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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크리움 CEO, "SWIFT 자리 리플·XRP가 대체할 것" SWIFT, 이미 체인링크와 함께 자체 블록체인 기술 도입 중 제재 즉시 경제 마비, 서방국 권력의 상징 된 SWIFT

머지않은 미래에 블록체인이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리플(Ripple)이 막대한 XRP 보유량을 무기 삼아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SWIFT 시스템이 국제 사회에서 지니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망이 단기간 내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 업계, 'SWIFT 붕괴론' 주장
18일(이하 현지시각)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포테이토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암호화폐 자산 운용사 튜크리움의 최고경영자(CEO) 살 길버티는 최근 '폴 배런 쇼'와의 인터뷰에서 SWIFT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했으며, 그 자리를 리플과 XRP가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은행 설립 허가를 신청한 리플이 400억 개에 달하는 XRP를 대차대조표에 활용, 세계 20대 은행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길버티 CEO는 현재 은행들이 채택하고 있는 국제 송금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송금을 위해 보내는 국가와 받는 국가 양쪽의 계좌에 미리 자금을 예치해야 하는 구조는 비효율적이며, 이 같은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블록체인은 은행 대차대조표에 묶여 있는 수많은 돈을 풀어줄 수 있다"며 "은행 거래량이 SWIFT에서 리플 블록체인으로 이동하는 것은 시스템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금융' 틀에서 벗어나는 SWIFT
다만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WIFT 역시 자체적인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암호화폐 전문 매체 미터드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탈중앙화 오라클 프로젝트 체인링크의 커뮤니티 담당자인 잭 라인스는 "XRP가 SWIFT를 대체한다는 아이디어는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SWIFT가 이미 체인링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WIFT와 체인링크는 2016년 체인링크가 SWIFT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꾸준히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왔다. 2022년 9월 양사는 체인링크의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CCIP)을 활용한 초기 개념증명(PoC)을 공개했으며, 2023년 8월에는 ANZ, BNP 파리바, BNY 멜론, 시티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함께 CCIP를 이용한 PoC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SWIFT는 체인링크의 인프라를 활용해 1만1,500개 이상의 회원 은행을 퍼블릭 및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연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 금융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회원 은행들이 기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토큰화된 자산 및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과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라인스는 SWIFT가 리플의 블록체인 기술과 동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SWIFT 대비 리플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SWIFT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
SWIFT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니는 파급력 역시 리플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장벽이다. SWIFT는 은행이나 결제 처리 시스템이 아닌 금융 기관들이 국경을 넘어 안전한 거래 지시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메시징 플랫폼이다. 다른 언어와 통화를 사용하는 다양한 국가의 은행들은 오랫동안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해 SWIFT에 의존해 왔다.
문제는 SWIFT가 완전히 중립적인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6년 SWIFT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재무부에 테러 자금 추적 프로그램(TFTP)의 일환으로 거래 데이터를 은밀하게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당시, 시장에서는 SWIFT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의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했다. 이후 2012년 이란, 2022년 러시아 등 서방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들이 SWIFT 결제망에서 줄줄이 배제되며 이 같은 의혹은 사실상 기정사실이 됐다.
SWIFT에서 차단된 국가의 경제는 하룻밤 사이에 마비될 수 있다. 은행들은 고립돼 비서방 파트너들과도 돈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되며, 무역 역시 정체된다. 2011년까지만 해도 일평균 250만 배럴에 달했던 이란의 원유 수출은 2012년 미국 EU의 대(對)이란 SWIFT 제재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1년 일평균 110만 배럴까지 위축됐다. 2022년 러시아가 SWIFT 제재를 받았을 당시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줄줄이 러시아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SWIFT의 시장 영향력을 고려하면 블록체인이 SWIFT의 자리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 시장 전문가는 "SWIFT는 달러 위주의 서방국 권력을 상징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라며 "결코 손쉽게 무너질 만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SWIFT가 지난 100여 년간 쌓아 올린 시스템이 블록체인에 대체되도록 방관할 리는 없다"며 "리플이 계속해서 SWIFT의 아성에 도전할 경우,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는 피 튀기는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