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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진입 눈앞에 둔 스테이블코인, 주요국 디지털 통화 패권 경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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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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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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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씨티·BofA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 추진
美 하원, 이르면 이번 주 '지니어스 법안' 통과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달러 영향력 강화 시도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글로벌 금융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암호자산 제도권 편입을 위한 ‘지니어스(GENIUS) 법안’ 통과를 눈앞에 둔 가운데, JP모건·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대형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결제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주요 은행들도 유로화 기반 토큰 인프라를 확대하며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디지털 예금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등을 두고 고심 중이다.

JP모건, 고객 전용 스테이블코인 'JPMD' 발행

15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스테이블코인의 매력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참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일반 결제를 두고 왜 굳이 스테이블코인을 써야 하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우리는 예치 기반 코인과 스테이블코인 모두에 대해 이해하고 면밀히 다루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지난달 이미 고객 전용 스테이블코인 ‘JPMD’를 출시했다. ‘예금 토큰(deposit token)’이라 불리는 JPMD는 상업은행의 예금을 디지털화한 개념으로 사용자는 24시간 연중무휴 결제와 이자 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다만 승인된 기관 투자자만 사용할 수 있어 일반 대중에게 개방된 기존 스테이블코인과는 차별화된다. JP모건은 “온체인 디지털 자산 결제와 국경 간 거래에 JPMD를 활용할 수 있다”며 “향후 JPMD를 이용해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로 발전하면 기존 예금 상품과의 상호교환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결제 시스템인 자동이체나 스위프트(SWIFT)보다 빠르고 저렴한 결제 수단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씨티그룹, BofA 등 미국 주요 대형은행들도 속속 스테이블코인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날 “씨티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입하는 다양한 전략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토큰화된 예금과 암호화폐 자산 수탁 서비스(custody)가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 역시 최근 스테이블코인 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유럽 금융권도 디지털 자산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Banco Santander)은 유로 및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고객 대상 암호화폐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독일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는 자산운용 부문과 연계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은 자회사를 통해 기관투자자를 위한 폐쇄형 네트워크 기반의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상용화했다. 또한 유럽결제협회(EPC)는 다국적 은행의 실무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운영 방안을 모색 중이다.

英 베일리 총재 "전통 화폐 디지털화 추진해야"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유럽은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견제에 나서는 모습이다. 13일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토큰화된 예금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보다 전통 화폐의 디지털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대신 토큰화된 예금을 도입하고,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일리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미 하원이 지난 14일부터 한 주간을 '크립토 위크(Crypto Week)'를 선언하며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현재 하원에서 진행 중인 크립토 위크에서는 규제의 틀 밖에서 발행·유통돼온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법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법안은 '미 스테이블코인의 국가적 혁신을 위한 지침(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이른바 '지니어스(GENIUS) 법안'이다. 60쪽 분량의 이 법안에는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엄격한 규제 방안을 담았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실제 소유자를 감추기 쉽다는 가상화폐의 특성 탓에 돈세탁, 범죄 자금 결제 등에 악용될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주 미 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니어스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포함됐다. 우선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을 정부가 인가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은행의 자회사, 법안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시켜 연방·주정부 인가를 받은 미국 회사, 미국에 버금가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적용 중인 국가의 회사 등으로 자격을 한정했다.

또한 지니어스 법안은 은행 수준의 공시·감사를 의무화했다. 준비금 현황은 등록된 회계 법인을 통해 확인한 후 매월 공시하고, 매년 감사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도록 했다. 돈세탁, 범죄 자금 악용을 막기 위해 자금세탁방지법, 제재 관련법 등 미국 은행에 적용하는 까다로운 범죄 예방 관련 연방법을 동일하게 준수하도록 했으며, 계좌 보유자의 신원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 등도 담았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임원진과 이사회에는 금융 관련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게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美, 스테이블코인으로 새로운 금융 시스템 설계

지니어스 법안을 계끼로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디지털 통화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는 법정화폐를 담보로 삼는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성을 바탕으로 이미 국제 송금과 디지털 자산 거래, 탈중앙화 금융(DeFi) 등에서 핵심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USDC, USDT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서 이미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나타난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 변화는 이런 흐름에 더욱 속도를 붙이고 있다. 미국은 CBDC 대신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체계를 택했고,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시장 친화적인 접근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도 디지털 시대에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의 CBDC가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견제하는 동시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글로벌 통화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지니어스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은 단순히 관리자·감시자를 넘어 새로운 금융 네트워크에서 '설계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자본 적정성, 준비금 요건, 공시 의무 등 금융기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기존 암호화폐 시장의 무질서한 환경을 제도권 중심으로 재편하게 만든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은행과 핀테크 간 경계는 점차 희미해지고, 글로벌 결제·송금 인프라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되는데 미국은 이 과정에서 디지털 산업의 룰 세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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