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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생산량 10% 노리던 BHP, M&A 불발로 계획에 '제동'
각국 광산업체 눈길 모으는 구리 광산, 왜?
AI 등 미래 산업 필수 소재 구리, 수요도 거듭 증가 추세
영국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이 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의 인수합병(M&A)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앵글로아메리칸 인수로 최근 수요가 급등하고 있는 구리 시장에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BHP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BHP-앵글로아메리칸 M&A 불발
26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BHP가 제안한 총 311억 파운드(약 53조7,600억원)의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 앞서 지난 25일 BHP는 앵글로아메리칸에 1주당 약 25.08파운드로 매입을 제안했다. 이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 높은 금액이었지만, 앵글로아메리칸 측은 성명을 통해 "이 제안은 회사를 상당히 저평가하고 있고, 주주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앵글로아메리칸의 스튜어트 챔버스 회장도 직접 "구리는 앵글로아메리칸 전체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며, 구리와 그 밖에 구조적으로 매력적인 제품에서 잘 배열되고 가치를 높이는 성장 옵션의 이점을 통해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주주들을 위해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사실 앵글로아메리칸의 M&A 거부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시장 견해다. BHP가 제안한 조건이 앵글로아메리칸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 2년 전만 해도 앵글로아메리칸의 주식은 주당 43파운드가량에 거래됐다. 그동안 주가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앞으로 구리 등 광석에 대한 수요가 늘 것임을 고려하면 주당 25.08파운드는 상당히 아쉬운 금액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불붙은 구리 광산 인수 경쟁
BHP는 최근 구리 광산를 거듭 포섭하고 있다. 이미 앞서 지난해 5월 호주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오즈미네랄즈를 약 64억 달러(약 8조8.000억원)에 인수한 바도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BHP에 앵글로아메리칸 인수는 중요한 지점 중 하나였다.
BHP는 연간 약 120만t의 구리를 생산하고 앵글로아메리칸은 연간 약 83만t의 구리를 생산하는데, 이 둘의 생산량을 합하면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10%에 달한다. M&A를 통해 사실상 구리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인수가 거부되면서 세계 구리 시장의 1인자로 올라서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여타 광산 업체와 제련소들도 구리 광산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BHP 입장에선 다른 출구전략을 세울 필요성이 늘었다. 예컨대 중국의 주요 구리 생산업체인 지진마이닝(Zjjin Mining)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바니스틸워터(Sibanye Stillwater)는 잠비아의 모파니 구리 광산에 입찰하며 구리 광산에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의 CMOC 그룹도 구리와 코발트가 풍부한 콩코민주공화국의 추가 자산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고, 국영 중국 알루미늄 공사(Chalco)의 자회사인 중국 구리도 글로벌 파트너십과 자산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I 열풍 탄 구리, 미래 전망도 '낙관적'
이처럼 기업들이 구리 광산을 거듭 노리고 나서는 건 구리가 에너지 및 인프라 개발의 미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는 전기자동차, 전력망, 풍력 터빈 제조 등 여러 산업에 두루 쓰이는 필수 광물로 에너지 전환 생태계의 핵심 금속으로 꼽힌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도 구리가 필수적이다. 재생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다루기 위한 복잡한 전력망을 구축하려면 수백만 피트의 구리 배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는 넓은 지역에 걸쳐 있어 기존 중앙집중식 석탄·가스 발전소보다 단위 전력당 더 많은 구리를 필요로 한다.
특히 최근엔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구리 수요도 함께 높아졌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1메가와트(㎿)당 27t 규모 구리가 쓰인다. 공급 측면의 요인도 있다. 파나마, 페루 등 대규모 광산 폐쇄로 공급이 줄어든 데다 전 세계 정제 구리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 제련소는 수익성 하락으로 공동 생산량 감축에 합의한 상황이다. 씨티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리 수요는 2030년까지 지금보다 420만t 늘어날 수 있으며, 올해 말엔 구리 가격이 1t에 1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간 구리 광산 인수 경쟁에 급격히 불이 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