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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유럽과 북미에서 서머타임을 못 없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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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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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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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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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에너지 절약 vs 건강 문제’ 논란
부정적 효과 증거와 폐지 여론 ‘늘어’
폐지 후 대안 놓고 ‘이해관계 대립’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서머타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일광절약시간’(Daylight Saving Time, 이하 서머타임)은 수십 년 동안 뜨거운 찬반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저녁 레저 활성화와 에너지 절약 효과를 주장하지만 국민 건강과 생산성 등 전반적 복지에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증거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폐지를 촉구하는 연구들도 부지기수지만 단순히 ‘없애면 그만’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복잡해 보인다.

사진=CEPR

서머타임 부작용, 갈수록 ‘뚜렷’

서머타임이 도입된 배경에는 전쟁 중과 전후 에너지 절약과 경제적 효율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햇빛이 있는 저녁 시간을 연장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정책적 의도가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공조명이 난무하고 에어컨이 생활의 일부가 된 현재 상황에서 기대 효과의 충족을 바라는 것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심지어 서머타임이 에너지 소비를 늘린다는 연구까지 나왔다.

서머타임이 비판받는 이유는 에너지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많은 연구들이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이 수면과 생체 리듬을 망가뜨린다고 지적한다. 이미 수면 부족이 만성화된 현대 사회에서 인위적으로 1시간의 수면 시간을 뺏는 것은 행복감과 생산성,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머타임 시작 시기의 시간 조정은 심장마비, 뇌졸중, 교통사고는 물론 자살의 확률까지 높인다는 조사가 다수 존재한다. 의료 과실 및 직장 내 사고도 해당 시기에 증가한다. 추정에 따르면 서머타임이 수면 부족과 시간 스트레스 등으로 앗아가는 복지의 금전적 가치가 1인당 연간 750유로(약 122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생산성 저하 및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도 혼선

하지만 이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과 경제 전체도 타격을 입는다. 깃헙(GitHub, 인기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서머타임 개시 후 2주 동안 아침 근무 시간의 생산성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데 이는 시간이 흘러도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해 서머타임 시간을 자동으로 적용하는 기술이 넘쳐나지만 이 역시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의사소통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비롯, 여행 일정이 복잡해지고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말이다. 심지어는 주식 시장 및 환율 변동성과 연결시키는 연구자들도 있다.

이러한 혼란은 각 지역의 고르지 못한 서머타임 적용 때문에 더욱 커진다. 현재 전 세계 1/3의 국가가 서머타임을 적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유럽과 북미에 분포해 있다. 그런데 적용 국가 내에서도 지역적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하와이주와 애리조나주 대부분의 지역은 서머타임을 준수하지 않는다. 호주와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도 러시아와 터키를 비롯, 시행하지 않는 국가들이 다수 존재한다.

실용적 필요성보다 ‘정치적, 역사적 영향’

그렇다면 더 많은 국가가 서머타임 없이도 잘 살고 있는데 왜 일부 지역에서 이 제도가 유지되는 것일까? 답은 정치적, 역사적 배경에 있다. 실제적인 필요성보다는 국가 정체성이나 역사적 유산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위치상 서유럽에 속하지만 중유럽 시각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프랑코(Franco) 독재 정권 시절의 결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로코는 서머타임을 연중 실시하는 한편 라마단(Ramadan,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로 이슬람교도들에게 가장 신성한 시기 중 하나) 기간에만 표준시(Stardnard Time)로 되돌리는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서머타임 폐지에 대한 지지가 더 높다. 유로바로미터(Eurobarometer, EU 국가 간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럽 조사 대상자의 84%가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미국도 2/3가 찬성한다. 오히려 문제는 서머타임을 폐지한 후 어떤 시간대를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서머타임 폐지 후 대안에 대한 이견 “팽팽”

즉, 기존의 표준시가 아침 시간 활동을 늘려 건강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서머타임을 연중 실시해 ‘햇빛이 있는’ 저녁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미국 국민의 절반이 연중 서머타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도 스웨덴만이 표준시 채택을 지지하고 대부분의 국가가 연중 서머타임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렇게 여론이 분산되다 보니 관련한 입법 활동도 정체 상태다. 미국 상원과 유럽 의회가 서머타임 개정안 발의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중적 합의의 부족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해관계가 부딪친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생체리듬과 부합해 건강상 유리하다고 알려진 표준시와, 소비를 진작하고 옥외 활동을 늘려줄 것이라는 서머타임 중 어느 것을 채택해도 혜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이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특정 시간대를 유지하되 학교나 기업 등이 계절적 필요성에 맞춰 시간대를 조정하자는 중재안도 있다. 또는 한 번에 시간을 바꾸지 말고 일정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지나치게 복잡해 보인다.

서머타임 폐지론의 근거는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건강에 해롭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안의 부재가 어정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속하도록 만들고 있다.

원문의 저자는 조안 코스타 폰트(Joan Costa-i-Font)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bolishing Daylight Saving Time is easy, setting a permanent time is no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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