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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펜타닐 美에 보내는 사람은 사형" 트럼프의 강경 발언 지난 5월 대화 의지 드러냈던 中, 이번에도 협조할까 日까지 중국산 펜타닐 밀수로 '골머리'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미·중 무역 협상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사회가 마구잡이로 유입되는 중국산 펜타닐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만큼, 펜타닐이 향후 진행될 양국 간 논의에서 유의미한 '협상 카드'로 떠오를 수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중국산 펜타닐 '정조준'
21일 정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펜타닐의 치명적인 밀매를 모두 중단하라(End Fentanyl Deaths Act)’라는 이름의 법안에 서명하고 백악관에서 펜타닐 처벌 강화 법안 서명식을 개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중국에서 펜타닐을 만들어 우리나라(미국)로 보내는 사람들에게 사형이 집행될 것”이라며 “나는 그 일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에 20%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나는 이것(관세 부과)을 ‘처벌(penalty)’이라고 부른다"며 "왜냐하면 중국이 많은 펜타닐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무분별한 중국산 펜타닐 유입에 대한 불만을 재차 드러낸 가운데, 외신 등은 이 같은 미국의 행보가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보도에서 펜타닐이 향후 양국 간 협상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진행된 관세 완화, 수출 통제 해제 논의에 이어 펜타닐이 '3단계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공상은행(ICBC) 수석 재무 담당자인 마테오 지오반니니는 SCMP에 “전통적인 무역 사안은 아니지만, 펜타닐이 미국 내에서는 국가 안보와 공중 보건의 핵심 이슈로 격상된 만큼 양자 협상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펜타닐은 18~45세 미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中의 향후 대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접한 중국은 펜타닐 문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기존 입장만을 반복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펜타닐 문제는 미국의 문제이지 중국의 문제가 아니며, 책임은 미국 스스로에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며 “미국이 진심으로 중국과 협력하길 원한다면 객관적 사실을 직시하고 평등·존중·호혜의 방식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차후 중국이 관련 사안에 무조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5월 중국 정부가 스위스에서 진행된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한 차례 대화 의지를 드러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에 중국 사회안전 분야 최고위 책임자인 왕샤오훙 공안부장 겸 국가마약방지위원장을 포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왕 부장의 중국 협상단 참여가 중국이 펜타닐 문제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윈선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는 당시 WSJ에 "왕샤오훙의 (중국 대표단) 참여는 펜타닐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미·중 간 무역 협상에서 (펜타닐이) 핵심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이 (펜타닐) 협력에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는 중국 측의 무역 협정에 대한 간절함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美 넘어 日까지 엮였다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에서 중국산 펜타닐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 역시 중국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펜타닐 밀수와 관계된 중국 업체인 ‘후베이 아마벨 바이오테크(이하 아마벨)’와 일본 나고야시 소재 법인 ‘퍼스키(FIRSKY) 주식회사’가 인적∙물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도했다. 후베이성 우한의 화학 제품 업체인 아마벨 간부들은 미국에 펜타닐 원료를 불법 반입한 혐의로 올해 1월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바 있다. 퍼스키는 아마벨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던 작년 7월 갑자기 청산됐다.
닛케이는 미국 재판 자료 등을 조사해 아마벨에 자금을 출자한 '일본의 보스' 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해당 인물에 대해서는 “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남성으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에 거주한다고 소개하고 있다”며 "일본과 중국, 미국 등 18개 업체의 주주이고, 퍼스키 주주이자 대표"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마약 당국인 마약단속국(DEA)은 이번 사안의 핵심이 되는 이 인물을 쫓고 있지만, 아직 행방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닛케이는 퍼스키가 100% 출자했다고 밝힌 우한 자회사에서 지난해 7월 퇴임한 감사와 미국에서 펜타닐 관련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아마벨 간부의 성명이 동일했다고 밝혔다. 퍼스키의 영업 담당자가 아마벨 관련 회사 측과 같은 소셜미디어 사용자 이름을 사용했으며, 홈페이지에 올린 공장 사진이 일치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유럽 조사 기관은 닛케이의 이 같은 취재 결과를 검증한 뒤 '아마벨과 퍼스키는 같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