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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트럼프가 세계 무역 질서에 드리우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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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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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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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 심각한 위협
‘무차별’ 및 ‘호혜주의’ 대신 ‘힘의 논리’ 앞세워
국제 무역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 무너질 위기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 정책은 전후 수립된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 심각한 위협을 드리우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인 무차별(non-discrimination)과 호혜주의(reciprocity)를 거부함으로써 수십 년간 국제 무역을 지탱해 온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신 의지하는 것은 ‘힘의 논리’로 국제 경제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의 WTO와 공정 무역에 대한 무시 ‘독보적’

트럼프의 접근 방식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WTO 규칙을 무시하는 것은 최근 미국 행정부가 보여준 일관된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Biden) 행정부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유지 및 확대하면서 WTO 원칙 부합 여부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오바마(Obama) 행정부가 시작한 WTO 판사 선임에 대한 ‘자발적 비참여’는 트럼프에게 이어져 WTO의 분쟁 해결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언행은 미국이 75년 전 수립에 일조한 규칙 기반 다자간 무역 질서(rules-based multilateral global trade order)를 대놓고 거부하는 것으로 매우 독보적이다.

관세 무역 일반 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하에 만들어져 WTO로 이어진 이 시스템은 글로벌 무역 협상에서 공정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규칙 기반 글로벌 무역 시스템은 무차별과 호혜주의를 양 날개로 한다. 무차별 원칙의 ‘최혜국 대우’(most-favoured-nation, MFN)는 국적에 상관없이 동일 제품에는 동일 관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호혜주의는 관세 협상의 결과로 협상국 양쪽의 수입, 수출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자는 것이다.

해당 원칙들은 무역 협상에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착취하지 않도록 해, 보다 포용적인 글로벌 무역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 무역 시스템이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가짐으로써 약소국들이 종속에 대한 두려움 없이 무역 세계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긴 시간 동안 무역 장벽을 대폭 낮추고 글로벌 무역의 성장과 빈곤 감소에도 기여했다.

자율성과 호혜주의를 “힘의 논리로”

더 중요한 사실은 WTO의 규칙 기반 시스템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회원국들은 무역 당사국들에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한 무역 정책을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이러한 유연성은 각국이 자발적 협상을 통해 무역 개방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 일방적인 자유 무역을 강요하지 않고 관세 인하를 유도한다는 시스템의 핵심 목표와 부합한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부터 이러한 원칙에서 한참 어긋났다. 당시 윌버 로스(Wilbur Ross) 상무부 장관은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국가가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당사국에 관세 수준을 일치시키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최혜국 원칙을 폐기하는 것으로 관세 수준의 일치를 협상에 우선시하는, 힘을 앞세운 무역 방식의 대표적 사례다. 또한 무역 협상에서 세력 차이를 무력화하려는 WTO의 ‘회원국 중심’ 접근 방식을 훼손한다.

관세 이슈, 다른 사안들에 대한 ‘협상 카드’로도 활용

트럼프의 목표는 관세 이슈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관세를 이민 및 약물 규제,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의 역할 등 전혀 무관한 사안들에 이용하려는 모습이 목격되기 때문이다. 이 역시 관세를 협상 카드로 삼아 강대국이 약소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세력 기반 협상 전략을 반영한다.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방식은 관세 적용 대상의 예외가 되려는 내부 협상의 물꼬를 텄다. 이는 관세를 통해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내는 전략을 외국 정부만이 아니라 국내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적용하는 셈이다. 미국 무역 정책의 진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흔드는 일에 다름아니다.

WTO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적용하고 있는 원칙은 20세기 초반 힘의 논리에 의거한 무역 협상의 실패를 통한 교훈에 뿌리를 둔 것이다. 규칙 기반 시스템은 무역 장벽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이며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음이 분명하다. 또한 무역 분쟁 해결의 틀을 제공해 약소국들이 공정한 조건하에서 글로벌 무역에 참여하도록 도왔다. 이제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규칙의 부재는 무역 분쟁의 증가와 경제 불안정을 가중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로버트 스타이거(Robert Staiger)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Trump threatens the world trading system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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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