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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째 해고 통지 이어가는 테슬라, 감원 언제까지
"이제 자리 잡았으니까" 슈퍼차저팀 인력 수백 명 해고
누적되는 시장 악재, 중국산 전기차 관세 폭탄 '빨간불'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불어든 '감원 폭풍'이 한 달째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장 악재가 누적되며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이 미끄러진 가운데, 비용 절감을 통한 위기 타파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한 달째 '해고 이메일' 날아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인력의 10% 이상을 감축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이후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테슬라의 해고 통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의 이번 해고가 적어도 오는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보도에서는 이번 해고 규모가 테슬라 전체 인력(올해 초 기준 14만 명)의 20%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매체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감원 절차가 끝났다는 신호를 주지 않은 채로 이메일이나 메시지로 당사자에게 해고 사실을 통보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한 직원은 이런 분위기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애들 게임에 참가해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TV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흡사한 것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해고된 테슬라의 전 영업부 직원 마이클 미니크는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트인에 "공과금 청구서를 지불하고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지 불안해하며 매일 직장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상상하기는 어렵다"며 "불확실성의 회색 구름이 걷힌 뒤 숨을 쉬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안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슈퍼차저 사업에서도 대규모 해고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대규모 해고는 전기차 판매량 감소, 중국 BYD(비야디)의 저가 전기차 공세 등 악재를 고려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며 실적 전반이 미끄러지자, 비용 절감에 힘을 실으며 본격적인 분위기 쇄신에 착수했다는 평가다. 실제 테슬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13억 달러(약 29조2,100억원)로 전년 동기(251억7,000만 달러) 대비 9% 급감했다. 특히 테슬라의 자동차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173억4,000만 달러(약 23조7,800억원)에 그쳤다.
대규모 해고는 테슬라 생태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달 초 테슬라는 비용 절감을 위해 테슬라의 충전(슈퍼차저) 인프라 담당 책임자인 레베카 티누치와 그의 밑에서 일해 온 약 500명의 슈퍼차저팀 인력의 거의 전부를 해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서 "테슬라는 여전히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다만 새로운 위치에 대해서는 더 완만한 속도(slower pace)로 추진하고, 기존 위치의 100% 활용과 확장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에스컬렌트의 부사장 KC 보이스는 로이터통신에 "업계가 이미 NACS(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규격)를 채택한 지금, 머스크는 슈퍼차징 부문을 전략적인 해자(경쟁 업체들과 크게 차별화한 요소)라기보다는 비용 센터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렇다 할 '차별화' 효과를 내지 못하는 슈퍼차저 부문을 과감하게 잘라냈다는 분석이다.
관세 악재 어떻게 버티나
다만 테슬라의 거듭되는 노력에도 불구, 시장 악재는 꾸준히 누적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컴퓨터 반도체 등의 산업에 적용되는 관세를 대폭 인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8월 1일부터 전략 산업에 적용되는 관세를 일부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현행 25%에서 100%로 조정되며, 전기차 리튬 배터리 및 배터리 부품에 적용되는 관세는 7.5%에서 25%로 인상된다.
문제는 테슬라의 일부 차량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테슬라는 ‘모델3’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제품인 ‘하이랜드’의 대부분 물량을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제조하고 있다. 해당 제품을 미국 등으로 수출할 때 고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 곳곳에서는 테슬라가 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 측은 태국 총리실을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현지에 건설하는 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을 찾은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를 직접 만나 투자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