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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분양 1만 채 반값 매입, 공공개입에 ‘시장 왜곡·건설사 이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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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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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HUG가 환매조건부 매입
‘반값 기준’에 사업성 붕괴 우려
재건축도 단가-분양가 괴리 고심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아파트 1만 호를 반값에 매입하는 조치에 나선 가운데, 구조적인 수요 부진과 건설 원가 상승 환경 속에서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지방 건설사 부도가 급증하고, 신규 착공이 끊기면서 ‘공공이 사주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구조가 고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부동산 시장의 지역 양극화 및 일본식 슬럼화 가능성 또한 제기되는 분위기다.

건설사 유동성 단기 해소 목적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함께 내달 ‘미분양 안심 환매’ 사업 매입 공고를 낼 계획이다. 미분양 안심 환매는 지방에 소재한 준공 전 미분양 물량을 HUG가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고, 준공 후 사업주체인 건설사에 되파는 방식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방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고, 사업자의 자구노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 정부 추경안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 방안에 담긴 해당 내용은 지방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마련됐다. 핵심은 공정률 50% 이상 지방 아파트를 분양 가격의 50%에 사는 것이다. 건설사는 이 아파트를 준공 후 1년 이내에 되살 수 있으며, 이땐 당초 매입가인 분양가의 50%에 HUG가 매입비용을 조달하는 데 쓰인 세금 등 최소 실비용을 더해 지불해야 한다. 만약 준공 후 1년 내 환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HUG는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아 공매 등을 진행한다.

예컨대 특정 건설사가 최초 분양가 4억원인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경우, HUG는 분양가의 50%인 2억원에 해당 물건을 매입한다. 이후 준공 뒤 1년 전까지 건설사가 미분양 해소 노력을 통해 3억원에 매수 희망자를 찾게 되면, 건설사는 HUG에 ‘2억원+HUG가 매입비용을 조달하는 데 쓰인 실비용’을 지불하고 매수 희망자에게 3억원을 받고 판매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는 분양 가격의 50%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미분양 물량 또한 줄일 수 있다.

동일한 형태의 미분양 환매 사업은 앞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한 차례 시행된 바 있다. 당시엔 1만9,000가구 규모로 사업이 진행됐고, 이 가운데 96.3%가 환매됐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현재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 매입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후 공공임대 활용 등 방안은 가격 협상 등에 있어 한계가 뚜렷한 게 사실”이라고 짚으며 “반면 이번 사업은 환매 방식을 통해 건설사 자구노력을 유도하고 지방 미분양 적체도 해소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처가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HUG가 미분양 물량을 대량 매입한다고 해도 지방 미분양의 주요 원인인 수요 부재와 입지 경쟁력 약화 같은 구조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토부 주택통계에 의하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5월 기준 6만6,678호에 달한다. 이는 1월(7만2,624호)과 비교해선 6,000호가량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다.

지방 분양 시장에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 미달률은 1순위 기준 41.9%에 달했다. 특히 지방의 청약 미달률은 역대급 수준을 나타냈다. 전라남도는 95.1%의 미달률을 기록하며 분양 물량 대부분이 주인을 찾지 못했고, 부산(77.7%)과 광주(76%), 대구(68.8%), 대전(67.8%), 울산(53.3) 등 광역시도 절반 넘는 물량이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남았다.

수익성 확보 어려운 구조 속 건설사 신규 착공 기피

여기에 정부의 미분양 매입 방안이 장기적으로는 ‘반값이 정상가’라는 인식을 고착시키는 등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파트 한 채를 건설하는 데 1억5,000만원이 투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윤을 고려해 2억원에 분양을 시도해도 정부가 절반 가격만 인정하면 결과적으로 적자를 떠안게 되는 구조인 탓이다. 준공 후 1년 이내에 되살 수 있다는 조건 또한 분양이 가능한 시장에서만 유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 건설사들의 이탈은 이미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27곳에 이르며, 이 중 85%가 지방에 기반을 둔 업체들이다. 2020년대 이후 건 원가가 계속 오르는 반면, 분양 가격은 수요 부족과 정책 개입으로 제약받으면서 사업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업체가 늘어난 결과다. 국내 주택시장이 대부분 선분양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민간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많은 건설사가 지방 신규 착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기존에 확보한 부지를 정리하거나 사업을 중단했으며, 정비사업조차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무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지역 연고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장 수주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고, 그 결과 지방에서 나름 상급지로 불리는 곳들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기피 현상이 일시적인 조정 국면이 아니라 일정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은 지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매입 가격이 민간 시장의 기준처럼 인식되면, 건설사는 향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에는 발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지방 주택시장이 ‘미분양 증가 → 공공 매입 → 민간 이탈 → 공급 축소’라는 악순환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손해 감수하고 공급 나설 이유 없어”

심지어 최근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공사비 대비 분양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공사 선정이 지연되거나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정부는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는 등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단가와 분양가 간 괴리가 해소되지 않아 현실 적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외곽 지역에서는 분양가 자체가 낮고 수요마저 제한적인 탓에 민간 건설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할 유인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부동산 시장이 ‘가격 회복’이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전제로 버틸 수 있는 시기는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집값이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공사비를 억지로 낮춰야 수익이 나는데, 지금으로선 두 조건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건설사가 수도권 중에서도 알짜 사업지에 집중하거나, 사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급화 단지로 방향을 선회하는 추세다.

이는 다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일본식 ‘지방 슬럼화’ 경로를 밟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고령화와 수요 이탈, 공급 축소가 맞물리며 지방의 주거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민간 건설사의 사업 동력도 급격히 약화하는 추세다. 이처럼 민간의 참여 없이 공공만이 주택을 공급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시장의 자생력 또한 위협받는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만큼 정부 개입의 범위와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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