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미군 범죄로 인한 ‘주둔국의 부담’
입력
수정
오키나와 미군 성폭행 사건 ‘일파만파’ 투명하지 못한 사건 처리가 ‘분노 일으켜’ 기지 이전으로 인한 주둔국 비용 ‘천문학적’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이 기지로 사용하는 면적은 섬 전체의 70.6%에 달한다. 오키나와가 일본 전체 영토의 1%에 못 미친다고 해도 놀라운 숫자임은 틀림없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2023년에 일본 내에서 미군 소속 인원이 저지른 범죄의 61%가 오키나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일본 내 미군 범죄 61%, ‘오키나와’에서 발생
최근에도 미군의 성폭행 사건이 지면을 장식하며 지역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물론 미일 동맹의 근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는 지엽적 사건이 아니다. 잘못하면 수십억 달러가 드는 기지 이전과 대중적 반감을 불러 남중국해의 중국과 같은 적대 세력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미군이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민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지에 대한 주민들의 사회적 라이선스(social license, 커뮤니티의 수용과 승인)에 있다. 법정에서의 판결도 중요하지만 신뢰는 투명성과 신속한 대응, 재발 방지 노력에 따라 더 일찍 결정된다.
범죄 처리 공정성과 투명성, ‘아직도 이슈’
일본 정부는 주일 미군의 범죄를 법정에서 다뤄야 할 별도 사건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 주민들에게는 각각의 사건이 누적된 반감을 다시 깨우는 계기가 된다. 일본에서는 주둔군 지위 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 SOFA) 때문에 용의자 인도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작년과 올해 오키나와 지사는 당국이 범죄 사건 처리 내용을 미국 지휘관이 아닌 언론을 통해 듣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역 주민에게 미군에 대한 신뢰성은 미국 국방부가 발표하는 통계자료가 아니라 범죄 사실 관련 정보의 빠른 공유와 독립적인 피해자 지원 여부, 재발 방지 노력의 진정성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자주 있지 않더라도 중범죄가 한번 일어나면 그동안 쌓였던 신뢰가 하룻밤에 초기화될 수도 있다.
한국, ‘효순이·미선이 사건’ 이후 기지 이전 결정
필리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1년 필리핀 상원은 자주권 침해 및 위법 행위에 대한 들끓는 분노 앞에서 미군 기지 추방을 결정했는데 몇 년이 되지 않아 중국이 미스치프 암초(Mischief Reef)를 점거하고 필리핀 선박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이후 방문군 협정(visiting forces agreement, 외국 군대가 일시적으로 자국 내에 진입하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을 맺었지만 군사적 취약성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사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2년 두 명의 소녀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자 항의와 시위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한국 정부와 미군은 기지를 서울 이남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외 미군 기지로 알려져 있다. 여러모로 효과적이라고 하지만 비용이 100억 달러(약 13조8,600억원)나 들었고 이 중 90%를 한국이 부담해야 했다.

주: 필리핀, 한국, 일본

주: 한국-캠프 험프리스, 필리핀- 방위 협력 강화 협정 시설 개선, 일본-미 해병대 공군기지 이전(좌측부터) / 비용(십억 달러, 짙은 청색), 주둔국 비용 분담률(%, 회색)
정당성 잃으면 ‘비용 증가’
두 가지 사례는 미군 주둔의 정당성이 무너진다고 해도 전쟁 억지의 필요성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지역 주민은 안심할 수 있지만 비용이 증가해 납세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
따라서 문제 해결은 외교나 법적 조치로 끝나지 않는다. 교육과 시민들에 의한 관리 감독이 필수적이다. 정책 당국은 학생들에게 주둔군 지위 협정 관련 주민의 권리와 절차, 피해자 지원 등의 내용을 가르치고 주둔군 관련 사건·사고와 관련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사건 발생 24~48시간 이내에 언론이 아닌 관계 당국을 통해 사실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
주둔군이 지역의 신뢰를 잃으면 전략적 후유증은 엄청나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기지 이전이나 추방, 전쟁 억지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지역에서의 범죄가 글로벌 안보 이슈로 확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주민의 신뢰와 전쟁 억지 노력을 하나로 보는 것이 맞다. 정부가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투자하듯, 독립적인 치료 시설과 사건에 대한 투명한 공개, 주둔군 협정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범죄 사실에 따른 처벌과 재발 방지 노력을 일상화해야 한다.
동맹이라는 것은 협약이나 무기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이 안전을 보장받고 존중과 공감을 느껴야 한다. 동북아처럼 미군의 존재가 중요한 지역이라면 중요성은 훨씬 더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Rights, Bases, and Balance: Why Sexual Violence Around Foreign Garrisons Is a Strategic Education Problem in Northeast Asia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