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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을 위해 기업과 손을 맞잡았다. 정부가 주도해 i-SMR을 설계하고 상용화는 민간 기업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2030년 글로벌 SMR 시장을 제패하는 것이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10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롯데시티호텔에서 'i-SMR 기술개발 사업단' 출범을 알렸다. 과기부와 산업부의 주도로 차세대 한국형 SMR을 개발하는 이번 사업에는 6년간 총 3,992억원이 투입된다. 원자력 발전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SMR 개발을 위한 민관협력과 대규모 자금 투입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수한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주목받는 SMR
차세대 원자력 발전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SMR)은 대형 원전의 3분의 1 수준인 300㎿(메가와트) 이하의 출력을 내는 선진 원자로를 의미한다. 물리적인 규모가 작은 만큼 기술력이 밀집한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한 후 발전소 부지로 운송해 현지 설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어 경제성과 유연성, 효율성 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은 80여 종이다.
이번 정부와 민간 기업이 손을 맞잡고 개발에 들어가는 i-SMR은 자연현상으로 원전 내부를 냉각시키는 '피동안전계통'이 적용돼 안전성 면에서도 강점을 보이며, 전기 출력 조절 과정에 붕산을 사용하지 않아 방사성 폐기물 발생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170㎿급 원자로에 4개의 모듈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총 680㎿급 전기 출력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는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면 한국형 i-SMR는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성을 확보하게 된다. 올해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은 총 14곳으로, 내년부터는 20곳 이상이 설계·계측·운영·정비·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i-SMR를 적기에 개발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과기부는 i-SMR의 성공을 위해 연구개발과 민관 협의체 신설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 SMR 기술 개발, 민간 이전 '급물살'
정부와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일찌감치 차세대 SMR 개발에 주목해 왔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연구원이 공동 주관하는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은 2021년 4월 출범해 올해 2월까지 네 차례의 행사를 진행했다.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는 여야 국회의원을 비롯해 원자력 산업계, 학계, 연구계 및 정부 유관 부처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사업화 촉진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4월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SMR 안전 규제 방향 선포식’을 열어 SMR 설계과정의 안전성 확인 방안을 제시하고 관련 규제 목표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힘썼다.
정부가 연구개발로 확보한 SMR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과기부 주도로 진행된 이번 기술 이전은 SMR이 기존 대형 원전과는 달리 전력 생산 외에도 산업 공정열,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시장에 대응 가능한 만큼 민간 주도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에 정부는 그간 R&D를 통해 확보된 SMR 노형 기술을 적극적으로 기업에 이전하고, 추가로 개발이 필요한 기술들은 민관이 힘을 합쳐 공동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SMR 향한 관심↑, 검증은 "글쎄"
정부가 적극적으로 민간과 손잡고 개발에 속도를 내자 SMR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SMR은 전력망과 별도로 구분된 분산형 전원,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여러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고, 건설 과정의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기존 대형원전과 비교했을 때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前)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원전 공장들도 오랜만에 활기를 띠는 등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회복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한 '스마트(SMART)'가 소형원자로로는 세계 최초로 2012년 표준설계 인가(SDA)를 받았지만,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 않아 검증이 부족하다는 우려에서다. 우수하다고 알려진 경제성 측면 역시 원전 1기의 안전관리 비용은 크기에 상관없이 비슷하기 때문에 강점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글로벌 기후 위기에 맞서 '탄소중립'을 외치는 시대인 만큼 원자력 발전 자체에 대한 찬반양론도 뜨겁다.
이번 i-SMR 기술개발 사업에 투입되는 자금은 총 3,992억원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투자하는 금액은 과기부와 산업부 각각 1,510억원, 1,237억원이며, 나머지 1,245억원은 민간이 지원한다. 이처럼 SMR을 포함한 모든 정부 주도 기술 개발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금은 세금에서 충당되는 만큼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 민관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i-SMR 기술의 우수성과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