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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만, 알래스카 LNG 수출 프로젝트 '관망' "사업 타당성 필요하다" 韓도 보수적 태도 유지 대미 무역 흑자 막대한 태국은 '참전'

미국 알래스카주가 추진 중인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프로젝트 ‘AKLNG’가 암초에 부딪혔다. 대만, 일본, 한국 등 핵심 고객으로 꼽히는 아시아 주요국들이 줄줄이 사업 참여를 꺼리면서다. 다만 태국은 미국 측과 실질적인 논의를 이어가며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KLNG, 고객 확보 '난항'
9일(이하 현지시각) 알래스카주 유력 매체 앵커리지데일리뉴스는 아시아 주요국이 미국 알래스카주의 LNG 수출 프로젝트 AKLNG를 두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AKLNG는 알래스카 북부 유전 지대에서 남부 니키스키까지 약 800마일(약 1287km)에 이르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설치하고, 이를 아시아에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알래스카가스개발공사(AGDC)와 민간 파트너 글렌파른은 해당 사업을 ‘탈석탄을 추진 중인 아시아 국가들을 위한 에너지 해법’으로 포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외국 투자는 전무한 상태다. 우선 대만의 경우, 협력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확답'을 내놓지도 않은 상태다. 지난달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가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회담을 갖고 에너지 협력 관련 논의를 진행했을 당시, 양국은 ‘비공개·비구속적 의향서’ 교환 외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은 AKLNG 투자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AKLNG 일본 공동 참여’ 구상을 발표했을 당시, 실제 사업 주체인 AGDC 측은 미 상원 자원위원회에서 “일본과의 공식적인 공동 사업은 없다”고 밝히며 선을 그었다. 재팬타임스는 “일본 정부는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참여를 결정한 바 없다”고 전했으며, 오사카가스 측도 “미국산 LNG를 당분간 추가 구매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한발 물러나
한국 역시 투자 여부를 확언하지 못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자 회담을 마친 뒤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지 묻는 말에 “모든 고려 사항을 다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고, 사업 타당성이 현시점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사업성을 믿고 들어갔는데 수익이 맞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하나하나 따질 것이 많다”며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정밀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지와 LNG 수입 확대 물량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AKLNG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사업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AKLNG를 통해 동아시아 LNG 공급 가격을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6.7달러(약 9,400원) 수준까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변수를 고려하면 최종 공급가는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규모의 초기 자본을 투입하며 사업에 참여할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과거 엑손모빌 등 글로벌 기업들도 경제성 문제로 해당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정치적 안정성도 논란거리다. 알래스카 자원 개발에 관한 미국의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변한다. AKLNG의 상업 생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인 2030년에나 본격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국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지나치게 큰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만큼, 계획했던 시점에 약속된 LNG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수급 위기를 겪게 될 수 있다.

대만은 "공동 개발·수입하겠다"
다만 태국은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의미한 참여 의사를 드러낸 상태다. 8일 태국 매체 네이션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AKLNG 사업에 참여해 매년 최대 500만 톤(t)의 LNG를 수입할 계획이다. 태국 에너지부는 국영 에너지 기업인 PTT와 EGCO에 미국 측과 공동 개발, LNG 수입과 관련한 실무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쁘라섯 신숙쁘라섯 태국 에너지부 차관은 미국을 방문해 던리비 주지사를 비롯한 사업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쁘라섯 차관은 "알래스카에서 연간 LNG 300만∼500만 톤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협상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LNG 장기 공급을 확보하고 태국이 아시아의 LNG 허브가 되려는 목표를 실현할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배경에 '대미 무역 흑자'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국은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456억 달러(약 64조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면서 이른바 '최악 국가' 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태국에 36%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양국의 관세 협상은 지난달 개시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이 관련 일정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