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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XMT·YMTC, 생산량 빠르게 확대하며 시장 공략 범용 D램 DDR4 가격 상승세 추가 호재 될까 DDR5·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도 '도전장'

중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글로벌 시장 내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 수년 사이 급속도로 확대된 생산 물량을 발판 삼아 시장 점유율을 대폭 제고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물량 공세
2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CXMT의 D램 생산 능력(웨이퍼 투입 기준)은 올해 3분기 기준 72만 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만 장) 대비 약 70% 확대됐다. 연간 기준 D램 웨이퍼 생산량은 지난해 162만 장에서 올해 273만 장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CXMT의 월평균 D램 생산량이 10만 장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점유율 역시 급속도로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 컨설팅업체 첸잔 자료에 의하면, 2020년 0%대에 머물렀던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까지 늘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이 올해 말 12%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글로벌 반도체 조사 전문기관인 테크인사이츠의 댄 허치슨 부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CXMT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빠른 성장세로 ‘스노볼 효과’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메모리 부문에서 한국이 일본을 몰아낸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YMTC가 물량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낸드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YMTC는 지난해 1분기부터 중국 우한 2공장의 생산량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YMTC의 우한 2라인 낸드 생산량은 웨이퍼 기준 올해 2분기 13만 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 장)보다 2배 이상 늘었다. YMTC의 전체 낸드 생산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확대됐다.
DDR4 가격 급등, CXMT 전략 변화는?
시장에서는 향후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성장세가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XMT 등의 주력 제품인 범용(구형) D램 DDR4 가격이 급격히 뛰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DR4 16기가바이트(Gb) 제품의 가격은 지난 5월 23일 개당 평균 5.6달러(약 7,800원)에서 지난달 20일 11.5달러(약 1만6,000원)로 4주 만에 100% 이상 뛰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DR4 가격이 4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범용 D램 가격은 중국발(發) 공급 과잉과 전방 수요 침체로 인해 급락하다가 올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줄줄이 DDR4 생산 중단을 결정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우려한 PC와 정보기술(IT) 장비 제조사들이 재고 비축에 나선 결과다. 이에 지난 2월 전년 대비 15.7%까지 떨어졌던 범용 D램 수출 증가율은 3월 27.8%, 4월 38.0%, 5월 36.0%, 6월 1~20일 25.5% 등 4개월 연속 20%를 훌쩍 넘겼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DDR4 생산 계획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CXMT는 서버 및 PC용 DDR4 제품의 생산을 내년 중반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라면서도 "DDR4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실질적인 생산 중단 시기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도 DDR4 점진적 생산 중단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CXMT의 '기술 도약' 계획
중국 기업들이 첨단 메모리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CXMT는 DDR4를 넘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DR5 D램 양산까지 성공한 상태다. 테크인사이츠 등 일부 시장조사 업체는 중국이 한국보다 기술적으로 3~4년가량 뒤처진다는 시장 평가와 달리 CXMT의 DDR5 성능이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CXMT의 DDR5 제품 수율은 8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의 추격도 매섭다. CXMT는 최근 HBM3(4세대 HBM) 샘플 개발을 완료하고, 다수의 중국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함께 테스트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캠브리콘(Cambricon), 바이렌 테크놀로지(Biren Technology), 일루바타 코어엑스(Iluvatar CoreX) 등 중국 유수의 AI 기업들이 CXMT와 파일럿 계약을 체결했다는 후문이다. CXMT는 연내 HBM3 시제품 공급을 시작하고, 2026년 초 고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장 주력 제품인 HBM3E(5세대) 제품은 오는 2027년 중 출시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 CXMT의 기술 격차는 2~3년 이내까지 좁혀질 것으로 예측된다. HBM3E는 현재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거래처인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이 지연되며 아직 납품조차 시작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