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GA 투자까지" 외형 확장 나선 흥국생명, 종합금융사 자리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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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M&A 및 투자로 외형 확장에 박차 종합금융사 도약 통해 태광그룹 성장 동력 마련할까 일각에서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복귀설도 제기돼

태광그룹 산하 생명보험사 흥국생명이 법인보험대리점(GA) 메타리치에 투자한다. 이지스자산운용 등 금융 기업 인수전에 속속 뛰어들며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이례적으로 GA에까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흥국생명의 행보가 태광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흥국생명의 외형 확장 행보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최근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인보험대리점 메타리치에 전략적 지분 투자 방식으로 100억원을 투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GA 빅딜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직접 인수 대신 투자를 통해 시장 참여 폭을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흥국생명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을 내놓는다. 보험사가 GA에 직접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사례가 드문 데다, 흥국생명이 이미 2023년 자회사형 GA인 HK금융파트너스를 설립한 바 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올해 상반기 중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도 참여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내세운 소호은행 컨소시엄은 기존 3개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목표로 삼았다. 흥국생명은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성과 위험 대비에 힘을 보태겠단 계획이었으나,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 지난달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국내 1위 부동산 펀드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앞서 이지스운용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중순 예비 입찰 참여사들을 심사해 흥국생명과 한화생명, 외국계 사모펀드(PE) 1~2곳을 숏리스트(인수 적격 후보)로 선정했다. 숏리스트에 오른 업체들은 내달 말 본입찰에서 최종 가격을 제시할 예정이며, 최종 인수자는 올해 연말께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효과는?
시장에서는 흥국생명의 사업 확장이 '종합 금융사'로서의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태광그룹이 경쟁력을 잃은 섬유와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금융 부문을 낙점했다는 평가다. 실제 이지스자산운용을 품에 안을 시 태광그룹은 '보험-자산운용-리츠'로 이어지는 자체 투자 생태계를 완성하며 금융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된다. 국내 재계 순위도 현재 50위권에서 30~40위권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서 승기를 거머쥘 시 운용자산이익률 제고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바탕으로 대규모 자산을 운용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자산운용사에 지급하는 위탁 수수료를 줄이고 내부 운용 효율을 강화할 시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
기존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들과 이지스자산운용의 시너지도 주목할 만하다. 올 상반기 기준 태광그룹의 금융 계열사는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흥국리츠운용, HK금융파트너스,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이다. 이들 계열사와 이지스자산운용의 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금융 사업이 태광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M&A 릴레이, 이호진 복귀 신호인가
문제는 연이은 투자와 인수전이 그룹의 의사 결정 구조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 영역이 넓어질수록 위기 대응, 자원 배분, 리스크 관리 등 분야에서 오너 부재 리스크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흥국생명의 외형 확장이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련의 투자 행보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복귀 신호'라는 주장이다. 태광그룹은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이며, 대규모 투자 집행이나 그룹 미래 전략 수립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 역시 복귀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태광산업은 자회사 티투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AK홀딩스로부터 애경산업 지분 63%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컨소시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애경산업의 기업가치를 약 7,000억원으로 책정, 현재 시가총액인 약 4,000억원 대비 2배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태광그룹의 외형 확장을 '복귀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GA 투자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FI) 성격이 강하고,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역시 최종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흥국생명 측도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보험사는 보험 손익과 투자 손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메타리치 투자는 지분 투자 차원에서 가능성을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