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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도 반대에도 티베트 메가댐 착공, 아시아 ‘물 패권 전쟁’ 본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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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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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조 투입, 사상 최대 수력발전 프로젝트
고고도 환경 활용 에너지 효율 극대화 구상
인도·방글라데시 '생존권 위협' 강력 반발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가 들어설 중국 티베트 얄룽창포강/사진=바이두

중국이 약 230조원을 투입해 티베트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년 넘게 지연된 댐 건설 프로젝트가 마침내 추진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강이 방글라데시를 관통해 인도와 합류한다는 점이다. 인도 등 하류 국가들은 중국 수력발전 프로젝트로 인해 주변 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중국이 '물'을 무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얄룽창포강 하류 수력발전 프로젝트 착공식

2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19일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시짱(티베트) 자치구 린즈시에서 '얄룽창포강(중국명 야루짱부강·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 하류 수력발전 프로젝트' 착공식을 개최했다. 중국전력건설그룹(POWER CHINA)이 해당 프로젝트를 맡았으며 오는 2033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규모 축소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해당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이면서도 전기차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산업용 전력 공급 부족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티베트 자치구를 비롯한 낙후된 서부 지역 개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 당국은 이 프로젝트로 티베트 자치구에 연간 200억 위안(약 3조9,000억원)의 수입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약 10년 전부터 얄룽창포강에 수력발전을 위한 댐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티베트 고원 지역에서 발원한 얄룽창포강은 히말라야산맥의 빙하와 눈이 녹은 물이 주수원이며 길이는 2,840km에 달한다. 얄룽창포강은 또 5,000m가 넘는 세계 최대 협곡을 보유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이 협곡을 흐르는 강의 한 구간은 협곡 50㎞ 이내에서 2,000m 높이로 떨어지는 급격한 낙차 구간이다. 이 낙차는 수력발전을 위한 엄청난 잠재력을 제공한다.

동수서산’ 전략, 티베트로 확장

특히 '동수서산(東數西算, 중국 동부 지역의 데이터를 서부 지역에 가져와 처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 있어 얄룽창포강은 수력발전의 최적지로 평가된다. 지난 2022년 가동된 동수서산 프로젝트에 따라 지난달부터 중국은 티베트 고원에 최첨단 컴퓨팅센터 '야장-1(Yajiang-1)'을 가동하며 지속 가능한 슈퍼컴퓨팅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티베트 자치구의 도시 샤난(Shannan)에 위치한 이 센터의 초기 단계에서는 256개 이상의 고급 컴퓨팅 서버가 배포돼 총 2,000페타플롭스(초당 200경회 부동 소수점 연산)의 처리 능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티베트 얄룽창포 컴퓨팅테크놀로지컴퍼니와 지방 정부가 공동 개발한 이 시설은 '고지대 디지털 경제'를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야장-1은 동수서산 전략을 티베트로 확장하는 첫걸음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티베트의 독특한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다. 높은 고도는 자연적으로 낮은 온도를 제공 냉각 수요를 줄이고, 풍부한 태양열, 수력,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는 운영 비용을 절감한다. 샤난시 투자진흥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발 3,600m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때 컴퓨팅 요구와 생태 보호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전 세계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장-1은 혁신적인 '태양광 발전+폐열 회수+고효율 냉각'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 통합 접근 방식은 업계 최고의 전력 사용 효율(PUE) 등급을 1.3 미만으로 유지해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40% 더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페타플롭스 규모의 야장-1 센터가 최대 용량에 도달하면 중국 동부에서 연간 400만 시간의 AI 교육 시간을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3억2,000만kWh의 전기를 절약하고 연간 28만 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평가다. 투자국에 따르면 2만 5,000㎡(약 7,500평) 규모의 현장 태양 전지판에서 연간 48기가와트시(GWh)의 청정 전력을 생산해 환경 발자국을 더욱 최소화했으며, 첨단 폐열 회수시스템을 통해 서버 폐열을 인근 시설의 건물 보온에 활용해 연간 1만2,000톤의 석탄 소비를 줄였다.

'물 무기화' 우려 속 새로운 갈등 양상

문제는 얄룽창포강이 인접 국가인 방글라데시와 인도 북동부로 흐르는 강이라는 사실이다. 얄룽창포강은 티베트 칭짱고원에서 발원해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거쳐 벵골만으로 흘러가는 남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국제 하천이다. 이에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하류 국가들은 "상류 초대형 댐 건설이 우기 홍수와 건기 가뭄을 심화시킬 수 있어 수자원,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면서 공식적으로 중국에 하류 국가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거대한 댐을 개발하려면 남차바르와산(해발 7,782m)을 통과하는 길이 20㎞의 터널을 최소 4개 뚫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얄룽창포강의 흐름까지 바뀔 수 있어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겪는 물 부족 사태가 심화되거나 홍수와 산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티베트에서 발원해 윈난성을 거쳐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흘러가는 메콩강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중국은 메콩상 상류에 댐을 대거 건설했고, 지난 10여년 동안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등 메콩강을 공유하는 주변국들이 물 부족에 시달렸다. 뿐만 아니라 댐 건설로 인해 하류 지역에 영양공급 감소, 어류 이동 저해, 식생 붕괴 등의 부작용이 잇따르며 연쇄 생태계 교란을 불러오고 있다. 얄룽창포강을 중심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변국 어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주변국들은 중국이 얄룽창포강 상류에 여러 개의 댐을 건설해 놓고 이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중국은 주변국과 잘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주변국의 불만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과 사사건건 대립해 온 인도는 얄룽창포강 댐 건설에 강하게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앞서 인도 외무부는 중국 당국이 해당 프로젝트를 승인하자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우리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임시 봉합된 국경분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국은 지난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른 바 있으며, 2020년 6월에는 히말라야 서부 갈완계곡에서 양국군간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양국은 최근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지명 문제로 또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가뜩이나 앙숙인 두 나라 사이가 이번 댐 건설 프로젝트가 도화선이 돼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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