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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경쟁력을 인정하는 발언을 꺼내 화제다. 배터리 자체 개발 능력을 갖춘 BYD는 최근 전기차·배터리 시장 양쪽 모두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한편 올 초 중국 시장에선 테슬라가 가격 할인 전략을 취함에 따라 BYD를 포함한 전기차 업체 간 가격 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
BYD 경쟁력 호평한 머스크, 이유는?
글로벌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Electrek)에 따르면 27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에 “이제 BYD 자동차의 경쟁력은 뛰어나다”는 글을 게시하며 과거와는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머스크는 이 게시글에 과거 2011년 자신이 블룸버그와 가졌던 인터뷰 영상을 함께 올리며 “(이 영상은) 꽤 오래전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당시 인터뷰 영상에는 'BYD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BYD 차를 봤냐?"고 말하며 조롱하는 듯 웃는 머스크의 모습이 담겼다. 또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가 10%의 지분을 가졌던 BYD를 경쟁 업체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BYD가 전기차 산업 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며 테슬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모두 포함하면 중국 시장 내 전체 판매량에서 BYD가 테슬라를 앞질렀다. 특히 전기차 생산업체이면서 동시에 배터리 자체 개발 능력을 갖춘 BYD는 자체 개발 배터리인 '블레이드 배터리'를 테슬라 전기차에 공급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대륙의 테슬라’ BYD 돌풍과 그 배경
머스크의 언급처럼 BYD는 현재 전기차·배터리 양쪽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글로벌 배터리 업체 판매실적과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살펴보면 높은 시장 점유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달 공개한 ‘2022년 글로벌 Top10 배터리 업체 판매 실적’ 통계에 따르면 BYD는 배터리 전문 제조사인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매출 점유율 9.6%, 배터리 출하량 12.2%로 3위에 올랐다. 올해 1~2월 차량 등록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전체 사용량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122.6%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전기차 판매 시장 점유율도 꾸준하게 증가해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여객승객협회 자료에 따르면 BYD는 올해 1분기 중국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무려 5개 모델이 10위권 내 안착했다. 해당 순위 1위와 3위 모두 테슬라가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해와 올 1분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대수에선 BYD가 모두 앞섰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산업 후발주자인 BYD가 돌풍을 일으킨 배경을 두고 배터리 자체 개발 능력을 꼽는다. 핸드폰 배터리를 개발 업체로 시작해 전기차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BYD는 배터리와 함께 자동차 모터 및 전자제어장치를 모두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 기업이다. 아직 테슬라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과 더불어, BYD가 현재 주력으로 생산하는 리튬 및 인산철 LFP 배터리의 기술력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한 경쟁력 요소로 꼽힌다.
전기차 업계에 부는 ‘가격 경쟁’ 바람
전기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BYD는 가격 할인까지 나서며 중국 내수 시장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BYD는 전반적으로 차량 판매 가격을 기존보다 10% 인하했다. 일반적으로 가격 할인은 판매가 저조한 모델의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지만, 이번 전략 내 자사 주력 모델인 오션시리즈의 씰(Seal) 세단, 씰 챔피언 에디션 등의 베스트 셀링 차종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가격 할인이 적용되는 오션시리즈 5개 모델은 이전보다도 성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전략은 테슬라가 먼저 시작했다. 테슬라는 지난 1월 중국 내 모델3 가격을 26만5,900위안(약 4,956만원)에서 22만9,900위안(약 4,285만원)으로 낮췄다. 모델Y도 28만8,900위안(약 5,384만원)에서 25만9,900위안(약 4,844만원)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가격만 놓고 보면 BYD가 테슬라보다 저렴하지만, 테슬라의 중국 내 브랜드 충성도가 더 높기 때문에 BYD 입장에선 안심할 수 없었던 셈이다.
실제 테슬라가 가격 인하 효과를 보며 시장 점유율을 늘려감에 따라 앞으로도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CATL 등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배터리 분야 내 ‘치킨 게임’도 시작될 전망이다. CATL은 올해 3분기부터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탄산리튬 가격을 낮추기로 발표하며 가격 전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