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테슬라 이어 xAI와도 동행? 머스크 생태계 연결로 파운드리 판도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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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달러 규모 AI 칩 생산 계약 논의
머스크 “삼성 생산 칩 역대 최고될 것”
투자 확대에도 수율 리스크는 ‘여전’

삼성전자가 xAI와 인공지능(AI) 칩 생산 협상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시장 내 입지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7월 테슬라, 8월 애플에 이어 xAI까지 고객사로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테크 수주 ‘삼각 편대’를 완성하게 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 같은 대규모 수주를 바탕으로 수율 개선과 성과 입증에 성공한다면, 단순 점유율 확대를 넘어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의 판도를 바꿀 분수령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내 입지 강화 청신호
9일(이하 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xAI와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규모의 AI 칩 생산 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는 지난 7월 테슬라와 체결한 165억 달러(약 22조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AI 칩 공급 계약에 이은 것으로, 협상이 성사된다면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신공장은 머스크 AI 생태계의 핵심 생산 기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xAI는 자사의 생성형 AI ‘그록(Grok)’을 구동할 맞춤형 반도체(ASIC) 개발을 추진 중이며, 최근 전문 인력 채용 공고를 내며 이 같은 계획을 공식화했다. 특정 연산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춘 ASIC는 대규모 AI 모델 훈련과 추론 과정에서 대비 전력 효율과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현재 xAI와 오픈AI 등 다수의 기업이 ASIC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은 삼성전자와 TSMC 등 소수의 첨단 파운드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xAI의 협의를 두고 “아직 테이프아웃(설계 완성과 제조 이전 단계)에 이르지 못한 초기 국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성사될 경우엔 삼성전자의 고객 포트폴리오와 파운드리 시장 내 입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여전히 40~45% 수준에 머물러 있어 70%에 근접한 경쟁사 TSMC와 큰 격차를 보인다. 수율 안정성 확보가 늦어질 경우, 대규모 계약이 지연되거나 일부 물량이 경쟁사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국 정치 리스크도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이 현지 건설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다. 실제 지난 4일 미 당국의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으로 조지아주에서 진행 중이던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은 공사가 전면 중단됐고, 향후 가동 일정에도 큰 차질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타 기업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미국 내 숙련 인력 부족과 정치적 변수의 결합이 향후 최대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머스크 생태계 전반으로 파급 예상
이런 가운데서도 머스크 CEO는 자사가 설계한 AI 반도체 칩의 성능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낙관적 전망을 펼쳤다. 그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테슬라 AI5 칩 설계팀과 훌륭한 검토를 마쳤다”며 “AI5는 대단한 성능을 보여줄 것이고, 뒤이어 나올 AI6는 단연 최고의 칩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현재 AI5는 대만 TSMC에서 위탁 생산 중이며, 내후년 양산 예정인 AI6는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된다.
머스크는 이번 발언에서 테슬라가 그동안 병행하던 두 가지 칩 아키텍처를 단일 고성능 칩으로 통합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실리콘 인재가 하나의 칩 개발에 집중하게 됐다”며 효율적 개발 환경을 강조했다. 이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전용 칩과 범용 AI 칩을 각각 개발하던 전략을 접고, 고성능 범용 칩으로 통합해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전기차 전문 매체 테슬라라티는 “AI6는 단순한 차량용 반도체를 넘어 다양한 AI 산업군에 걸친 핵심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당 칩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택시 ‘사이버캡’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지원하고, 나아가 슈퍼컴퓨터 ‘도조’의 일부 역할을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 CEO 역시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듯 “AI5는 2,500억 파라미터 이하 모델용 최고의 추론 칩이 될 예정이고, AI6는 이를 훨씬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성능 향상에 대한 자신감을 거듭 드러냈다.

기회이자 압박, 신뢰 회복 분수령
양사의 협업이 확대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공장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7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핵심 엔지니어를 파견하고, 공정 라인 구축에 필요한 첨단 장비를 발주하는 등 가동 준비에 한창이다. 해당 공장은 최대 4개의 클린룸을 갖추고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최대 7만 장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으로, 삼성전자는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빅테크 상대 영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가 추산한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 총투자액은 최대 500억 달러(약 68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 구도 속 위치를 재정렬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경쟁사인 TSMC가 자국인 대만과 일본 구마모토, 미국 애리조나를 잇는 다거점 생산으로 리스크를 흡수한다면, 삼성전자는 평택과 테일러 ‘투 트랙’ 증설로 대응하며 북미 고객 접점을 넓히는 식이다. 텍사스 공장의 양산 시점이 다가오고, 라인 캐파가 구체화될수록 테슬라에 이은 xAI 등 후보국의 실제 발주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관건은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다. 삼성전자는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전환 과정에서 수율 확보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텍사스 신공장이 계획대로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안정적인 수율을 달성한다면 판도는 달라진다. 특히 테슬라나 xAI처럼 장기적인 AI 로드맵을 가진 기업들은 웨이퍼 단위에서 안정된 양품률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연구용 소량 샘플과 달리 자율주행, 로보틱스, 초대형 AI 모델 훈련 등에서 중단 없는 칩 공급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의 수율 성과는 머스크 생태계와의 협력 성패는 물론,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내 신뢰 회복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