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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계열사 매각으로 현금확보 나서
사업 유지 비용 투입 불가피 및 업황 영향 커
실적 늘어도 금리 인상 탓에 이자비·부채비율↑
SK네트웍스가 계열사 SK렌터카 매각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복수의 사모펀드(PEF)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렌터카의 실적 호조세에도 미래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다만 현금이 아쉬운 현 상황에서 SK렌터카 매각은 계륵과도 같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네트웍스, '알짜 자회사' SK렌터카 매각 추진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의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물밑에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SK네트웍스는 복수의 PEF 대상으로 제한적 경쟁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가지고 있는 PEF들이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한 외국계 IB가 주관사로 언급되곤 있으나 아직 공시적으로 절차가 시작된 상황은 아니다.
SK네트웍스는 '사업형 투자회사'를 표방하며 그간 유망 영역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2018년 AJ렌터카 지분 42%를 인수해 SK렌터카를 출범시킨 배경이다. 투입 자금만 3,000억원에 달한다. 이후 SK네트웍스는 지난해 8월 SK렌터카 공개매수 계획을 밝혔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공개 매수 후 SK렌터카는 올 1월 자진 상장폐지됐다. 이 역시 매각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통상 상장폐지하게 되면 주주들의 경영권 간섭이 없어 기업구조 개선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다.
SK네트웍스는 최근 인공지능(AI) 중심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기존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전략적인 투자를 집행해 'AI 컴퍼니'로 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미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방향성이 다르다는 판단에 따라 SK렌터카 매각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SK렌터카의 실적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도 △790억원(2021년) △950억원(2022년) △1,220억원(2023년)으로 증가세에 있다.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보험료, 정비비, 구매단가 절감 등 그룹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며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차입금, 부채비율 지속 증가
하지만 사업 성장세가 요원하다. 렌터카 사업은 신차구입 등을 위해 외부차입 후 순차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새로운 차량 매입을 위한 자금조달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SK렌터카는 현재 은행차입금, 회사채 발행 및 기업어음 발행 등을 통해 소요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실제 SK렌터카 차입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총 차입금은 2014년 말 5,800억원에서 2019년 말 9,279억으로 증가한 후 SK네트웍스 렌터카사업 양수로 인한 차입부채 증가로 2022년 말 1조6,812억원, 2023년 2조원에 달하게 됐다.
부채비율도 높다.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573.6%다.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의 부채비율 392.1%다. 통상 렌터카 사업은 자기자금뿐만 아니라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자동차를 대량 매입하기 때문에 타 업종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비율이다. 부채비율 200%를 넘겼을 때 해당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불안하다고 판단한다.
SK렌터카 관계자는 "높은 부채비율이 채무불이행 등의 위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향후 회사채, 기업어음, 은행차입금 등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에 대해 은행권 차입금 만기연장, 사채 추가 발행 등 만기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실시하고, 영업활동에 따른 렌탈료 유입 확대와 계약기간이 만료된 중고차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 만기구조를 지속적으로 분산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프리미엄 사라지는데, 매수자 있을까
문제는 PEF가 렌터카 사업을 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평판 위험을 신경 써야 하는 데다 조달비용 증가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렌터카 사업은 자금 조달 및 운용, 이후 회수까지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융업과 유사하다. 재계 수위권 그룹에서 PEF로 대주주가 바뀔 경우 조달 비용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SK렌터카 인수를 검토했던 한 PEF 운용사 대표는 “렌터카 사업은 결국 금융업인데 SK그룹에서 PEF로 주인이 바뀌면 조달 비용이 크게 뛸 수밖에 없다”며 “렌터카 산업의 성장성도 주춤하지만 조달 비용 탓에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검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프리미엄이 사라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간 SK렌터카는 SK그룹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며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SK그룹에서 벗어나면 조달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실제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은 A+지만, 계열사 지원 덕에 신용도 대비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연 4%대 금리에 발행한 회사채만 5,4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SK렌터카의 부채비율은 573.6%다. 그만큼 조달비용 리스크가 큰 셈이다.
신용평가사들도 SK그룹에서 빠질 경우 신용도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렌터카에 대해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적어지는 경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계열사 지원이 가능하기에 자체 신용도보다 한 노치(notch) 높게 매긴다고도 부연했다.
결국 SK렌터카와 인수자 측이 윈윈 효과를 누리려면 SK 프리미엄을 상쇄할 만큼 자금력이 탄탄한 곳에서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대형 PE나 대기업 정도로만 좁혀지는데, 대기업들은 대체로 렌터카 비즈니스에서 손을 떼는 추세다. 이익이 크지 않고 성장 가능성도 없는 데다 한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됐던 적도 있어서다. 굳이 무리해 가면서 인수할 유인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