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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청소년 대상 불법 대부 행위인 일명 ‘대리입금’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오는 21일부터 12월 2일까지 경기도 내 고등학교 11곳에서 ‘찾아가는 불법 사금융 피해상담소’를 운영한다.
피해상담소 운영은 사전 협의된 날짜별로 학교 내 임시 상담 창구를 마련해 불법사금융 수사 전담 수사관들이 학생들과 자유 대담 방식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직접 피해상담·접수, 신고·구제 절차 등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방침이다. 대리입금이란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이돌 관련 상품(굿즈)이나 게임 아이템 등을 구입할 돈을 빌려주고 수고비(이자) 등을 받는 행위를 일컫는다.
대리입금 광고, 올 8월 말까지 3,082건 '금감원 대처 미흡 지적'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청소년에게 고금리로 사채를 빌려주는 불법 대리 입금 광고가 8월 말까지 3,082건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대리입금 광고는 2019년 1,211건, 2020년 2,576건, 2021년 2,86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추세다.
대리입금은 대부업자들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콘서트 관람권, 아이돌 관련 상품(굿즈), 게임 아이템 등을 구입할 10만원 안팎의 소액을 단기간(2~7일)에 초고금리로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이자를 의미하는 '수고비'는 대출금의 20~50%, 연체료를 의미하는 '지각비'는 시간당 2,000원에 이른다. 이를 연이자로 환산 시 1,000~ 5,000%에 육박한다. 이는 법정이자율(연 20%)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불법 사금융 행위다.
작년 9월 경기도가 중·고등학생 대상 청소년 불법 대출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6%가 대리입금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리입금이 사회적 문제가 됨에 따라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과 경기 남·북부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는 민생사법경찰단을 통해 올 1월부터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양정숙 의원은 불법 대리입금을 단속 및 예방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의 책임을 물었다. 양 의원은 "금감원이 2020년 생활지도 활동 4차례와 교육 동영상 제공 외에 2021년부터는 아무런 활동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0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불법 금융 행위 자동 적출 시스템'은 언제 가동할 것이냐"고 강하게 지적했다.
금감원, "음성적으로 이뤄져 실태조사 어렵다"
이에 금감원은 교육청에 불법 대리입금 문제에 대한 협조 공문을 전달했으며, 방송통신심위위원회·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대리입금 광고를 적극적으로 차단 조치하고 피해사례에 대해 신속히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리입금 피해 신고 코너를 신설하는 등 방안도 내놓았다.
아울러 청소년·학부모가 대리입금의 위험성 및 대응요령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홍보·교육, 학교 등의 현장교육·생활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은 "대리입금은 대부분 10만원 미만의 소액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친구, 지인 등을 가장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실태조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의 주장처럼 대리입금 자체가 불법 사금융 행위인 만큼 이를 이용한 청소년들은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중에서도 대부분 협박에 취약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가족이나 친구의 연락처를 요구하거나 연체했을 경우 개인정보를 SNS에 유포하겠다는 협박도 일삼기 때문이다. 이에 매년 수천 건에 달하는 대리입금 광고와 달리 실제 피해 신고 건수는 2020년 4건, 2021년 1건에 불과하며, 2022년에는 단 1건의 신고조차 없었다.
성착취 범죄로 이어진 대리입금, 강력한 단속 필요
일례로 2021년 일어난 대리입금 사건에서는 SNS를 통해 알게 된 여고생 A씨에게 업자가 월 30%의 이자율을 제안하며 부모와 친구의 연락처, 학교 등의 정보와 알몸 사진을 요구했다. A씨는 업자로부터 70만원을 빌렸으나 6개월 뒤에는 이자만 200만원으로 불어났다. 돈을 갚기 어렵다고 업자에게 말하자 업자는 A씨에게 알몸 사진을 인터넷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했고, 이에 A씨가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 남을 돈을 갚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듯 대리입금이 단순 채무 관계에 그치지 않고 미성년자 성 착취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담보나 신용 등이 보장돼야 가능한 만큼 신용불량자나 미성년자 등 누구나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는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순진한 청소년들은 자칫 이런 감언이설에 속아 올가미에 걸려들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불법사금융의 위험성을 알림과 동시에 대처 방법 등을 가르치는 금융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민법상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친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대리입금은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청소년이 임의로 체결한 계약인 만큼 민법에 따라 취소가 가능하며 계약 취소 시 이자 또는 연체료를 갚을 의무가 없다. 불법 사금융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 지금, 보다 철저하고 강력한 대책과 단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