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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확장하는 쿠팡 로켓배송 동네 과일·채소·정육·꽃집도 바로 배달 별도 물류 투자 없이 매출 극대화

전국 단위 로켓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제패한 쿠팡이 ‘퀵커머스’ 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동네 슈퍼를 비롯해 안경점, 철물점, 꽃집 등을 플랫폼에 입점시켜 30분~1시간 만에 배송해 주는 사업이다. 도심 물류센터에 미리 쌓아둔 일부 생필품에 한해 배달해 주는 컬리 등과 다른 전략으로, 쿠팡이 전국 익일·새벽배송에 이어 동네 1시간 배송 등 전체 장보기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팡은 '전국' 이츠는 '동네' 공략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이달 들어 서울 강남구에서 시범 운영하던 ‘쇼핑’ 카테고리를 서초구, 마포구 등으로 확대했다. 향후 서울 전역으로 넓힐 예정이다. ‘쿠팡이츠 쇼핑’은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30분~1시간 안에 배달해 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다. 과일·채소, 정육, 반찬뿐 아니라 의류, 안경, 골프채, 공구 등 배송 가능 품목도 다양하다. 동네 슈퍼 등 소상공인을 플랫폼에 입점시킨 후 50만여 명의 쿠팡이츠 라이더가 상품을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쿠팡이츠의 전략은 퀵커머스 선두주자인 배달의민족, 컬리 등과는 다르다. 컬리는 도심 곳곳에 물류센터(MFC)를 두고, 사전 매입한 품목에 한해 1시간 내로 배송한다. 상품 가짓수(SKU)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배민도 도심 내 유통센터(PPC)에 미리 보관해 둔 상품을 배달해 주는 ‘B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GS더프레시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상품을 배달해 주는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쿠팡이츠처럼 소상공인까지 적극 입점시키지는 않는다. 네이버의 ‘지금 배달’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쿠팡이츠의 전략은 상품 가짓수를 단기간에 늘릴 수 있는 데다 별도 물류센터 투자 없이도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쿠팡이츠는 동네 가게에서 중개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다. 소상공인은 쿠팡이츠 입점을 통해 판로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쿠팡이츠의 퀵커머스 사업은 ‘슈퍼 멤버십’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하나로 새벽·익일배송부터 무료 음식 배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누릴 수 있게 해 소비자 이탈을 방지하는 ‘록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이번 동네 단골 가게 배송 서비스를 더했다. 쿠팡은 지난해 멤버십 비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지만 와우 회원은 2023년 1,400만 명에서 지난해 말 1,50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동네 슈퍼·꽃집·철물점 등 입점, 약국은 약사 반대로 무산
현재 쿠팡이츠는 퀵커머스 사업 확대를 위해 ‘9.8%’라는 프로모션 기간 한정 수수료를 앞세워 입점 업체를 늘리고 있다. 빠른 시간 내 주문자에게 상품을 전달해야 하는 퀵서비스 특성상 입점 판매자가 많을수록 상품구색을 늘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배달 시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 영업 대행사가 소상공인들에게 배포한 제안서에서는 △쿠팡의 1,000만 와우 고객 기반 활용 △월간활성사용자(MAU) 1,000만 명 돌파 등쿠팡을 등에 업은 록인 효과를 강조했다.
또 다른 입점 유치 판촉물에서는 라이더 애플이케이션(앱) 이용자 수가 49만 명이라고 밝혔다. 42만 명 수준인 경쟁사를 크게 앞선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안정적인 라이더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고 홍보했다. 콜센터 응대율은 99.6%, 평균 대기시간은 3초로 제시하면서 우수한 고객서비스(CS) 품질도 강조했다.
일부 쿠팡이츠 영업 대행사 입점 이후 3개월간 판매수수료를 일괄 3%로 적용하는 파격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쿠팡이츠 쇼핑의 판매수수료는 매출 규모에 따라 2.0~7.8%다. 다만 매출 하위 20% 이외 영업장은 6.8% 이상을 적용받는다. 해당 프로모션을 활용하면 입점 초기 3개월간 3.8%P 이상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원하는 소상공인에게 수수료 절감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입점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쿠팡이츠는 쇼핑 카테고리 확대를 위해 서울 강남구 내 일부 약국에도 입점을 제안했으나, 업계 일각에서 ‘쿠팡이 의약품 배송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 계획을 접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현재 약국 입점 및 판매 계획은 없다”고 했다. 유통업계의 움직임에 약사 단체가 반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다이소는 종근당건강, 대웅제약, 일양약품의 건기식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약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대한약사회는 즉각 반대 성명을 냈고 일부 약사는 해당 제약사 불매운동에까지 나선 바 있다.

플랫폼이 만든 구조, 배달 노동자 과로 강제
다만 쿠팡이츠의 퀵커머스 서비스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플랫폼이 설계한 속도·물량 경쟁과 단가 구조 등이 배달 노동자의 과로를 강제하는 환경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지난 5일 늦은 오후 40대 배달 노동자가 경기도 군포시에서 쿠팡이츠 배달 업무 도중 시내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50대 배달 노동자가 서울 반포역 인근에서 운전 중 사망했다.
라이더유니온은 6일 추모 성명을 내고 5일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쿠팡이츠 리워드 상위 그룹인 '골드플러스' 조건을 맞추기 위해 2주간 400건 이상을 배달하고, 수락률 90% 이상을 유지하며, 매주 100건 이상을 꾸준히 수행해 왔다"며 "이번 주 리워드 그룹이 8월 6일 오전 6시에 갱신된다는 점을 고려해, 그 직전까지 조건을 채우기 위해 폭염 속 심야 배달까지 이어가며 극심한 과로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누적된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겹친 상황에서, 과로를 강제하는 구조가 만든 죽음"이라며 "리워드와 수락률 조건은 단순한 인센티브가 아니라, 집중력 저하와 과로를 구조적으로 유발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수년간 산재 승인 건수 1위는 배민 자회사 '우아한청년들', 2위는 쿠팡이츠며, 쿠팡이츠는 2024년 한 해 동안 산재 '사망사고 승인' 1위 기업으로 기록됐다"며 "제조업과 건설업을 제치고 배달 플랫폼이 산재 1·2위를 점유하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