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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진 경제권에 ‘가공할 수출 경쟁국’으로 자동차, 기계 분야 ‘눈부신 도약’ ‘세계의 공장’에서 ‘기술·디자인 강국’으로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세기 글로벌 무역에서 중국의 위상은 극적인 반전을 겪었다. 다수의 선진국에 교역 상대방으로 자리했던 중국은 이제 가공할 경쟁자로 부상했다. 그것도 자동차 및 기계와 같은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다. ‘경제 자립’을 슬로건으로 선진 경제권의 수입 목록과 자국의 수출 품목을 일치시키려는 전략 실행의 결과다.

중국, 선진국 ‘교역 상대국’에서 ‘수출 경쟁국’으로
산업 분야별 무역 패턴을 들여다보는 것은 일반적인 무역 통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려준다. 교역 유사성 지수(Partner Similarity Index, 한 국가의 수출과 상대국 수입 간 연관관계를 나타냄)도 그중 하나다. 해당 지표에 근거한 최근 연구는 한때 선진국이 주도했던 첨단 산업 분야를 휩쓸며 글로벌 무역 양상을 뒤바꾸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전한다.
2018년 이후 중국 정부는 수입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배가해 왔다. ‘자립’으로 표현되는 정책 변화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왔다. 첨단 제품 수입이 줄고 수출은 늘었다. 이는 유럽을 포함한 서구 선진국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기회가 줄었음을 의미한다. 운송장비 및 기계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중국의 수출 품목이 점점 선진 경제권의 수입 목록을 닮아감을 나타낸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층 격화됐다는 얘기기도 하다.
자동차, 기계 등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
수출 유사성 지수(Export Similarity Index, 두 국가 간 수출 내역의 유사성을 나타내는 지표, 경쟁 정도를 평가)와 ‘교역 유사성 지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은 유로존과 점점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자동차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일본 및 미국과도 중첩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속도는 유로존보다 느리다. 중국이 가치사슬 상단으로 올라와 전통의 제조업 강국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는 증거다.

주: 수출 유사성 지수(좌), 유럽연합(Euro area), 영국(U.K.), 일본(Japan), 미국(U.S.) / 산업 분야별 추이(우), 화학 및 관련 제품(베이지), 제조업 생산품(하늘색), 기계 및 운송장비(청색), 기타 제조업 상품(적색), 기타 산업(녹색), 전체(검정)/출처=CEPR
하지만 중국의 수입품목은 점점 EU(유럽연합), 영국, 일본의 수출 품목과 유사성을 잃어가고 있다. 기계류 및 운송장비 분야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면 중국의 자동차 수입이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2017년 기간 4.5%였지만 2023년에는 2.7%로 줄었다. 과거 중국의 첨단제품 수입에 의존하던 선진 수출국에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경우는 약간 달라 미국 수출과 중국 수입 간 유사성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기계 및 운송장비 수출 감소를 에너지 수출 증가가 상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표만 그대로일 뿐 무역 패턴은 완전히 바뀌고 있는 셈이다.

주: 교역 유사성 지수(좌), 유럽연합(Euro area), 영국(U.K.), 일본(Japan), 미국(U.S.) / 산업 분야별 추이(우), 화학 및 관련 제품(베이지), 제조업 생산품(하늘색), 기계 및 운송장비(청색), 기타 제조업 상품(적색), 기타 산업(녹색), 전체(검정)/출처=CEPR
반면 중국의 수출은 선진국의 수입 필요와 점점 더 보조를 맞추고 있다. 역시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한다. 중국이 그저 첨단 제품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소득 시장에 적극적으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주: 교역 유사성 지수(좌), 유럽연합(Euro area), 영국(U.K.), 일본(Japan), 미국(U.S.) / 산업 분야별 추이(우), 화학 및 관련 제품(베이지), 제조업 생산품(하늘색), 기계 및 운송장비(청색), 기타 제조업 상품(적색), 기타 산업(녹색), 전체(검정)/출처=CEPR
핵심 산업 ‘글로벌 수출 경쟁 심화’
이는 심대한 지정학적, 경제적 영향을 의미한다. 중국이 자동차와 첨단 제조업에서 위치를 굳건히 할수록 유럽과 일본, 북미 등 전통적 수출 강국들은 심각한 경쟁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핵심 산업 분야에서 선진국들이 경쟁 우위를 잃을수록 무역 갈등은 심화하고 산업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격화하며 보호무역 조치는 강화될 것이다.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 심화는 글로벌 시장 전체에도 파급효과를 미친다. 선진국들과 중국이 더 많은 유사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할수록 경쟁과 협력의 구분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공급 부족이나 과잉과 같이 주요 수출국 한 곳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글로벌 시장에 일파만파로 확대될 여지도 커진다.
그렇다면 이제 글로벌 무역을 분석할 때 무역 수지만 따지지 말고 산업별 양상을 비롯한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누가 누구와 교역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물품이 어떤 양상으로 거래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가치 사슬의 상단을 점유한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기술 및 디자인 강국이다. 그 결과로 수출 시장은 촘촘해졌고 전략적 경쟁은 심화했으며 전통적 교역 파트너는 언제 경쟁국으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원문의 저자는 프랑수아 드 소이어(Francois de Soyres)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 부서장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From partner to rival: The sectoral evolution of China’s trad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