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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미사일 대신 드론으로 모스크바 타격, 우크라이나 달라진 전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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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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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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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수도 ‘불가침 신화’ 깨졌다
방공망 취약성에 전략 부담 가중
미국 무기 지원 논리에도 변화 전망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정조준한 공습을 감행했다. 모스크바 내 주요 공항들은 일제히 운영을 중단했고, 러시아 정부는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에도 유사한 공습을 시도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장거리 미사일 없이 수도권을 타격하면서 전술적 능력을 입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스크바 공격 불가” 경고 직후 이뤄진 이번 공습으로 미국의 무기 지원 논리 또한 뒤흔들리는 모습이다.

공항 운영 중단, 러시아 정부도 공식 인정

20일(이하 현지시각) 키이우포스트(K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새벽 모스크바 공항과 인근 지역에 대한 대규모 드론 공격에 나섰다. 이번 공격으로 모스크바 내 셰레메티예보, 도모데도보, 브누코보, 주코프스키 등 모든 공항이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했으며, 이 과정에서 차랑 두 대가 전소됐다. 또 일부 건물은 드론 공격으로 인해 벽과 창문 등이 파손되기도 했다.

최종 피해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19일 “우리 방공망이 우크라이나 드론 16대를 모스크바 상공에서 요격했으며, 하루 동안 9개 지역에서 93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알렸다. 20일엔 러시아 국방부가 27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대는 모스크바, 15대는 브랸스크, 6대는 칼루가 지역 등을 겨냥한 것이란 설명이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수도 방어선’이 뚫렸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정치적·군사적 중심지일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도 줄곧 직접적 피해를 비껴온 지역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모스크바 상공까지 진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내 주요 공항은 물론 민간 인프라와 군사기지 등이 동시에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 또한 퍼지는 양상이다. 이는 곧 러시아 방공망 전체의 허점을 노출시킨 사안이라는 게 국제사회 전반의 평가다.

공습의 강도·정확도 높아져

이번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러시아 정부가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실제로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인근 공항 두 곳 이상을 폐쇄했으며, 적의 드론 일부가 자국 수도권까지 접근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이전까지 공습에 대해 일관되게 축소·은폐하던 태도와 달리, 공항 운항 차질이라는 구체적 피해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눈길을 끈다.

일례로 우크라이나는 불과 한 달 전에도 러시아 본토 공군 기지 4곳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단행한 바 있다. 이르쿠츠크주에 위치한 벨라야 기지를 비롯해 무르만스크주의 올레냐 기지, 랴잔주의 디아길레프 기지, 이바노보주의 이바노보 기지 등이 표적이 됐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전략폭격기 41대가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해당 공격으로 러시아가 약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피해 사실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공격 시도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태도를 보였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공군 기지 5곳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짧은 시간 내 격퇴했으며, 공격에 가담한 사람도 대부분 검거했다”고 일축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직접적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주요 인프라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점까지 인정하면서 러시아의 전쟁 국면에 일정한 심리적 전환점이 생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습의 강도나 정확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만큼 러시아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가벼이 여길 수 없단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BBC는 “러시아 내부적으로 자국 본토가 실질적으로 위협받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 짙어지는 모습”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내부 결속을 위해 이제는 피해 사실을 숨기기보다 ‘대외 공세 강화’로 전략을 전환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모스크바 공습 금지” 트럼프 발언 무력화

이번 공습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 또한 초미의 관심사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있기 불과 나흘 전 트럼프 대통령이 모스크바 공격에 대한 우려를 내놓은 탓이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겨냥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모스크바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모스크바 공습이 전쟁의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 데서 비롯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열린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모스크바 공격에 대한 부정적 발언은 미국의 무기 지원을 조율하는 하나의 조건처럼 ‘수도 불가 침공론’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50일이 지나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는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나쁠 것”이라며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한)관세가 시작될 것이고, 다른 제재들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전쟁 장기화에 대한 책임 소재가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지난 3개월간 많은 전쟁을 해결했지만 이건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며 “이것은 ‘바이든의 전쟁’이지 ‘트럼프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부를 정면으로 뒤엎는 형태가 됐고, 미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이라는 수단으로 모스크바를 겨냥하면서 일종의 ‘금기’로 여겨지던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그 행위가 단발성인지, 전략적 전환인지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이번 공습은 미국이 그어놓은 제한선이 실질적 효력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와 같다는 게 외교계의 주된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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