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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외교·입법 올인하는 미국, ‘중국 견제 축’에 한국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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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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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양축 부상한 대만·한국
외교 움직임에 환율도 즉각 반응
하원 입법 러시, 반중국 노선 공식화

미국이 대만 주재 외교관 수를 늘리고, 중국과의 협력에 제동을 거는 입법 조치를 연이어 내놓으며 사실상 ‘친대만-반중국’ 노선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 움직임은 시장에도 반영돼 대만달러를 비롯한 동아시아 통화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 한국 역시 이 같은 구도에서 중대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는 위치에 놓이는 등 ‘전략적 삼각 구도’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미국-대만-한국’ 삼각 축 본격 작동

9일 외교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외교 전략에서 대만과 한국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사실상의 대사관 역할을 수행 중인 ‘대만 주재 미국연구소(AIT)’ 직원 수가 550명 이상으로 증가해 대만에 있는 해외 공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AIT 국장을 역임한 스티븐 영 전 미국 대사는 “2000년대만 해도 직원 수가 250명 안팎이었는데, 대만과의 관계가 중요해지면서 그에 따라 규모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동맹 강화 부문에서 대만과 한국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보수 성향의 전직 안보 진용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이 전략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의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대표적 예로, 그는 “한국의 미래는 대만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두 국가를 하나의 전략적 블록처럼 연결 짓는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반복하고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 각각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는 모양새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이중 축’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국제 무역 및 안보 질서를 흔들고, 원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편에 서면서도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대만과 한국 모두에서 반도체·방산 등 전략 산업 협력을 동시 강화하고 있으며, 공급망 보호라는 명분 아래 기술, 군사, 경제를 아우르는 실질적 연계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한미일 3각 안보 체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대만-한국’ 삼각 축이 본격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집중도는 대만의 TSMC와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동시에 묶어낸다는 점에서 전략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시각이다.

동아시아 통화 급등→시장의 외교적 시그널 해석

미국과의 관계 강화와 맞물려 대만 통화 또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마켓워치 집계에서 대만달러는 이달 1일 달러당 32.1대만달러에서 5일 29.2대만달러로 불과 2거래일 사이 9.0% 하락(대만달러 가치 상승)했다. 갑작스레 대만달러가 강세를 보인 데는 미국과 상호 관세를 협상 중인 대만 정부가 통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이 짙게 작용했다. 미국이 무역 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상대국 통화가치를 상승시키려 할 것이라는 추측 속에 대만 기업들이 달러 매도에 나서고, 동시에 대만달러를 매입하려는 자금이 유입되면서 대만 통화 강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대만달러의 초강세는 원화 등 여타 동아시아 국가 통화의 강세로도 이어졌다. 5일 미국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근로자의 날(5월 1일) 휴장 직전일인 4월 30일 서울 외환시장 주간거래 종가(1,421.0원)와 비교해 3.3%(46.8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것이다.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peg)제를 채택한 홍콩도 5월 들어 통화가치가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 홍콩달러가 달러당 7.75달러 선을 하향 돌파하려 하자, 당국은 대규모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2일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561억 홍콩달러(약 10조615억원)를 매도한 데 이어, 5일에도 605억 홍콩달러(약 10조8,500억원)를 추가로 매도하는 역대 최대 규모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아시아 통화 강세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주로 미국 달러가 약세를 거듭하는 것과 대비돼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 변동이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미국 통상정책, 한·중 관계 등에 따라 환율도 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이 개별 국가를 상대로 환율 얘기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미·중 간 협상 타결 확률이 높아졌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견제 위해 대학·기업·무역까지 전방위 입법

중국을 직접적으로 견제하고 대만을 정식 동맹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미국의 의도는 최근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서 중국과 협력하는 미국 내 조직에까지 규제와 제재를 가하는 수준으로 입법의 강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협력하는 대학에 국토안보부 지원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법안은 중국계 연구기관 및 캠퍼스 네트워크를 사실상 단절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어거스트 플루거 공화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미국 대학이 공자학원 또는 ‘천인계획’을 유치하거나 중국 관련 기관과 협력하는 경우, 국토안보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국 정부가 2008년 말부터 추진해 온 천인계획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세계적인 수준의 학자와 교수 1,000명을 유치한다는 대규모 해외 인재 유치사업이다. 해당 법안이 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중국 최고 권위의 자연과학 연구 기관인 중국과학원 등 대다수 중국 대학이 협력 금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수출품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은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빌 포스터 민주당 의원이 발의 예정인 이 법안은 미국산 반도체가 수출이 금지된 국가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지 추적할 기술을 탑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품이 수출 금지된 국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작동할 수 없도록 부팅을 막는 기술도 요구한다. 법안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6개월 이내 해당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입지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안도 하원에 발의돼 있다. 파룬궁 수행자에 대한 박해에 가담한 중국 관리들의 제재를 규정하는 ‘파룬궁 수련자 인권 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하던 ‘중국과의 최소 협력’ 가능성마저 걷어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동맹국들에도 대중 전략 선택지의 폭을 실질적으로 좁히는 압박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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