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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여전히 중요한 것은 기계보다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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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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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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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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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도서국, ‘산업화 난항’
자원으로 인한 ‘비교 우위 함정’
인적 자원 육성이 ‘출발점’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 다운스트리밍(downstreaming, 생산 후반 단계로의 이동)을 논할 때 주로 나오는 주제가 공장 건설과 보조금 지급, 수출 통제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진정한 산업화는 생산 시설과 보조금이 아니라 ‘사람’을 기반으로 한다.

사진=ChatGPT

진정한 비교 우위는 ‘사람’

이것이 자원 부국들이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의 함정과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성장을 이루는 길이다. 중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 제조업의 1/3을 점유할 만큼 성장했는데, 대표적 생산품인 배터리 팩(battery pack)의 경우 생산 비용이 85%나 낮아졌다. 이는 저렴한 자본이나 놀라운 정책 때문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근로자와 엔지니어가 빠르고 저렴하며 정확한 공정을 만들기 위해 배우고, 개선하고, 반복한 덕분이다.

배터리 팩 비용(달러/킬로와트시) 및 중국 글로벌 제조업 점유율(%) 추이
주: 리튬 이온 배터리 평균 가격(짙은 청색), 중국 점유율(청색)

전통 경제학에서 비교 우위는 자본이나 값싼 노동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비교 우위는 배우고 개발할 수 있다. 기업들은 오랜 시간의 연습과 훈련 시스템, 공급망 구축을 통해 한 산업에서 핵심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

산업 성장도 ‘인적 자원의 힘’

그렇다면 다운스트리밍도 현재 시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로 보는 것이 맞다. 정부는 정책 지원을 수습생 제도, 훈련 센터, 성과 기준 등 측정 가능한 목표에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 숙련된 인력 없이 기계에만 투자하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계는 시간이 갈수록 값어치가 줄어들지만, 지식은 경험이 쌓일수록 가치가 늘어난다.

중국의 최대 장점을 꼽으라면 규모의 경제를 들 수밖에 없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줄어든다. 주문이 늘어나면 더 많은 근로자가 훈련에 투입돼 더 저렴하고 질 좋은 물건들이 생산된다. 이러한 산업에서는 임금이 아닌 축적된 노하우가 대등해야 경쟁이 가능하다. 잘 모르는 산업에 급하게 진출해 호되게 수업료를 치르는 기업들이 있는데 대부분 가동 중간과 불량품, 외국인 관리자 등이 높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원인이다. 고생해서 따라잡았나 싶으면 중국을 포함한 경쟁자들은 한 발짝 더 앞서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은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보여준다. 정부는 니켈 원료 수출을 금지하고 가공 시설에 대한 투자를 통해 배터리 재료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빠른 움직임으로 인해 니켈 가격이 무너지고 산업 전체에 정리 해고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겪고 있다.

숙련 기술 인력 부족이 ‘발목’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은 기술이다. 많은 생산 시설이 훈련받은 내국인이 부족해 외국인 관리자와 통역에 의지한다. 성숙 단계의 제조 공장은 수백 명의 숙련된 기술자를 필요로 하는데, 인력을 길러내는 데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마 규모도 있고 경험도 있는 인도네시아가 이렇다면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상황은 말할 필요도 없다.

태평양 국가들의 어려움은 자본이 아니라 규모에서 비롯된다고 하는 편이 맞다.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당 0.45달러로 동아시아의 몇 배에 달하기 때문에 시간당 기계 가동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노동 시장 자체도 작은데 수천 명의 근로자가 호주를 비롯한 해외에서 일한다. 지역 경제를 구축할 인적자원이 없는 것이다. 기술 훈련을 포함한 교육 시스템이 열악한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직업 학교에서 연간 배출하는 기술 인력으로 중간 규모 공장 하나를 채우는 것도 힘겹다. 숙련 인력 하나가 떠나면 학습 과정이 초기화된다.

태평양 도서국 에너지 및 노동 관련 지표(2024~2025년)
주: 평균 전기 요금(달러/킬로와트시), 피크 타임 산업 전기 요금(달러/킬로와트시), 파푸아뉴기니 제조업 부가가치(GDP 비율), 호주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2025년 6월)

‘인력 개발’ 중심에 놓고 ‘단계적으로’

이들 국가가 전통적인 비교 우위를 깨고 나오고 싶다면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가치 사슬을 단숨에 치고 올라가려 하지 말고, 인력 개발을 산업 정책의 중심에 놓고 단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원료 및 사업권을 통한 수입은 수습생 제도와 설비 내 훈련 센터, 내국인 관리자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소규모 경제권이라면 지역 간 기술 협약을 통해 인적자원을 공동 자산화하고 해외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다.

결론은 기술 개발을 산업 성장보다 우선시하라는 것이다. 인적 자원을 개발하기에 용이한 산업에서 먼저 시작하라. 중공업에 뛰어들기 전에 수산물 가공이나 목공처럼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엄청난 전력과 자본이 들지 않는 산업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다. 기술 인력이 늘고 재생 에너지 보급으로 비용이 낮아지면 그때 규모를 늘리면 된다.

글로벌 제조업의 발전 양상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사람이 생산 시설보다 먼저라는 것이다. 중국이 누리는 현재의 경쟁우위도 거저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인적자원에 대규모로 투자해 구축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책 당국이 물어야 하는 질문도 똑같이 단순하다. 현재 투자가 인적 역량을 키우는 데 사용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비교 우위의 함정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빨려들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reak the Rule, Build People: Why Labor — Not Capital — Determines the Fate of Downstreaming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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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