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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거짓에 좌우되는 동남아시아 선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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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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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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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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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인터넷 허위 정보’ 심각
국민 인식 높지만 ‘제도적 기반’ 부족
‘선거 결과 좌우’ 부작용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허위 정보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했다. 필리핀에서는 67%의 응답자가 인터넷상의 허위 정보가 긴급한 문제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조사 이래 최고 수치다. 하지만 높아진 경각심에도 거짓을 바로잡을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

사진=ChatGPT

소셜 미디어 소비 늘었는데 언론 자유는 ‘하위권’

‘국경 없는 기자들’(Reporters Without Borders)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이하 동남아) 국가들의 ‘언론 자유 지수’는 ‘어려움’(difficult) 단계로 하락했다. 특히 필리핀이 조사 대상국 중 116위, 인도네시아가 127위, 캄보디아가 161위로 최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2025년 언론 자유 지수’ 점수 및 순위
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좌측부터) / 순위(짙은 청색), 점수(100점 만점, 청색)

동시에 디지털 미디어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동남아 주민들의 64%가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소비해 글로벌 평균보다 높았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 현황
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좌측부터) / 이용자 수(단위: 백만 명, 짙은 청색), 인구 비율(%, 청색)

언론 기능 및 투명성 부족이 원인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을 먼저 휩쓴 허위 정보(misinformation)가 약한 미디어 감시와 언론의 취약한 수익 모델, 부족한 투명성 등을 거름 삼아 온라인을 메우고 있다. 허위 정보 자체보다도 시스템이 근원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허위 정보를 온라인에서 제거하거나 사실 확인 글을 게시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동남아의 경우는 ‘정보 시장’(information market)의 붕괴라는 시스템적 실패가 도사리고 있다. 자금과 독립성, 법적 보호가 부족한 언론사들이 사실 확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허위 정보의 파괴력과 지속력이 서구보다 강하다.

유럽의 경우는 플랫폼들에 선거 관련 허위 정보를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에 따른 시스템적 위험으로 간주해 정보 투명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동남아는 제도적 기반 없이 산발적인 단속과 규제 압력에 대부분을 의존한다. 정보 시장 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 없이는 단속을 해봐야 다시 튀어나오는 ‘두더지 잡기’ 게임과 같다.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

올해 선거에서 필리핀 정부는 메타(Meta)에 허위 정보의 신속한 제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인 불분명한 광고 집행과 은밀한 인플루언서 계약, 정보 자체의 투명성 부족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작된 동영상과 거짓말이 페이스북과 유튜브, 메시징 앱에서 벌어지는 담론을 장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작년 선거에서 소셜 미디어 그룹과 인플루언서,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후보들의 평판에 빠르게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게모이(gemoy,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의미의 캐릭터로 후보자를 묘사하는 데 사용)의 활약이 대단했다. 처음 사용된 방법은 아니지만 단속 부재와 약한 언론 기능, 자금 사용의 투명성 부족과 맞물리며 담론을 좌우했다.

두 나라 모두 바이럴을 통한 여론 조작이라는 값싸고 단속에도 걸리지 않는 수단이 있는데 굳이 비싸고 눈길 끌기도 어려운 진실에 의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 민주 진영은 광고 정보 공개 및 투명성 의무를 포함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허위 정보 대응을 시작했다. 동남아도 이러한 도구 없이 콘텐츠 관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필요하면 어느 진영이나 틱톡에 ‘선거 센터’(election center)를 개설할 수 있는데, 데이터 공개와 투명성을 강제하는 법이 없다 보니 정책보다 PR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언론과 감독 및 규제 당국은 산업으로 변모한 허위 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문제는 ‘제도와 시스템’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하며 시스템으로 보호되는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먼저 선거 전후 주요 플랫폼들이 상시 대응팀을 설치하고 광고 관련 정보 요구에 응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언론사들의 탐사 보도와 법적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 언론을 통한 사실 확인 기능이 살아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편 선거 진영에는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광고 기술 업체 등과의 계약 내용을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선거 시작 전 유권자들이 허위 정보 전략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남아에 허위 정보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대중의 인식이 부족하거나 플랫폼들이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제도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정보 조작을 드러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the Same Lie Machine Moves South: Why Southeast Asia’s Democracies Need Economic Defenses, Not Just Content Policing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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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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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