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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주요 경제학자 엘-에리언 "파월, 연준 독립 수호하려면 사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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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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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이례적 '파월 사임' 주장 제기돼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에 흔들리는 연준 독립성
실제 해임 시 금융 시장 혼란 가중 전망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월가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중앙은행 독립성 수호를 위해 사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의 청사 리모델링 논란 등을 앞세워 파월 의장을 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 시장에서도 사임 여론이 점차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월가에서 등장한 '파월 사임론'

22일(이하 현지시간) 모하메드 엘-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 학장 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만약 파월의 목표가 나 역시 필수적이라고 보는 연준 운영의 자율성을 수호하는 것이라면 그는 사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엘-에리언은 채권 운용으로 유명한 핌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인물이자, 월가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주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내 견해가 파월 의장이 내년 5월 임기까지 남아야 한다는 (월가의) 일반적인 견해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게 최선책도 아니다"라면서도 "(파월 의장이 사임하는 것이) 연준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확산하는 현 상황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하며 파월 의장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파월 의장이 선제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연준의 독립적 성격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엘-에리언은 "시장 반응에 관해서라면, 파월 의장의 후임자로 자주 거론되는 후보자들 대부분이 잠재적인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파월 의장의 후임자 후보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이 꼽힌다.

백악관, 파월에 전방위 압박

파월 의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지배적인 월가에서 돌연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연준의 '청사 호화 리모델링 논란'이 있다. 앞서 지난 10일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연준이 청사 리모델링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지출해 관련 규정 위반이 의심된다며 파월 의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연준이 옥상 정원, 인공 폭포, 귀빈용 엘리베이터, 대리석 장식 등을 설치한 탓에 공사 비용이 초기 계획보다 7억 달러(약 9,655억8,000만원) 늘어난 25억 달러(약 3조5,000억원)나 들었다는 게 백악관과 공화당 일각의 주장이다. 아울러 보트는 연준이 예산 초과에 따른 변경 사항을 연방 기관인 국가수도계획위원회(NCPC)에 알리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시장은 백악관의 이 같은 행보가 파월 의장의 해임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 찾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연준의 존립 근거인 연방준비법은 연준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도 정당한 사유 없이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부패 등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임기가 만료되기 이전이라도 해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의 공사 비용 문제를 빌미 삼아 '덫'을 깐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중앙은행의 권위가 실추될 바에는 차라리 파월 의장이 사임해 트럼프 행정부에 직접적인 경고를 보내는 것이 깔끔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리모델링 논란을 기회 삼아 지난 15일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내용의 편지 초안을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편지는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비공식 회동 중 공개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파월 의장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며 해임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는 전언이다.

연준 의장 교체의 '후폭풍'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해임이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은 낮다는 평도 나온다. 연준 의장의 교체는 자국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임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16일 미국 주식과 달러화, 미국 장기 국채 가격은 줄줄이 급락(=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단기 국채 가격은 급등(=국채 금리는 급락)했다. 사실상 미국 금융시장 전반이 막대한 충격을 받은 셈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부랴부랴 파월 의장의 해임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후 22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해임론에 대해 "그가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며 “그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이며, 끝까지 마치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조기 해임 필요성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베선트 장관이 해당 발언을 통해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그 결과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3% 초반대로 떨어졌고,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한때 97.303까지 하락하며 이달 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원화뿐만 아니라 유로, 엔, 위안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 역시 줄줄이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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