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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양산 창구된 계절근로자 제도, 대규모 축출 시 국내 인력 시장 재편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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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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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근로자·가족초청 제도의 허술한 관리
불법체류자 양산하고 브로커 개입 확대
유학생 유치 사활 거는 대학도 불법체류 통로로
경남 밀양시에 계절 근로자로 일하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사진=밀양시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강제 노동 실태 조사를 강화하면서 부실한 외국인력 관리가 한국 제품·농수산 식품의 수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법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특히 등록금 동결 및 지원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 속, 유학생 신분으로 들어와 불법으로 취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들에 대한 대대적 정리 작업이 현실화할 경우 농업·교육은 물론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도권보다 불법체류자 선호

21일 농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 근로자(E-8 비자) 제도는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농가에 큰 도움이 되지만, 최근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창구 역할로 전락했다. 계약 기간이 짧고 임금도 제조업보다 낮다 보니 일단 계절 근로자로 입국해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다. 계절 근로자는 입국 과정에서 브로커(중개인)에게 빚을 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빨리 갚아야 한다는 점도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의 길을 선택하는 원인 중 하나다. 통상 브로커에게 빌리는 돈은 연간 수십 %의 이자가 붙는다.

제조업에서 일하는 비전문 인력 외국인(E-9 비자)은 4년 10개월간 체류가 가능하다. 6개월간 본국에 돌아갔다 오면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어 최대 9년 8개월간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반면 계절 근로자는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 돈이 필요한 외국인 입장에선 어렵게 한국에 들어온 만큼, 불법체류를 해서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계절 근로자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근무 시간도 들쑥날쑥해 불법체류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전국 외국인 계절 근로자 대부분은 주 35시간 근무에 최저 시급(올해 기준 1만30원)을 적용해 월 140만~150만원을 받고 있다. 제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최저 시급을 받지만, 근무 시간이 길고 주말 특근 등으로 추가 수당을 챙길 수 있어 월 300만원 안팎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가족 초청 입국자도 불법체류

결혼 이민자 가족의 초청을 받아 계절 근로자로 입국한 이들이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남아 있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족 초청 비자는 국내에 연고가 있는 결혼 이민자의 가족을 초청해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도우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이탈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다. 가족이 인근에 있으면 이탈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계절 근로자 이탈률(이탈 인원을 참여자로 나눈 비율)은 2021년 17.1%에서 지난해 1.6%로 줄었다.

하지만 가족 초청 계절 근로자의 입국 절차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불법으로 입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는 크게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일할 사람을 데려오는 방법(E-8-1 또는 E-8-3 비자)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해외에 있는 가족을 초청하는 방법(E-8-2 또는 E-8-4 비자)이 있다. 지자체 초청 근로자는 지자체가 서류를 검토하지만, 가족 초청 근로자는 고용주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고용주와 연결 고리가 있는 브로커는 쉽게 외국인 근로자를 한국에 데려올 수 있다.

초청한 가족이 지역을 이탈하면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 제재 규정에 따라 추천자는 1년간 추천이 금지되고 허위로 추천하면 영구적으로 추천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이탈한 근로자는 적발 시 강제 출국되고 재입국이 금지된다. 하지만 브로커들은 결혼 이민자의 주소지를 허위로 전입 신고하는 등 서류를 조작해 고용주와 근로자를 연결하고 있다. 필요 서류를 허위로 만들기도 한다. 계절 근로자로 입국하려면 본국에서 1년 이상 농·어업에 종사했다는 증명서나 농·어업 기술 자격증 또는 학위증이 있어야 한다. 한 행정사 사무실 소속 브로커는 입증 서류에 대해 “입국하려는 사람이 현지에서 논이나 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되니 문제없다”고 말했다.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계절 근로자는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다. 이주민 단체에 접수된 외국인 근로자 A씨의 사례를 보면, A씨는 가족 초청 비자로 입국한 뒤 5개월 동안 40만원씩 총 200만원을 브로커에게 수수료로 지급했다. A씨는 추천해 준 친척(결혼 이주민)에게도 매달 20만원씩 입금했다. 서류 작업을 위해 고용한 행정사에게도 수수료를 냈다. 결국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지는 외국인 근로자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등 불법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학생은 불법 취업, 학교는 출석 조작

지방 대학도 불법체류자 양산 통로로 이용된 지 오래다. 지난해 강원도의 한 대학교수는 베트남·몽골·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유학생 112명의 출석부를 182회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유학생들은 조작된 출석확인서로 체류기간 연장·체류자격 변경 허가를 받았는데, 모두 출입국관리법 위반이다. 이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은 유학원은 유학생의 불법 취업을 알선하기도 했다. 해당 대학교수는 이달 3일 위계공무집행방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유학 비자(D-2 비자)와 일반 연수 비자(D-4)를 가진 외국인의 영리·취업 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아르바이트 수준의 단순 노무는 시간제로 취업이 가능하다. 시간제 취업을 하기 위해선 법무부에 입학 허가서·재학 증명서·한국어 능력 시험 성적 등을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은 학사 과정과 한국어 실력 등에 따라 허용 시간이 제한된다.

규정은 엄격하지만, 외국인 유학생과 이들을 고용한 업주들에 따르면 실제 이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학생이 여러 곳에서 근무하면 업주는 총 근무 시간을 알기 어렵고 유학생은 허용된 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 유학생들이 일하는 곳이 대부분 식당과 편의점이라 관할 부처에서 세밀히 관리·감독하기도 어렵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은 유학생은 지난 2023년 말 기준 2만1,437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9.5%에 불과했다. 현장에선 고용 허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는 외국인 유학생이 드물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당국의 전수조사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인력 시장이 크게 재편될 것으로 내다본다. 먼저 농가 인력 부족에 따른 노동력 단가 상승으로 농산물 가격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값싼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해 온 농가들의 인력 수급이 막히면서 고용 단가가 급등하고, 이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의존해 생존해온 지방 대학들은 의존 구조가 붕괴되며 존립 자체가 흔들릴 공산이 크다. 불법체류자들의 축출이 단순한 노동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의 생산 구조와 산업 전략 전반을 재편하는 전환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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