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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못 견딘다" 트럼프發 관세에 휘청이는 중소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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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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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때문에 납품 중단" 중소기업계의 비명
은행권도 부실 리스크에 '한숨'
중소기업 대출 문턱 높아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장벽'으로 인해 국내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관세발(發) 충격이 확산하는 가운데, 기업들에 자금을 내어준 은행권까지 건전성 위기에 내몰리는 양상이다.

국내 산업계 뒤흔드는 美 관세

8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해 10% 보편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어 9일(현지시간) 15% 상호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제품들에 총 25%의 관세가 적용되는 셈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 기지인 베트남에도 46%의 관세를 부과한다.

대응 여력이 충분치 못한 중소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지난 2월 18일부터 가동한 '관세 애로 신고센터'에는 두 달도 되지 않아 80여 건에 달하는 피해 신고 사례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실제 문제가 발생한 건은 7건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소재 A사는 매년 70만 달러(약 10억3,120억원) 규모의 산업용 펌프를 미국으로 수출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이후 아직 납품 물량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 소재 중소기업 B사의 경우 국내 대기업의 멕시코 현지 법인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납품하기로 했으나, 관세로 인해 납품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소재의 알루미늄 제조업체 C사 대표는 "미국 수출 비중이 20~25% 정도 됐는데 거의 중단됐다"며 "대안으로 인도와 접촉해 주문을 받았지만, 미국보다 20% 정도 단가가 저렴해 적자가 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단은 그걸 안 하면 (수입이) 제로라 먹고살 수가 없으니 적자라고 해도 계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건전성 리스크' 떠안아

중소기업계가 휘청이며 은행권 역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율 관세는 대미 수출품의 가격을 올려 현지 내 상품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수출품 경쟁력이 약화하면 수출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벤더)들도 생산 저하 및 경영 악화에 빠지게 되고, 중소기업계 전반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 반면 금전 융통을 위한 대출 수요는 더욱 확대된다.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 및 부실 규모가 늘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 상호관세 발표 전부터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들의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0.81%를 기록했다. 이는 금감원이 처음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 통계를 공개한 2020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중소기업 중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 사업자들의 연체율을 따로 집계한 수치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 감소세

위기를 감지한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며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은행들은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을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나서며 기업대출 공급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실적이 불안정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차주에 대해서는 공급을 조절하고, 우량 차주에 대해서는 여신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취급할 때 업종별 위험도를 반영해 대출 한도를 조정하거나, 재무 구조가 취약한 차주의 신규 여신 공급을 제한하는 등 선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관세를 비롯한 대내외 리스크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며 중소기업 대출 잔액 규모에도 변화가 생겼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63조1,922억원으로 전월 대비 0.13%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2월까지 꾸준히 지속되던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연초 대비 1.5% 줄며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0.06%, 0.05% 줄었다. 반면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0.5%, 0.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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