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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실패 인정’ 단통법, 공짜폰 부활 가능성에 시장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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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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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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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보조금 ‘전면 해방’ 선언
알뜰폰 직격탄, 위약금 리스크도
시장 통제 한계 고스란히 드러내

이동통신 시장 내 과열된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1년 만에 폐지된다. 요금할인과 보조금이 동시에 가능해지며 공짜폰이나 소위 ‘성지’ 매장이 다시 등장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은 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다. 이와 함께 시장에선 위약금 폭탄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제도가 막으려 했던 가격 왜곡과 정보 비대칭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짜폰·성지 재등장 등 시장 판도 변화 기대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2014년 10월 도입된 단통법이 22일 폐지를 앞두고 있다. 이에 소비자 사이에선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간 보조금 경쟁 활성화로 판매처별 가격 비교가 유의미해질 것이란 기대감 또한 커지는 모양새다.

당초 단통법은 이동통신 시장 내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소위 ‘호갱’ 논란을 일으킨다는 판단에서 도입됐다. 일부 매장이 고액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간 불공정을 초래한다는 게 당시 정부의 판단이었다. 유통망 전반의 혼란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정부는 단말기 출고가와 보조금 상한선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이통사가 지원금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유통점이 지급할 수 있는 추가 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는 시행 직후부터 효율성과 실효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통점의 가격 경쟁을 억제해 소비자의 실익이 저해되는 것은 물론, 통신사들 역시 마케팅 활동의 제약을 받아 단말기 판매 촉진이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동시에 제조사와 통신사의 유통 협업도 둔화되면서 업계 전반의 경쟁력 저하를 둘러싼 불만 역시 끊이지 않았다. 통신시장 투명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단통법은 이처럼 가격·유통 구조의 경직성과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스마트폰 출고가와 상관없이 보조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으며, 통신사들은 다시 가격 경쟁에 나설 여지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보조금 규모에 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과거와 같은 극단적 보조금 경쟁이 부활할 가능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단말기 실구매가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소비자 사이에서는 ‘성지’로 불리는 특정 매장에서의 특가 판매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소비자에겐 기회이자 리스크, 마케팅 과열 조짐도

단통법 폐지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요금할인과 보조금의 동시 적용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25% 요금할인 또는 단말기 지원금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요금할인을 받으면서도 별도의 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현재 LG유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5G 라이트+’ 요금제(월 5만5,000원)는 25% 요금할인을 적용하면 월 4만1,250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이는 동일한 조건(데이터 14GB 소진 이후 1Mbps 속도 데이터 무제한)의 알뜰폰 업체 LG헬로모바일 ‘5G 라이트 유심 14GB’ 요금제(월 3만6,300원)보다 5,000원가량 비싼 수준이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사가 15만원의 추가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2년간 매달 6,250원의 추가 요금 할인 효과가 생긴다. 결국 LG유플러스 요금제가 LG헬로모바일보다 1,300원 더 저렴해진다.

이 같은 변화는 자금력이 충분한 이통3사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중소 규모의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치명적인 불균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알뜰폰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와 온라인 중심의 간편한 개통 절차를 무기로 시장을 확대해 왔지만, 보조금 경쟁에서는 대형 통신사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의 경쟁력 부족이 약점으로 지목되면서 알뜰폰은 다시 ‘틈새 서비스’ 수준으로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조건적인 수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액 보조금이 제공되는 조건을 보고 계약을 체결한 후 일정 기간 내 해지 시 막대한 위약금이 부과되는, 이른바 ‘위약금 폭탄’ 사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일부 매장에서 특정 조건으로 고액 보조금을 지급한 뒤, 조기 해지를 유도하거나 페이백 지급 시점을 늦추는 등의 소비자 피해가 다수 발생한 바 있다. 이번 단통법 폐지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음에도 제도적으로 이를 사전 차단할 장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나아가 보조금 지급 기준이 복잡해지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비판 또한 제기된다. 단말기 출고가, 요금제 등급, 약정 기간 등에 따라 보조금 규모가 천차만별이 되면, 실질적인 가격 비교가 어려워지고 특정 유통점만의 ‘은밀한 할인 정보’에 의존하는 풍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단통법 폐지로 통신 시장이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정보 강자만의 시장으로 퇴행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으로도 이어진다.

소비자 피해 우려에 정부는 “모니터링 강화”

앞서 언급했듯 단통법은 과열된 보조금 경쟁을 완화하고, 통신시장 전반의 가격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11년 동안 통신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조금은 제한됐지만 요금 체계는 별다른 구조적 변화가 없었고, 특히 고가 요금제를 기준으로 한 보조금 지급 체계가 유지되면서 저렴한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됐다. 결과적으로 단통법은 가격 거품 해소보다는 시장의 자율성과 유통 생태계에 제약을 가하는 ‘부작용 중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통신 업계는 물론 소비자 단체들 역시 “제도는 남았는데 현실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요금할인 vs 보조금’이라는 이분법적 선택구조는 소비자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작동했고, 결국 시장 활성화라는 목표에도 부합하지 못했다. 여기에 법 도입의 배경이 된 불법 보조금 지급도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화 전략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인식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폐지 결정에 10년이 걸렸다.

일각에선 단통법 폐지로 고액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며 특정 매장의 특가 정보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사 지원금은 개별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유통점 지원금이 업체 재량에 맡겨지는 만큼 이용자 정보력에 따른 스마트폰 구매비용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특정 유통점이 성지인 것을 알고 찾아온 이용자에게만 추가 지원금을 주는 등 불공정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에 정부는 시장혼란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동통신사 등이 참여하는 대응 전담 조직을 주 2회 이상 운영해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 강화할 예정”이라며 “향후 통신사와 유통점의 개통지연 등 이용자 가입 제한, 중요사항 미고지, 고가 요금제·부가서비스 이용 유도 등 금지행위 위반행위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반 확인 시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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