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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지고 미분양 쌓이고, 반도체 불황 장기화에 반세권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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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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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이천 등 반도체 벨트 집값 하락
반세권 미분양, 경기도서 가장 많아
최근 분양실적도 암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반세권'(반도체+역세권) 일대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 확대로 한때 실수요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지역 집값이 급등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속 반도체 기업의 업황 부진, 공급 과잉 등이 맞물려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반도체 벨트 집값 '뚝뚝'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호반써밋고덕신도시' 전용 84㎡는 지난달 6억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같은 해 4월에는 7억4,000만원까지 집값이 뛰었던 면적대인데 8개월 만에 1억4,000만원이 빠진 것이다.

일대 집값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같은 동에 있는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면적 71㎡는 지난 14일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6억2,4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1년 사이 4,000만원이 낮아졌다. '고덕국제신도시제일풍경채' 전용 84㎡도 지난 7일 6억1,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최고가 6억5,000만원(5월)보다 4,000만원 낮은 수준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천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하이닉스가 있는 부발읍 일대 집값이 약세다. 발읍 아미리에 있는 '현대성우오스타2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4억700만원까지 내려 3억원대를 눈앞에 뒀다. 바로 옆에 있는 '현대성우오스타1단지' 전용 84㎡도 지난해 8월 4억원에 손바뀜했는데 직전연도 12월 4억2,000만원보다 집값이 더 내려갔다.

SK하이닉스와 맞닿아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이천 시내 집값도 맥을 못 추는 것은 마찬가지다. 안흥동에 있는 '설봉2차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8월 4억7,000만원에 거래돼 집값이 4억원대로 내려왔다.

기존 집값뿐 아니라 새로 분양한 아파트 가격도 부진하다. 평택시 장당동 '지제역반도체밸리제일풍경채(2BL)' 전용 84㎡ 분양권에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매물도 있지만 여전히 무피(웃돈이 없는) 매물과 마피(가격이 분양가를 밑도는) 매물도 꽤 있다. 2026년 입주 예정인 이천시 증포동에 있는 '이천자이더리체' 전용 84㎡ 분양권 역시 무피 혹은 마피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세권 아파트, 보름 새 1억 뛰었었는데

반도체 산업단지와 가까운 부동산의 입지를 일컫는 반세권은 2023년 초만 해도 초대형 호재로 꼽혔다. 정부가 2023년 3월 15일 경기 용인시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개발 예정지 인근 아파트 매매 가격이 1~2주 사이 1억원 넘게 오르는가 하면, 정부 발표 전 매도 계약서를 썼던 집주인들이 위약금을 감수하며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용인한숲시티는 2023년 들어 3월 14일까지 체결됐던 매매계약 53건 중 15건이 같은 달 15일 이후 취소됐다. 집주인이 계약을 취소하면 위약금까지 더해 계약금의 두 배를 매수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남사읍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발표 후 계약을 취소한 집주인 대부분이 위약금보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지 거래도 급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3년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남사읍에서는 45건, 이동읍에선 44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전월 같은 기간 거래량은 남사읍 10건, 이동읍은 7건에 불과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재를 겨냥한 투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토지 개발 정보 전문 업체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보다는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주변 토지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시 전경/사진=이천시

평택·이천·오산 미분양, 경기도 전체의 절반

하지만 이들 반세권 지역은 최근 미분양 무덤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반등했던 이 지역 부동산 시장도 재차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평택에는 미분양 아파트 2,497가구가 쌓여 있다. 이천과 오산은 각각 1,600가구, 1,360가구다. 3개 지역 미분양 물량(5,457가구)은 2023년 말 대비 10배 넘게 증가했다. 31개 시·군으로 구성된 경기도 전체 미분양(1만521가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평택이 특히 심각하다. 신영씨앤디가 평택 화양지구(현덕면)에 짓는 단지는 999가구 중 852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동문건설이 인근에서 분양 중인 사업장은 753가구를 모집했지만 신청자는 280가구에 그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화양지구에서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4~5개 사업장이 특가·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천·오산 사정도 비슷하다. 롯데건설이 이천시 안흥동에서 시공하는 아파트 단지는 801가구 중 639가구가 미분양이 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오산시 병점역 인근에 공급하는 단지는 970가구 중 60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이천은 지난 3일 수도권에선 유일하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재지정됐다. 6개월 연속 지정이다.

집값이 부진하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것은 반도체 업황 악화와 시장 침체 때문이다. 평택, 이천 등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반도체 벨트 조성 계획이 나오면서 일찌감치 수혜를 받은 곳이다. 2021년엔 집값 급등기와 맞물려 가격이 치솟으며 갭투자가 활성화돼 외지인 매매 비중도 높았다. 하지만 이후 잇달아 분양이 이뤄지는 등 공급 물량이 급격하게 늘었고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 등의 공장 투자 계획 등이 틀어지자 부동산 시장 수요도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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