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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노동 시장 지형 바꾸는 원격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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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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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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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 ‘고용 평등’ 촉매제로
장애인 및 가사 노동인구 채용 확대
글로벌 원격근무도 확산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팬데믹 시기 고육지책으로 도입된 원격근무가 노동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현장에서 밀려나 있던 장애인이나 가사 노동인구를 다시 불러들여 ‘고용 평등’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기간의 현상이 아닌 노동과 고용, 교육훈련의 양상을 바꿀 구조적 변화로 보인다.

사진=ChatGPT

원격근무, ‘고용 평등’ 촉진

2019년 이후 미국의 재택근무자 비율은 4배 성장해 이제 다섯 명 중 한 명은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한다. 코로나에 따른 제약이 거의 사라졌음에도 원격근무는 살아남았고 이제 일자리 참여자의 범위까지 확대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더욱 특별한데 장애인 노동가능인구 고용률은 팬데믹 이전 19%에서 작년 22.7%까지 상승해 1백만 명 이상이 직업 세계에 진출했다. 디지털 환경의 개선으로 원격근무는 대면 근무보다 더 포용적인 근무 형태가 됐고 고용주들은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

미국 인구 집단별 장애인 고용 증가 추이
주: 장애인(장애인(검정), 비장애인(적색)), 성별(남성(검정), 여성(적색)), 연령(50~65세(검정), 25~49세(적색)), 교육(대졸 이상(검정), 고졸 이하(적색)), 인종(백인(검정), 기타(적색)), 출생지(해외(검정), 미국(적색)), *좌→우, 상→하 순서, *2019년 1월=0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주부들 역시 마찬가지다. 유연한 근무 스케줄 덕분에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다. 어린아이를 둔 어머니들의 노동시장 참여는 작년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68.3% 증가했다.

미국의 장애인 고용 증가는 독특한 의료보험 제도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호주 등에서 장애인 고용은 비장애인 고용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프랑스나 스페인 등 엄격한 노동법 때문에 장애인 고용이 쉽지 않았던 나라들의 변화가 더욱 가시적이다.

국가별 장애인 고용률 변화(2019~2022년)
주: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호주(좌측부터), 비장애인(청색), 장애인(주황)

온라인 통해 글로벌로 확산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업워크(Upwork, 미국 프리랜서 플랫폼)나 오이스터(Oyster, 글로벌 인사 솔루션) 등의 플랫폼들이 프리랜서와 정규직 인재들을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업워크를 통해 180개 이상의 국가에서 연결된 프리랜서들이 수령한 임금은 작년에만 40억 달러(약 5조6천억원)를 넘는다. 상파울루에 사는 데이터 분석자가 실리콘밸리 일자리를 놓고 보스턴 거주자와 직접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노동 공급의 글로벌화는 대규모 이민에 비유할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정치적 저항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경쟁이 글로벌로 확대되며 원격근무 일자리를 찾는 수요도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작년 말 신규 채용 공고의 9%만 원격근무 일자리였는데 지원자는 전체의 16%였다. 경쟁 격화로 코딩이나 온라인 콘텐츠 관리 등 중간 수준 업무에 대한 급여는 정체되고 있지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AI가 사용자의 지시를 이행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를 제작)이나 비동기식 팀 관리(asynchronous team management, 온라인에 동시에 접속하지 않고 팀을 관리) 등 고급 기술에 대한 수요와 급여는 솟구치고 있다.

교육 시스템, 사회보장제도 ‘손봐야’

경제적 효과도 가시적이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 채용 증가가 0.25%의 GDP 추가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지는 않고 있다.

일자리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교육 시스템도 이에 맞게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학교 제도 대신 사이버보안,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 사회, 지배 구조) 준수 등의 성장 분야에서 온라인 교육을 받으면 학점이 쌓이는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정부도 물리적인 교육 시설 대신 광대역망과 온라인 평가 시스템 구축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한편 안정적인 대면 근무에 뿌리를 둔 사회보장제도는 흔들리고 있다. 국경을 넘는 온라인 프리랜싱 근무가 확대되며 정부도 어려운 선택에 놓였다. 이제 근로자들을 다시 사무실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과세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 아니면 디지털 서비스 이용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조세 제도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제 기업 경쟁력은 비용 절감이 아닌 원격근무 설계에 중심이 놓일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쪼개고 전 세계 근로자들의 시간대가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물론 탄탄한 디지털 인프라는 원격근무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이다. 문서 관리와 사이버 보안을 포함해 원격근무 환경에 투자한 기업들은 부동산 비용 절감과 글로벌 인재 채용으로 얻는 대가가 개발도상국의 최저임금 상승 부담을 넘어선다고 밝히고 있다.

원격근무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이제 부질없다. 오히려 근로자 간 불평등과 소외를 최소화하고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경제 성장과 복지 증진을 위한 길이다.

원문의 저자는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Working from home boosted growth by expanding disability employmen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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