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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갈 길 아직 먼데’ 저출산율 접어든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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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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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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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저출산율 국가’ 합류
‘수출 주도 성장’ 타격 우려
새로운 경제 모델 “고민해야”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경제의 이면에는 우려스러운 통계가 숨어있는데, 여성들이 이전처럼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로 정의되는 합계출산율은 작년 1.91을 기록해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대체 출산율(replacement rate)인 2.1 아래로 내려갔다. 대도시는 더 심각해 호찌민시는 1.39에 머물렀는데, 이는 일본이나 이탈리아처럼 OECD 내에서도 노령화가 진행된 국가에서 보이는 수치다.

사진=ChatGPT

베트남 출산율, ‘인구 유지도 어려워’

베트남의 출산율 하락이 우려스러운 것은 시기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보통은 경제 성장을 통해 부자 나라가 되고 강력한 복지 제도를 갖춘 후 출산율 저하를 경험하는 게 일반적인데, 베트남은 현재 1인당 국민 소득이 4,700달러(약 650만원)에 불과한 개발도상국이다. 만약 생산가능인구가 2040년에 정점에 올랐다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면 그동안 수출 주도 성장을 견인해 온 청년 노동인구가 고소득 국가가 되기 전부터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베트남 합계출산율 추이(2021~2024년)
베트남 지역별 합계출산율(2024년)
주: 국가 평균, 도시 지역, 농촌 지역, 호찌민시, 남동부, 메콩강 삼각주(좌측부터)

‘생활비, 육아 비용, 주택난’ 등이 원인

베트남 정부도 올해 ‘두 자녀 정책’을 종료하고 출산율 회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보다 복잡해 보인다. 도시 생활비 상승과 긴 근로 시간, 높은 육아 비용과 주택난 등으로 가구당 한 명 이상의 자녀를 키우는 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아시아 국가로는 긴 편인 6개월의 여성 육아휴직을 제공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여성이 대부분의 자녀 양육을 떠맡고 있어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베트남 중장년 인구의 77%가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결국 부모가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돌볼 시간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역전 불가능’

여기서 한국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지원금과 주택 보조금, 출산 장려금 등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출산율 저하를 역전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10조 원에 달하는 투자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0.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생한 증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에 대한 연구 결과도 지원금의 효과가 단기에 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에게 시간과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능한 육아 시설과 유연한 근무 시간, 믿을만한 대중교통, 그리고 부모가 육아 의무를 나눌 수 있는 직장 문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출산 장려금으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대신 육아 산업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보육시설과 유치원을 확충하고 저소득 가구에 대한 보조금을 통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성 육아 휴직을 확대하고, 지나친 초과 근무를 지양하며, ‘함께 벌고, 함께 키우는’ 가족 모델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출산율뿐 아니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해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유엔 아동 기금(UNICEF)에 따르면 영유아 보육과 교육에 GDP의 1%를 투자하는 것이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베트남은 현재 수억 달러 규모에서 33억 달러(약 4조5,700억원)로 5개년간 점진적으로 투자를 늘려 갈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공공 부채가 많지 않은 베트남이 충분히 감당할 만한 규모다.

산업 생산성 높이고 노년 인구 활용해야

하지만 해당 조치에도 베트남의 출산율이 단기간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저출산율을 가정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먼저 전자 및 첨단 제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정년을 늘리거나 탄력적인 근무 형태를 통해 노년층의 노동 참여를 늘리는 일이 중요하다. 돌봄 분야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메우기 위해 선별적 이민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결국 베트남은 성장을 견인할 청년 노동인구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안 된다. 대신 적은 수의 인구가 전문성과 기술, 향상된 근무 환경을 통해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강구해야 한다.

베트남의 인구 문제는 이기심이나 서구 문화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서비스의 발전이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중요한 것은 적응이다. 효과 없는 현금성 지원에 자원을 낭비하기보다는 육아에 드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현명하다.

예상보다 일찍 인구 감소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베트남은 돌봄 산업에 대한 투자와 생산성 향상, 사회적 지원을 통해 고소득 국가로 진입할 가능성이 아직은 있다. 단순히 인구수에 의존하기보다는 적은 인구로 지속 가능한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Vietnam’s Low Fertility Before High Income: Rethinking Growth When Family Size Falls Earl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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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