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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립' 10년 맞은 中, 대규모 국책펀드 조성 등 자금 조달 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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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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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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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간 100건에 가까운 자금 조달 발생
칩 설계부터 반도체 장비까지 광범위한 지원
정부 주도로 기술 자립·성장 동력 확보 총력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 발표 1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대만·미국 등이 첨단 반도체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 중국은 비교적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레거시(범용)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면서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속 국책펀드를 중심으로 자국 기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 조달이 이어가면서 스타트업부터 중견·대형 기업까지 기술 혁신과 공급망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리즈 A 등 초기 단계 라운드 집중

8일 대만 시장조사·분석기관 트렌드포스, 디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 약 100건에 달하는 자금 조달이 이뤄졌으며, 이 중 10억 위안(약 2,000억원)을 초과하는 투자 프로젝트가 3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자금 조달 붐은 칩 설계부터 반도체 재료·장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진행됐으며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 투자까지 다양한 단계에서 투자가 이뤄졌다. 특히 시리즈 A와 엔젤 라운드의 자금 조달이 주를 이루며 스타트업에 대한 현지 자본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일례로 치신반도체는 저전력 사물인터넷(IoT) 칩 개발에 주력하며 2억 위안(약 400억원)에 가까운 시리즈 A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울트라리스크, 하이세임, 오리텍 등도 수십억 위안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업계의 기술 혁신 경쟁에 가세했다. 자금 조달 규모 면에서도 상당한 확장이 이뤄졌다. ZCL테크와 옴니선은 각각 시리즈 B 라운드에서 74억 위안(약 1조4,800억원)을 유치했으며, 차세대 반도체 전력 소자 설계 기업 PNJ는 시리즈 A2 및 A3 라운드를 통해 총 50억 위안(약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주요 국책 펀드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5월 중국 정부는 3,440억 위안(약 64조6,720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 '제3차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기금'을 조성했다. 2014년 1차 펀드 1,387억 위안, 2019년 2차 펀드 2,000억 위안에 이어 세 번째 빅펀드로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해당 펀드는 조성 이후 중국의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와 화훙을 지속적으로 지원했으며 올해 3월에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징스와 광학 부품 기업 아코프틱스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범용 반도체 중심으로 선도국과 격차 좁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 시작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를 설정하고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과제로 공식화했다. 이후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와 물량 공세에 힘입어 철강·배터리·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높여온 전략을 반도체에도 적용했다. 그 결과 한국·대만·미국·일본이 첨단 공정에 주력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 SMIC를 필두로 글로벌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그룹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실제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매출보다도 많은 돈을 설비투자(CAPEX)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본으로 설립한 파운드리 업체의 누적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112%로, 전 세계 평균인 33%의 4배에 육박한다. 보고서는 특히 SMIC의 CAPEX 비율이 119%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2023년 SMIC의 설비투자 비용은 74억7,000만 달러로 매출(63억2,000만 달러)보다 약 18%(11억5,000만 달러) 많다.

다만 중국 반도체가 한국 등 선도국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조사기관 테크인사이트는 2023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2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IC인사이트 역시 2021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16.7%로 추정하면서 2026년 21.2%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0년 전 '중국제조 2025'가 내세운 자급률 70% 목표와 상당한 격차다. 중국이 막대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자급률 제고에 나서고 있음에도, 기술·공정 경쟁력에서는 선두권과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을 보더라도 중국은 아직 한국, 대만, 미국 등 글로벌 선도 국가들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수출 기준)을 보면 대만이 22%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20%)과 미국(18%)이 그 뒤를 이었으며, 중국은 12%에 그쳤다. 이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2022년부터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중국은 여전히 심자외선(DUV) 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에 머물러 있다.

美 대중 수출 규제가 '반도체 자립' 기폭제로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맞서 더 큰 규모의 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자금을 비롯해 세제 및 제도적 지원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EUV 장비 수입이 차단되고, 엔비디아·인텔·AMD 등 주요 기업의 고성능 AI 칩을 들여오지 못하게 되자,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체계적 구조 전환에 착수했다.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국산화 프로젝트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중앙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전략 안보의 핵심 축으로 간주함에 따라 상하이, 베이징, 선전, 청두 등 지방정부도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상하이는 집적회로 산업 육성을 위해 1,000억 위안의 모펀드를 조성해 팹, 설계, 패키징·테스트, 장비, 소재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은 65nm 이하 특수공정 라인과 EDA 생태계 구축에, 선전은 파운드리 유치와 패키징 및 테스트 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보조금과 산업 용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중국 칩 메이커 '빅 3'로 불리는 SMIC, CXMT, YMTC의 올해 설비투자액은 16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3~2024년 투자 약세 기저를 감안하더라도 금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과거부터 누적된 설비투자와 가동률 상승의 결과로 이들 기업의 올해 웨이퍼 생산능력(CAPA)은 월 800K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전방위로 구축된 공급망도 주목할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나우라, AMEC, 파이오텍 등 중국 주요 전 공정 장비 제조사들은 SMIC, YMTC 등에 납품하며 기술 수준과 양산성을 높여가고 있다. 전 공정 장비뿐 아니라 후공정 장비, 소재, 부품 업체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수가스, CMP 슬러리, 포토레지스트, 심지어 웨이퍼까지 자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육성 초기 칩 메이커 위주의 투자와 그에 따른 장비, 소재 등으로의 낙수효과를 유도한 결과, 이제는 자국 내 생태계 구축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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