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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난항' 겪는 11번가, 알리·테무 급성장에 수익성 개선 기조 오히려 독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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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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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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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매각전, 수익성 개선으로 '가치 증명' 나선 11번가
영업손실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경쟁력 소실 문제는 여전
떠오르는 중국 업체들, 알리·테무에 맞설 '역량' 남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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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번가

재무적 투자자(FI) 주도의 11번가 매각전이 지지부진하다.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잠재 인수 후보자 대상 투자설명서(IM) 배포 일정도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자마자 국내 유통 대기업부터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까지 다방면 접촉을 이어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FI의 최우선 과제는 11번가 수익성 개선이 됐다. 돈을 버는 회사로서의 가치를 우선 증명해 매각 가능성 자체를 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11번가는 작년에 이어 올해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이커머스의 핵심으로 불리는 물류센터마저도 축소하는 등 운영 효율화에 나선 상황이다.

11번가 경영권 매각 일정 잠정 연기,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개선'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2대 주주인 나일홀딩스(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는 최근 11번가 경영권 매각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이에 따라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 등 매각 주관사들이 예정했던 IM 배포 등 절차도 멈췄다. 적극적인 인수 후보자가 없는 데다 매각 측과 잠재 인수 후보 측 간 몸값 간극이 발생하면서 나일홀딩스 입장에선 연기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나일홀딩스는 11번가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게 인력 구조조정이다. 앞서 11번가는 지난해 12월 만 35세 이상, 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올해도 지난 3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회사가 적자 상태이다 보니 비용 절감과 인력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핵심은 상장 전 외형 확장 수단으로 꺼냈던 직매입 사업 축소와 물류센터 정리다. 직매입은 상품 판매 수수료가 매출인 오픈마켓과 달리 물건값이 곧 매출이 되는 장점이 있지만, 물류망 구축에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결국 직매입 사업 축소는 적자를 이어가는 11번가가 대표적인 국내 직매입 사업인 쿠팡 '로켓배송'의 아성을 뛰어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하루빨리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체질을 개선하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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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개선 이뤘지만, "업계 쇠락 영향권 못 벗어날 듯"

이 같은 다각적인 노력 아래 11번가는 올해 들어 어느 정도의 체질 개선을 이루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8% 감소한 1,712억원이었으나, 영업손실도 195억원으로 전년 동기(318억원) 대비 38.7% 개선됐다. 당기순손실은 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규모를 크게 줄임으로써 영업손실 규모를 큰 폭으로 축소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다만 단기적인 수익 개선이 업계 내 의미 있는 지표로 작용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각종 오픈마켓의 성과에 짓눌려 11번가 자체의 경쟁력이 이미 상당 부분 소실된 상태기 때문이다. 실제 할인점 계열은 이미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단 인식이 적지 않다. 당장 11번가의 경쟁사로 꼽히는 이마트만 해도 실적 추정치가 향상됐음에도 불구, 경쟁력 저하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일제히 목표 주가를 내린 바 있다.

투자 의견도 중립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KB증권 측은 "할인점 부문 가치 산정에 적용한 해외 비교 업체들의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TIDA) 멀티플(기업 가치 배수)이 하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11번가가 수익성 개선을 이루기엔 사업 환경이 지나치게 척박한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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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아성까지 넘보는 중국 업체들, 11번가 이대로 괜찮나

일각에선 나일홀딩스의 수익성 제고라는 방침 자체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과 중국 직구 업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시점에 비용 절감으로 경쟁력을 자체 약화시키면 11번가는 오픈마켓의 생명력마저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는 1위 쿠팡(유저 3,010만 명), 2위 알리익스프레스, 3위 11번가, 4위 테무, 5위 G마켓이다. 중국 업체인 알리와 테무는 아직 2위, 4위에 머물러 있지만, 문제는 성장률만 보면 이들 업체가 각각 1위, 2위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통상 업계에선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300만 명에서 500만 명을 넘으면 강력한 유통앱, 1,000만 명을 넘기면 국민앱이라 부르는데, 알리는 당시 이미 MAU가 818만 명을 넘어섰고, 테무도 581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더욱이 최근엔 중국 업체의 한국 진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추세다. 알리가 한국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영향이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연내 국내에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FC)를 구축한다는 사업 계획을 세웠다. 건립 비용은 약 2억 달러(약 2,710억원)며, 규모는 축구장 25개 면적을 합친 18만㎡ 수준이다.

이는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쿠팡 대구FC(33만㎡)보단 작은 규모지만, 완공 시 '한국유통거점'이 생긴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해외직구 특유의 단점이 다수 희석될 수 있는 데다, 향후 알리 차원의 대규모 추가 투자도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을 수익성 제고 비전으로 전환한 11번가가 압도적인 성장률을 보이며 쫓아오는 중국 업체를 상대하기엔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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