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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알파자산운용과 함께 리츠 사업 도전 한화·LG 등 대기업도 줄줄이 리츠 시장 진입해 실질적 성장 위해서는 대기업 리츠 운용 방식, 제도 등 개선해야

쿠팡이 알파자산운용과 손잡고 리츠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화, LG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가운데, 쿠팡까지 물류센터 자산 유동화를 위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기업 리츠 특유의 한계와 제도적 허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시장 성장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쿠팡, 리츠 통해 물류센터 유동화 예정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파자산운용과 쿠팡은 알파씨엘씨리츠운용 법인 설립을 위한 출자를 진행 중이다. 알파자산운용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알파씨엘씨리츠운용을 설립하고, 쿠팡이 지분 100% 자회사인 쿠팡대전풀필먼트제일차를 통해 지분 9%(6억3,000만원)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쿠팡은 국내 물류센터 유동화를 통해 3조~4조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쿠팡은 풀필먼트 센터 등 대형 물류센터를 30개 이상 운영 중이다.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9조원 이상을 물류 인프라에 투자한 결과다. 쿠팡의 물류센터 총면적은 2023년 기준 100만 평(330만5,785㎡)을 넘어섰으며, 최근 투자 속도를 감안한 현재 총면적은 150만 평(495만8,677㎡) 이상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투자 기관들은 알파씨엘씨리츠운용에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쿠팡이 유동화 거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쿠팡이 임차한 물류센터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임대료)이 뒷받침돼 비교적 부실 위험이 낮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주관사는 대규모 유동화 거래로 큰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며, 추후 거래에서 파이프라인을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들도 '리츠 열풍'
주목할 만한 부분은 쿠팡 외에도 수많은 기업이 활발하게 리츠 시장에 진출 중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한화솔루션은 최근 부동산 개발과 리츠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21년 설립된 이음자산운용 지분 100%를 약 12억원에 인수해 자산운용업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향후 한화솔루션은 이음자산운용의 역량을 활용해 인사이트 부문 부동산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 산하 자산관리 계열사인 D&O는 지난해 직접 D&O리츠운용을 출범했다. D&O리츠운용은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사옥 인수전에서 쓴맛을 본 뒤 새로운 물건을 물색 중이다. 태광그룹은 최근 흥국리츠운용을 설립하고 KT&G가 매각하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을 인수했다. 흥국리츠운용은 향후 흥국생명, 흥국화재 등 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들을 차례로 리츠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활기를 띠자 신규 자산 편입을 위해 유상증자를 시도하는 리츠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월 ESR켄달스퀘어리츠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7월 중 1,5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공시했다. 당시 공시된 신주 발행 규모는 보통주 3,300만 주(기존 발행 주식 수 대비 15.5%) 수준이었다. 이후 ERS스퀘어리츠는 예정대로 7월 중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3,300만 주의 납입(발행 금액 1,341억4,500만원)을 마쳤다. 취득 자금은 △천안 목천 쿠팡 물류센터(부대비용 포함 940억원) 매입 △채무상환자금(465억원) △기타자금 및 예비비(105억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리츠 시장이 당면한 과제
리츠 시장이 급속도로 활성화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리츠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대기업 리츠들이 '쭉정이' 자산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롯데리츠는 2019년 설립 초기부터 비우량 자산을 처분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백화점과 마트였고, 이마저도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작년 편입한 호텔 L7 강남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이 아닌 지방 소재였던 탓이다. 결국 롯데리츠의 배당금은 2020년 1주당 161원에서 2024년 112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주가도 6,000원대에서 3,000원대로 반토막 났다.
한화리츠도 2023년 상장 당시 그룹 핵심 부동산을 편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포함된 자산 중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을 제외한 자산의 가격이 모두 1,000억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리츠는 2024년 8월 유상증자를 진행해 한화생명으로부터 8,000억원에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매입했지만, 부정적 여론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빌딩 매입가가 그룹 이익을 위해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리츠가 성장보다는 그룹의 자금 조달 창구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더해 한국 리츠 제도의 한계 역시 관련 시장 성장을 옥죄는 족쇄로 꼽힌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산하 리츠를 계열사로 간주하고 있는데, 업계는 이로 인해 대기업 계열 운용사가 리츠 자산을 세분화하지 못하고 주장한다. 리츠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계열사 수가 많아지며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세분화해 각각 리츠를 설정해야 보다 원활하게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뼈아픈 리스크다.
리츠 투자자에 대한 보호 조치 역시 미흡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리츠가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투명하게 배당하는 고배당 기업임에도 불구, 소득세법 개정안상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 회장은 이달 초 한국리츠협회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센터빌딩에서 열린 ‘2025년 7월 리츠 투자간담회(IR)’에서 “지난 2023년 기준 전체 리츠 투자자가 받은 분리과세 혜택은 1인당 1,000원에 불과하다”며 “리츠를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할 경우 세수 감소보다 노후 대비 등 사회적 편익이 훨씬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