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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제 이탈 선언한 서울 마을버스, 지원금·손실 구조 갈등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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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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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체계 탈퇴 선언에 ‘버스대란’ 우려
400억원대 지원금에도 운영할수록 적자
대중교통 간 경쟁 구조 속 손실 누적

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대중교통 환승 체계 탈퇴를 선언하며 구조적 손실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업계는 현재 수준의 보조금만으로는 운영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하면서도 준공영제 도입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환승 할인 구조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본 주체가 마을버스라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는 가운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손실 분담의 공정성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3년 마을버스 환승 손실액 2,367억원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마을버스운송조합은 지난 22일 인천 영종도에서 긴급 총회를 열고 ‘대중교통 환승 체계 탈퇴’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합은 환승 할인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 규모를 440억원으로 늘려줄 것을 촉구했다. 이는 애초 서울시가 제시한 412억원보다 28억원 높은 수준이다. 조합은 서울시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중교통 환승 체계를 탈퇴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버스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는 마을버스 운영업체의 적자 누적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2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마을버스 환승 손실액은 2,367억원에 이른다. 이는 환승제 미적용 시 3년간 수익금 합계액인 6,641억원에서 환승 수입금과 서울시 재정지원액 합산액(4,274억원)을 뺀 값이다.

마을버스의 운영난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돼 손실이 발생해도 서울시가 보전하지만, 마을버스는 이익과 손실을 업체가 책임지는 민영제인 탓이다. 이 때문에 마을버스 회사들은 요금 1,200원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 예컨대, 승객이 지하철(요금 1,400원)을 탄 뒤 마을버스를 타면 서울교통공사와 마을버스는 각각 754원, 646원을 받는다. 만약 환승을 두 차례 더 하면, 마을버스 정산금은 439원까지 떨어진다.

여기에 마을버스 요금 인상이 10년 가까이 미뤄지면서 운영 업체들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재정지원을 받는 마을버스 업체는 최근 10년 동안 크게 늘었다. 2015년 32곳에서 2019년 59곳으로 조금씩 증가하더니,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에는 100곳으로 전년 대비 2배가량 뛰었다. 다만 이후로는 2022년 118곳으로 정점을 찍고 차츰 감소하는 추세다.

차고지에 정차 중인 마을버스들/사진=서울시

업계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재 서울시가 환승 손실금 일부를 보전하고 있지만, 운영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1대당 하루 운송수입(카드+현금+광고수입)이 재정지원 기준액보다 적은 업체에 대해 버스 1대당 월 23만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올해 재정지원 기준액은 약 48만6,000원이다. 조합은 재정지원 기준액을 51만원으로 높이고, 지원 한도액은 2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 중이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준공영제’ 도입에는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해 주는 대신 운영 투명성을 위해 수익 구조를 공개하는 제도로, 이 같은 방식이 과도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게 마을버스 업계의 지적이다. 일각에서 마을버스 업계가 지자체의 보조금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관리·감독은 피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심지어 지난해엔 74%에 달하는 업체가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며 이 같은 비판에 힘을 실었다. 서울시의 조사에서 작년 마을버스 업계 수입금은 2,343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140개 업체 가운데 흑자(보조금 포함)를 낸 곳은 2022년 25개 사에서 2023년 69개 사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전체의 103개까지 증가했다. 반면 보조금을 받고도 적자를 면치 못한 회사는 지난해 29개 사로 줄었다.

그러나 이는 업계 내 고착한 불균형 구조에서 기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 서울시의 보조금 분배 기준이 ‘실제 손실’이 아닌 ‘예산 추계’에 근거해 일괄 지급되다 보니, 손실 규모가 큰 업체에 집중 지원되지 못하는 한계가 작용한 것이다. 일부 대형 노선을 보유한 사업자의 흑자 폭은 커지고, 비인기 노선을 위주로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자는 점점 더 큰 적자를 떠안는 식이다.

‘공정한 손실 분담’ 필요성 ↑

마을버스 업계가 ‘환승 체계 탈퇴’라는 초강수를 예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 교통수단은 승객 회전율이 높고 운송 거리도 길어 비교적 수익이 안정적이지만, 통상 짧은 노선과 고정된 이용자층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마을버스는 동일한 제도 아래에서 환승 수요가 많을수록 더 큰 손실을 떠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통합체계에 묶여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소규모 업체들은 이중고를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환승제는 처음 도입 당시 시민들의 이동 편의성과 교통비 부담 경감을 핵심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실제로 버스-지하철 간 환승 할인은 시민들에게 체감 가능한 혜택을 제공했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런 ‘통합 요금제’가 교통수단 간 손익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환승제의 공정한 손실 분담 구조’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통합 교통체계가 지속되기 위해선 모든 교통수단이 일정 수준의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마을버스에 손실이 집중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운송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서울시가 실질 손실에 따른 정산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 한 마을버스의 환승제 이탈 움직임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제도 설계 당시 간과했던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시민 편의와 운영 지속 가능성 모두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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