 강화는 미국의 영향력에 전략적 균형추로 작용할 수 있다고 계산하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 역시 심각한 리스크를 제기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중국의 이해에 봉사하는 셈이 된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 이슈에만 압력을 가했을 뿐 통상적 군사 행위에는 눈을 감아 왔다. 2010년 연평도 포격이 발생했을 때나 천안함 피격 사건 때도 비판을 자제했다. 이러한 선례를 볼 때 중국이 북한의 쿠르스크 지역 지상군 파병을 비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의 이러한 계산된 반응은 대략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가늠하게 한다. 중국은 북한의 파병을 자신의 ‘전략 안보 및 핵심 이익’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의 행위를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에 영향을 주는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로 보는 미국과는 완전히 관점이 다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봐야 북한의 이해를 거스르는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 중국에 기대 버리고 ‘북한 파병 반대 여론’ 조성 힘써야
따라서 미국은 일방적인 외교 수단에 의지하지 말고 이 기회를 국제 사회 규범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낫다. 영토 주권 원칙을 내세우고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성토함으로써 미국은 전 세계를 한 편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관계가 갈수록 커지는 상호 불신으로 치달아 온 것은 중국이 미국의 일거수일투족을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 외교를 통한 노력은 유효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차라리 북한의 행위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연합을 결성하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국제적 연대가 형성된다면 중국은 북한의 행위에 대한 반대가 미국 혼자만의 이슈가 아닌 진정한 글로벌 공감대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글로벌 사우스’와 관계 강화 기회
지금은 또한 중국이 일찌감치 손을 대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아시아, 오세아니아 저소득 국가들)와의 관계 강화에 미국이 나설 기회이기도 하다. 다수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연대 형성에는 세심함이 요구되기도 한다. 니제르 공화국(Niger)과 같이 새로 집권한 군사 정부가 러시아의 직접적 군사 지원을 받는 국가도 있고, 인도처럼 러시아와의 경제적 유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자 하는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러시아의 강압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파트너들을 찾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동남아시아는 미국에 유리한 입장을 제공할 수 있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같이 지속적으로 지역 안정에 관심을 표명해 온 국가들은 다자간 성명을 통해 북한의 파병을 규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들 국가가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에 크게 휘둘리지 않아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미 국가들 역시 미중 갈등에서 편을 정하라고 압박한다며 미국을 비난해 왔지만 북러 동맹에 관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경제적 존재감이 미미해 남미 국가들이 러시아를 반대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
물론 외교적 조치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리하게 끝내거나 북한의 러시아 지원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힘을 합쳐 북한의 행위를 비판하는 국제적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뜻 맞는 국가들이 뭉치고 여기에 글로벌 사우스까지 끌어들인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돕고 일부 국가가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도 막는 정치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당장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장기적 세계 질서를 강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원문의 저자는 알렉스 리히터(Alex Richter) 미국 기업 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인턴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s silence over Russia–North Korea ties an opportunity for the U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