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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아세안은 일본과의 협력 관계에 있어 더욱 영리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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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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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시야로 깊은 곳까지 살피는 분석형 기사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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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아시아 정치 전문가들은 올해 교류 50주년을 맞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일본의 관계가 긍정적인 발전 과정을 거쳤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50년 전 일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가 아세안 교류 시작을 위해 동남아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대규모 반대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관계 개선을 위한 일본의 오랜 노력을 통해 아세안과 일본, 공동의 이해관계와 역내 영향력 유지를 목적으로 원만한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EAST ASIA FORUM

교류 50주년 맞은 아세안·일본, ‘미중 경쟁이라는 새로운 변수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까지 10개의 동남아시아 국가로 구성된 지역 공동체로, 정치, 경제, 안보, 사회, 문화 등 분야에서 협력을 추구한다. 향후 동남아 지역 국가 전체 가입이 예상되는 아세안은 급격한 경제 성장과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간 아세안은 태평양 지역 영향력 확장을 위해 태평양 지역 국가와 지속적인 교류를 체결해 왔다. 그중에서도 일본은 아세안과 비교적 빠르게 교류를 시작한 국가로 꼽힌다. 일본은 1973년 무역 관련 각료급 회의를 개최해 본격적인 협력 관계를 시작한 이래 동남아 지역에 막강한 경제적 입지를 구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동남아시아 전문가들은 경제적 목적으로 시작된 일본과 아세안의 교류가 국제 정세 변동으로 인해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과 아세안 간의 유대 관계는 미·중 경쟁으로 촉발된 새로운 권력 지형과 다원화된 국가 간 상호 작용으로 인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할 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군사·외교 등의 분야에서 급격히 성장한 중국의 세력 확장은 일본과 아세안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으로 중국과 갈등을 겪은 바 있으며, 아세안도 남중국해에 강제 진입하는 중국으로 인해 안보적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세력 확장도 일본과 아세안에 지정학적 과제를 던진다. 일본과 아세안이 고도의 전략적 통찰력을 공유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군사적으로 낙후된 아세안은 지정학적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의 공조 관계에 영리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립적이고 실리적 협력 필요

아세안의 가장 중요한 공동체 원칙은 '지역 안정'이다. 아세안이 지역 안정을 지속하기 위해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야 해야 한다. 특정 강대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이 아닌, 지역 중심성과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중립적 외교 이니셔티브가 필요한 것이다. 일본은 아세안의 오랜 교류국이지만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기도 한 만큼 일본에 대한 아세안의 일방적 공조 관계는 오히려 역내 안정화에 불안 요소로 등장할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아세안 양국이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신뢰 구축, 공동 이해관계 등 명확한 기준과 과정을 근거로 복잡한 정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 갈등, 영토 분쟁, 경제 불균형, 역사 등과 같은 기존 과제보다 더 탄력적이고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진행해야 미·중 경쟁이란 새로운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일본은 동아시아 정상회의, 아세안 포럼, 아세안 국방장관 회의, 아세안 해양 포럼 등 다양한 소통 창구를 주도하며 지역 안보를 위한 다자간 회담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 주도하는 회담의 대부분은 중국의 확장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 만큼 지역 안정과 안보가 우선인 아세안의 입장에선 사실상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축된 일본 주도의 국제 교류에 참여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주도의 인도·태평양 협의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와 같은 다자간 안보 회담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관련해 정치 전문가들은 일본과 아세안이 원칙에 기반한 관계 정립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본이 주창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정책과 아세안이 주창하는 다양성과 개방성으로 하나 되는 인도·태평양 정책엔 일부 중첩되는 원칙이 존재한다. 바로 국제적 원칙에 기반한 지역 질서, 주권 존중, 연대 의식, 경제적 통합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동의 원칙에 기반한 이니셔티브가 일본과 아세안의 지역 안정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동 의제의 발전 방향 및 운영과 관련된 숙제는 남아있다.

실리적 협력 관계의 사례

앞서 일본과 아세안은 원칙에 기반한 구체적 방안 모색을 위해 포괄적인 접근을 진행한 바 있다. 2014년 테러 및 초국가적 범죄 대응을 위한 협력 공동선언을 진행해 각국의 대테러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안정을 추구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관련 정보와 전문 지식, 모범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급진적 세력에 대응하고 테러리스트 자금 조달을 방지하기 위해 국경 보안을 강화하는 등 순수한 의미의 안보력을 강화한 바 있다.

또한 지형적 특성상 해양 지역의 안보 강화가 중요한 아세안을 위해 일본은 1970년대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에 감시선을 제공했으며, 타국의 불법 어업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도 지원한 바 있다. 2017년엔 태국의 불법, 비보고·비규제 어업 퇴치를 목적으로 일본과 태국이 어업 협력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해당 협정은 동남아시아의 수산물 원산지 추적 시스템을 개선하고 어업 활동을 모니터링 하는 등 해양 활동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 밖에도 일본은 아세안 국가의 해양 역량 강화를 위해 해양 영역 인식, 실질적 통제 역량 강화, 합동 훈련 및 장비 등의 분야에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

아세안 전문가들은 기존 사례를 바탕으로 아세안의 실질적 발전을 위한 협력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타국에 비해 자연재해에 취약한 아세안은 지진 및 해일 등 자연재해 대비 수단이 발전한 일본의 재난 대응 분야에 대해 지원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해 대비, 조기 경보 시스템, 재해 복구 등 오랜 기간 축적한 일본의 재난 대응 노하우는 쓰나미 등 심각한 자연재해를 경험한 바 있는 아세안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경제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은 아세안의 최대 무역 파트너국이자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가장 활발히 진행하는 국가다. 일본에서 아세안으로 유입된 FDI 규모는 약 200억 달러(약 26조9,7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기준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약 2,402억 달러(약 337조원)에 육박한다. 아울러 현재 아세안에는 일본 해외 자회사의 30%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일본과 아세안이 체결한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의 경우 아세안 지역의 무역 자유화, 시장 개방성, 경제적 통합을 촉진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목적이 아닌 공생을 위한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아세안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안보·군사적 관계보다는 실질적인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협력 관계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일본과 지속적인 이니셔티브 추진을 통해 양국의 디지털 연결성 강화, 무역 촉진, 역내 공급망 강화, 친환경 전략 등 지속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일본도 태평양 지역의 영향력 확장을 위해 아세안의 포용적 성장을 보장하고 아세안 회원국 간의 개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아세안 최빈국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2006년 일본-아세안 통합 기금과 2008년 일본-메콩 협력의 사례처럼 인도적 지원을 지속한다면 아세안 지역 간 유대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조언이다.

나아가 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선 아세안과 일본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다자주의를 강화하고 원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촉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는 공평한 발전을 위한 경제 통합, 안보 협력 및 인적 교류의 장을 확장해 긴밀한 국가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즉 일본과 아세안의 교류는 특정 국가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적 차원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협력과 공조를 추구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Is the ASEAN–Japan relationship fit for the times?

The ASEAN–Japan relationship today is almost unrecognisable from that of 50 years ago when riots against the visits of former Japanese prime minister Kakuei Tanaka to Southeast Asian capitals were emblematic of its troubled state. Japan’s current benign role in ASEAN belies what has been a powerful alignment of interests and influence assiduously developed over the ensuing decades important to the relationship’s success.

사진=EAST ASIA FORUM

The question is how these foundations fit the present relationship. The 50th anniversary of the ASEAN–Japan dialogue underscores the strong ties that have been built in the intervening decades. But a fast-evolving, multiplex world order, with new centres of power and increasingly complex interactions, poses a number of challenges to the relationship going forward.

Intense geopolitical rivalry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presents unprecedented challenges for ASEAN, and Japan will need to cooperate with heightened awareness and strategic acumen to address these challenges. The relationship with Japan is also a key element in the environment in which ASEAN will have to navigate the strategic dilemma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Navigating the balance between China and the United States is crucial for maintaining regional stability and upholding ASEAN’s shared principles of openness and inclusivity. As Japan tilts towards its US alliance, balancing competing interests, avoiding ASEAN’s overreliance on any single power and preserving centrality and strategic autonomy will require continuing and deft diplomatic initiative.

Managing these complexities through dialogue, trust-building and a focus on shared interests is key. Addressing challenges to the ASEAN–Japan relationship, like regional power dynamics, territorial disputes, economic competition and historical tensions will be essential for fostering a more resilient and cooperative partnership.

Japan’s commitment to regional security and engagement in multilateral frameworks provides avenues for closer collaboration with ASEAN, under the framework of the East Asia Summit, the ASEAN Regional Forum, the ASEAN Defence Ministers’ Meeting Plus and the ASEAN Expanded Maritime Forum. But Japan’s involvement in security minilaterals such as the Quad—which China views as a containment strategy—does not sit comfortably with ASEAN.

Compatibility between Japan’s Free and Open Indo-Pacific and the 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 lies in their shared objectives and overlapping principles. Both emphasise a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respect for sovereignty and the promotion of connectivity and economic integration. Through mutual collaboration, these initiatives have the potential to contribute significantly to peace, stability and economic development in the Asia-Pacific region, but how these agendas evolve, are defined and made operational is still a work in progress.

The sharing of intelligence, expertise and best practice has enabled a more comprehensive approach to countering radicalisation, preventing terrorist financing and enhancing border security. By pooling resources and knowledge, Japan and ASEAN have bolstered their respective counterterrorism capabilities and contributed to regional stability. In 2014, ASEAN and Japan adopted a Joint Declaration for Cooperation to Combat Terrorism and Transnational Crime to strengthen cooperation in this area.

Given the importance of maritime domains in the region, ensuring security and freedom of navigation has been an area of collaboration between Japan and ASEAN. Japan actively supports ASEAN member states in enhancing their maritime capabilities, providing assistance in areas such as maritime domain awareness, capacity building, joint exercises and equipment.

Since the 1970s Japan has supplied surveillance ships to nations within ASEAN, including Vietnam and Indonesia. It has also financially supported various initiatives aimed at enhancing the capabilities of ASEAN nations to prevent and counteract unlawful fishing activities. In 2017, Japan entered into a collaborative agreement with Thailand, focusing on combating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This agreement emphasised improving the traceability of fishery products and bolstering efforts in monitoring, controlling and overseeing fishing operations.

With Japan and several ASEAN countries prone to natural disasters, sharing expertise and resources in disaster response and recovery is another significant area of collaboration. Japan’s experience with disaster preparedness, early warning systems and post-disaster reconstruction is instrumental in assisting ASEAN member states with capacity building to mitigate the impact of natural disasters. This cooperation has not only saved lives but also promoted regional solidarity and cooperation in times of crisis.

Economic ties between ASEAN and Japan have flourished over the years, with Japan remaining one of ASEAN’s largest trading partners and a major source of foreign direct investment (FDI). FDI outflows from Japan to ASEAN ammounted to around US$20 billion and bilateral trade reached US$240.2 billion in 2022. ASEAN is home to 30 per cent of all Japanese overseas subsidiaries. The ASEAN–Japan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has facilitated trade liberalisation, market access and economic integration. Infrastructure development, such as the Partnership for Quality Infrastructure, also received active support from Japan, contributing to ASEAN’s connectivity goals.

ASEAN and Japan can focus on enhancing physical and digital connectivity, promoting trade facilitation, strengthening regional supply chains and addressing climate change and sustainable development. Continued support from Japan is crucial to ensure inclusive growth and bridge development disparities among ASEAN member states. The Japan–ASEAN Integration Fund, established in 2006, and Japan–Mekong Cooperation, founded in 2008, are the two such mechanisms established to assist the least developed economies in ASEAN.

Deepening people-to-people ties through cultural exchanges, educational programs and tourism will further foster mutual understanding and friendship. Strengthening educational cooperation and providing reciprocal scholarships for students from Japan and ASEAN nations will also contribute to long-term relationship building.

ASEAN and Japan need to continue working closely together to strengthen open and inclusive multilateralism, promoting a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and leveraging opportunities for economic integration, security cooperation and people-to-people exchanges. In this way, ASEAN and Japan can navigate the challenges and build a stronger and more sustainable relationship in the years to come.


원문의 저자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의 공공정책 및 국제 정치 강사이자 아시아 비전연구소 대표인 반나리스 치앙(Vannarith Chheang)입니다.

사진=The Asian Vision Institute(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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