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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에도 러시아가 ‘북극 LNG-2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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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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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지난 2일 ’북극 LNG-2’ 추가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
러 대변인 “LNG 인프라 개발은 우선순위, 대규모 계획 포기 안 해”
향후 수십 년간 국제 LNG 시장서 지배력 확장할 토대 마련
러시아 사할린 섬의 석유 및 가스 개발 프로젝트 현장/사진=Gazprom 홈페이지

최근 미국 정부의 ‘북극(ARCTIC) LNG-2’에 대한 제재를 발표에도 러시아 정부는 기존 계획을 지속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등 아시아 LNG(액화천연가스) 에너지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꾀할 수 있는 주요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는 앞으로도 수십 년간 천문학적인 금액이 걸린 글로벌 LNG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의 가스 및 석유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극 LNG-2’ 프로젝트 지속 추진하겠다는 러시아 정부

9일(현지 시간)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 등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대규모 에너지 개발사업인 ‘북극 LNG-2’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도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 내 북극 LNG-2 등과 같은 대규모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분야에 있어 우리의 우선순위는 LNG 인프라 개발”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국영방송 로시야1과 인터뷰에서 “북극 LNG-2에 대한 미국 제재는 중요한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침해로 간주한다”면서 “러시아의 연료·에너지 단지는 서방 제재 정책의 주요 표적이 됐다. 국제사회가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중국·튀르키예 등 제3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북극 LNG-2 역시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LNG 공급을 직접 제재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금속·광산·군사 부문과 에너지 사업 등으로 전쟁 자금을 마련하는 러시아를 제지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제재 대상인 북극 LNG-2 LLC와의 거래 종료 기한을 내년 1월 31일까지로 정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제재에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을 줄여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려는 전략적 의도는 없다”며 “다만 우리와 동맹국들은 주요 에너지 공급국으로서 러시아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데 강한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로 가스 대금 지급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 향후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거래 종료 기한을 내년 1월 말로 잡은 만큼 외국인 투자사들도 내년 1월 말까지 투자를 마무리해야 한다.

러 원유기업 노바텍이 주도하고 中·日·佛 기업 참여

북극 LNG-2 프로젝트는 5,900억㎥에 이르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시베리아 기단 반도 내 우트렌네예 가스전에서 이뤄지는 LNG 개발 사업이다. 러시아의 세 번째 대규모 LNG 개발 사업으로, 연간 약 2,000만 톤의 LNG 생산을 목표로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연간 660만 톤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개별 생산시설 3곳이 이곳에 지어질 예정이다. 이 중 첫 번째 생산시설은 내년 12월에 가동될 예정이며, 나머지 2개 시설은 각각 2024년과 2026년에 단계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러시아 민간 가스 기업인 노바텍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노바텍이 전체 프로젝트 지분의 60%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40%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와 중국천연가스공사(CNPC), 중국해양석유그룹(CNOOC), 일본 미쓰이 및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컨소시엄 등 4곳이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야말 LNG’와 달리 북극 LNG 2 프로젝트는 지분에 따라 가스를 공급한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향후 프로젝트 가동 시 지분율에 맞게 LNG를 약 10%씩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들이 이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LNG를 구매하려면 별도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월 20일(현지 시간) 무르만스크에서 LNG 첫 라인을 기다 반도로 보내는 것을 승인하며 북극 LNG-2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구현됐고 작동하고 있다”면서 “이제 북극 LNG 2도 적시에 필요한 품질로 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Gazprom 홈페이지

최종 목표는 ‘글로벌 LNG 패권 전쟁’에서의 우위

미국의 제재에도 푸틴이 LNG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국제 LNG 에너지 시장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2021년 7,900만 톤의 LNG를 수입함으로써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된 중국에 최대한 빨리 가스 공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같은 관점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배경을 두고 전쟁을 기점으로 에너지 수출 정책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전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미래연구원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중국시장에서 주요 공급자가 되는 것을 중국이 부담스러웠했음에도 모스크바가 EU 시장에서 중국 시장으로 타깃 시장을 바꾸도록 하는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Gazprom)이 몽골을 통해 중국으로 가스를 수출하는 POS-2 가스관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가스프롬을 통해 이르쿠츠크와 사하 지역의 가스를 중국 북부 가스시장으로의 수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신장 사이에 3개의 대규모 트렁크 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건설을 마쳤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까지 시베리아에서 중국으로 가는 POS-1 가스관을 통해 연간 38bcm의 가스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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