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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중국의 제조업 질주, 교육이 향후 판도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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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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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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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압도적 생산능력으로 세계 제조업 표준 주도
생산 확대가 기술 학습과 산업 구조 재편을 가속화
미국, 인력 양성 부진과 생산성 정체로 경쟁 구도에서 뒤처질 위험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년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29%를 차지했다. 이는 차순위 네 나라의 합계를 웃도는 규모다. 단순한 점유율을 넘어선 이 수치는 글로벌 제조업의 운영체제를 좌우하는 힘을 보여준다. 공정의 기준을 누가 정하고, 가격을 누가 규율하며, 어떤 기술이 미래 공장에서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을지를 결정한다. 효율성의 문제로만 보거나 관세와 보조금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시다.

오늘날 제조업 경쟁력의 본질은 인재를 얼마나 빠르고 대규모로 양성하느냐에 있다. 세계의 공장은 이미 실용 공학, 메카트로닉스, 전력전자, 생산 소프트웨어의 중심지로 바뀌었다. 한국과 미국, 독일, 일본이 교육과 훈련을 산업 전략의 핵심으로 두지 않는다면 기술적 우위는 더 이상 장담하기 어렵다.

사진=ChatGPT

경쟁 구도의 변화

냉전 시기에는 미국의 생산성이 압도적이었다. 효율성이 앞서면 규모 확대가 뒤따랐고, 이를 통해 미국은 세계 제조업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오늘날의 구도는 다르다. 이제는 대규모 생산이 먼저 이뤄지고, 이를 통해 학습 주기가 단축되며 자동화 비용이 줄어 효율성이 창출된다.

2023년 중국은 전 세계 신규 산업용 로봇의 절반 이상을 설치했고, 로봇 밀집도에서는 독일을 추월해 세계 3위에 올랐다. 동시에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2024년에는 전 세계 배터리의 75% 이상을 생산했고, 국내 가격은 1년 만에 30% 가까이 하락했다. 2030년이면 확정된 생산능력이 자국 수요의 두 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수출 가격을 장기간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배터리 제조 전 과정의 표준을 중국이 사실상 주도하도록 만들고 있다.

반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제조업 생산성은 사실상 정체 상태였다. 훈련과 감독, 공정 엔지니어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관세와 보조금만으로는 격차를 줄일 수 없다. 경쟁의 핵심은 시설 건설이나 보호 정책이 아니라 인적 역량이다.

2023년 세계 최대 제조업 경제 규모-총생산 비중(왼쪽 그래프), 부가가치 비중(오른쪽 그래프)(단위: %)
주: 중국(CHN), 미국(USA), 일본(JPN), 독일(DEU), 인도(IND), 한국(KOR), 이탈리아(ITA), 프랑스(FRA), 대만(TWN), 영국(GBR), 나머지 국가(RoW)

교육을 외면한 전략의 한계

중국은 세계 최대의 직업교육 체계를 운영한다. 9,700개 이상의 직업고등학교에 약 1,780만 명이 재학 중이고, 1,500개가 넘는 고등직업대학은 기술자와 준엔지니어를 길러내고 있다. 국제 특허 출원 건수에서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STEM 졸업생과 엔지니어를 대규모로 배출한다. 로봇 확산과 기술 훈련이 결합하면서 신입 인력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고, 관리자는 더 빨리 숙련을 축적하며, 협력업체는 국내 표준을 따라 세계 기준을 확산시킨다.

한국, 독일, 일본은 일부 분야에서 여전히 강점을 보인다. 그러나 중고도 수준의 복잡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중국이 숙련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 단순한 효율성 개선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교육 역량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서구의 산업 전략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미국도 같은 압력을 받고 있다. 첨단 연구개발과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강점을 유지하지만, 연구 성과를 대규모 생산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원활하지 않다. 수습생 수는 10년 전 31만8,000명에서 2024년 68만 명으로 늘었고,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한 지역사회대학 중심 훈련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수요에는 한참 못 미친다. 첨단 반도체 공장 하나만 가동해도 수천 명의 기술 인력이 필요한데, 현행 프로그램은 수백 명 규모에 그친다. 매년 수천 명 단위의 메카트로닉스·공정 기술자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도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1995~2000년 세계 총생산에서의 제조업 비중 추세(단위: %)
주: 중국(CN), 미국(US), 일본(JP), 독일(DE), 이탈리아(IT), 프랑스(FR), 영국(GB), 캐나다(CA), 중국 제외 상위 10개국 합계(Top 10 ex CN)

소프트파워의 약화

냉전은 단순한 생산성 경쟁이 아니었다. 미국 체제에 대한 신뢰가 국제 질서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2024년 미국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는 감소세를 보였다. 의회에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려는 논의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파트너 국가와 대학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국제 협력은 교육 분야에서 결정적이다. 교수 교류, 표준 개발, 직업훈련 현대화, 자격 인정 같은 네트워크는 대규모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기반이다. 이 연결망이 약화되면 서구는 외교적 영향력뿐 아니라 제조업 경쟁력의 토대도 잃게 된다.

교육이 좌우하는 경쟁력

앞으로의 경쟁은 인재를 얼마나 빠르게 길러내고 숙련을 고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미국, 독일, 일본은 과거의 노동집약적 모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술자·공정 엔지니어·현장 관리자를 효과적으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대학과 기술학교는 장비업체와 협력하고 기업 연계형 유급 훈련을 운영하는 실습 중심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

수습 제도 역시 강화돼야 한다. 프로그램을 분산시키지 말고, 일정 비율의 수습을 의무화하며, 장비업체와 연계한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교육과정은 공급망처럼 관리돼야 한다.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는 매년 개편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졸업생은 구식 기술에 머물게 된다.

학교가 공장의 성패를 결정

서구의 대응은 아직도 분산적이고 단발적이다. 틈새 프로그램이나 일시적 지원으로는 대규모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다.

교육과정을 정기적으로 개편하고, 수습 기회를 확대하며, 연구개발과 중간기술 훈련을 긴밀히 연결해야 한다. 학생들이 짧은 시간 안에 현장 기술을 습득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냉전 시절 미국은 효율성으로 우위를 지켰다. 오늘날의 경쟁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학교이며, 교육이 곧 공장의 성패를 좌우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hifting from Superpower Factories to Superpower Classrooms: The New Landscape of Global Manufacturing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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