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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건강 대혁명 시동’ MAHA 위원회 “식품·제약·IT 대기업, 아동 건강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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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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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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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보건장관 주도 '미국 다시 건강하게' 보고서
"超가공식품·약 과잉 의존, 아동 만성병 원인일 수도"
백신 접종 일정·안전성 등 관련 연구 강화도 촉구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부 장관이 공개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보고서/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주도로 구성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MAHA)' 위원회가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소아 비만 퇴치 캠페인 ‘렛츠 무브’ 이후 15년 만에 미국 아동 건강 전반을 다루는 보건부 차원의 보고서다. 위원회가 미국인들의 건강 악화 배경으로 초가공식품, 환경 유해물질, 디지털 기술, 과잉 진단 및 약물 처방 등을 지목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관련 산업이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가공식품이 아동 만성병 원인

22일(현지시간) MAHA 위원회는 6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 아이들을 ‘역사상 가장 병약한 세대’로 지목했다. 이번 MAHA 보고서를 보면 40%가 넘는 미국 아이들은 만성 질환을 최소한 하나 이상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아동 건강은 이전보다 크게 악화했다. 아동 비만율은 6세 이상 기준 20%를 넘어섰는데, 1970년대에 비하면 270% 뛴 수치다. 청소년 당뇨 전(前)단계 유병률도 25% 이상을 기록했다. 4명 중 1명은 당뇨 발병 위험군이라는 의미다. 아동 암 발병률 역시 1975년 이후 40% 증가했다. 자폐 스펙트럼 같은 정신적 질병도 8세 기준 31명 가운데 1명 수준으로 늘었다.

미국 보건부는 이런 만성 질환 원인으로 먹거리를 꼽았다. 특히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UPF)이 문제였다. 초가공식품이란 과자, 컵라면, 탄산음료, 냉동 피자 등 가공 정도가 특히 높은 식품을 말한다. 향료, 착색제, 유화제 등 식품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압출·변형·튀김 등의 공정을 거치고, 맛을 내기 위해 색소·인공 첨가물·감미료·방부제 등이 다량 들어간다. 원재료 식품의 형태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 아이들은 전체 칼로리 가운데 약 3분의 2를 초가공식품에서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마니아는 이 비율이 1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미국과 식습관이 유사한 영국도 이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다. 미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NIH)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높은 상위 3분의 1 그룹 아이들은 하위 3분의 1 그룹 아이들보다 지방간 위험이 1.75배, 인슐린 저항성 위험이 2.44배 높았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부 장관이 2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MAHA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백악관

SNS 많이 할수록 우울증 심각

보고서는 이와 함께 일부 정신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약물들을 포함, 의약품에 대한 과잉 의존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농작물에 살포되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포함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살충제가 어린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케네디 장관의 '백신 회의론'과 '백신 위험론'이 직접 보고서에 적시되진 않았지만 백신 관련 '의문점'을 해소할 연구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소아 백신 접종 일정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신과 만성 질환 간의 연관성, 백신 접종에 따른 부상의 영향, 백신 접종 일정과 관련한 '이해충돌'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제한적이었다"며 "이 분야들은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생활 습관 면에서 미국 어린이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활동 부족, 스크린(휴대전화 등) 사용,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팀 사춘기 이전 어린이의 소셜미디어(SNS) 사용과 우울증 간 연관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 SNS를 더 많이 사용하는 어린이일수록 우울 증상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청소년 뇌 인지 발달 연구(ABCD Study)에 참여한 9~10세 어린이 1만1,876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의 SNS 사용 시간과 우울 증상 등의 관계를 3년간 추적 관찰하는 방식이었다. 연구 기간 아이들의 SNS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7분에서 73분으로 늘었다. 그러자 우울 증상은 무려 3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둘 사이 관계를 분석한 결과 SNS 사용 시간이 평균치 이상 증가할 때, 우울 증상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 변화 전망

이전까지 미국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는 주로 아동에게 어떤 식품을 먹여야 하는지 영양 공급 기준을 설정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보고서는 식단을 설정하는 수준을 넘어, 식품 질과 유해 환경 제거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CBS는 “식품, 농업, 제약 산업 관련 로비스트들이 이번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공격적인 단어를 빼기 위해 맹렬히 로비를 벌였다”며 “보고서에는 초가공식품과 잠재적으로 해로운 식품 성분에 대한 새로운 임상시험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구체적인 제안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보건부는 100일 이내로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한 정책 권고안을 발표해야 한다. 권고안에는 주로 학교 급식 기준 재검토안, 초가공식품 규제안, 어린이 대상 식품 광고 규제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그런데 미국은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이자 IT 대국이다. MAHA 보고서 이후 미국 시장이 변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에서 섭취를 권장한 저당·저염·무첨가 제품은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글로벌 식품 기업들은 제품을 새단장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A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어린이 식품을 중심으로 무첨가나 친환경 요소를 강조한 ‘클린 라벨’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어 ABC는 “유기농·자연식품으로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반대로 고과당 옥수수 시럽과 합성 염료 규제로 식품사 매출이 5~10%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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