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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쾌한 무역장벽에 미국과 교역 거의 없어" "대부분 군사장비도 러시아서 구매" 지적 최근 관세율 중 가장 높아, 협상 지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인도산 수입품에 25%의 관세와 추가 벌칙성 관세(penalty)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인도가 ‘우방국’임을 인정하면서도 높은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그리고 러시아와의 밀접한 에너지·군사 거래 관계를 이유로 강력한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인도와 무역 협상 결렬 시사
3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인도는 친구지만, 그동안 관세가 너무 높고 세계에서 가장 불쾌한 무역 장벽을 가진 탓에 미국과의 교역은 거의 없었다”며 “게다가 인도는 대부분의 군사 장비를 러시아로부터 구매하고, 중국과 함께 러시아산 에너지의 최대 구매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서의 살인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이때, 이는 전혀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이유로 인도에는 8월 1일부터 25% 관세와 (러시아산 군사 장비·에너지 구매에 대한) 추가적인 벌칙이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올린 게시물에서 “8월 1일 시한은 8월 1일 시한(THE AUGUST FIRST DEADLINE IS THE AUGUST FIRST DEADLINE)”이라며 “(시한이)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8월 1일을 ‘미국에 아주 위대한 날’이라 했는데 여러 차례 관세 부과를 유예한 트럼프가 이번에는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인도에 26%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고, 이를 유예한 뒤 양국이 수개월 동안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가 미국산 제품에 대해 평균적으로 적용한 관세율은 17%로 세계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미국은 인도산 제품에 평균 3.3%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또 지난해 미국은 인도와의 상품무역에서 457억 달러(약 63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도, 러시아산 무기와 에너지 최대 수입국"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상호관세 압박을 강화하며 유럽연합(EU)(15%), 일본(15%), 필리핀(19%), 베트남(20%) 등과 15~20% 수준의 관세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인도에 25% 관세율이 적용되면 지금까지 협정을 맺은 국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 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USTR 대표는 지난 2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인도가 자국 시장을 미국산 수출품에 더 개방할 의지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 후 미국과 발 빠르게 무역 협상을 진행했으나 영국과 EU, 일본 등이 합의에 이른 것과는 달리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크라이나 중재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가 최근 금이 가면서 인도에도 불똥이 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마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중 러시아를 향해 "50일 안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우 강력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는 약 100% 수준이 될 것이며 2차 관세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에 10~12일 이내에 2차 제재 성격의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中 견제 핵심 印, 유리한 위치
그러나 인도는 줄곧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와 미국의 협상이 막바지까지 지지부진한 건 농업 개방 문제 때문이다. 인도 입장에서 미국산 농산물과 유제품 등에 부과하는 관세를 대폭 낮추면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인도에서 농업은 전체 인구의 약 42%가 생계를 의존하는 분야다.
인도는 또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 문화로 인해 유제품 수입도 까다롭게 제한한다. 수입 우유는 인도에서처럼 풀을 먹여 키운 소에서 짜낸 사실이 증명돼야 할 정도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농업과 유제품 분야를 개방하지 않으려는 인도에 맞서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세를 낮춰 달라는 인도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인도는 어떤 무역 합의도 마감일이나 시한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며 시간에 쫓겨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일이 코앞까지 온 상황에서도 인도가 협상을 서두르지 않았던 이유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이 중국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도 알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입장에서는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인도가 매우 중요하다. 또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10개 신흥 경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에서도 인도는 리더 역할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는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